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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세트 (무선) - 전10권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태백산맥, 그 자체가 인상 깊은 구절
취업준비생 7개월 차. 기본 자격증도 따지 못한 학원 생활 외에는 무엇이 있었나 돌이켜 보면 이 책이 있었다. 대학교 시절, 교수님을 통해 알게 됐던 태백산맥. 그 방대한 양 때문에 쉽사리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자주 가던 도서관에서 눈에 띄어 읽게 됐다. 이번이 아니면 읽을 수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우려와 달리, 한장 한 장이 아까울만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내 또래 친구들 중에 태백산맥을 읽은 사람은 적을텐데(어쩌면 이 책이 있는지도 잘 모를 수도 있다), 10권이라는 너무 많은 양에 겁먹지 말고 1권을 꺼내 10장만 읽으라고 하고 싶다. 그 뒤부터는 술술 알아서 책이 넘어갈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가 왜 이렇게 올 수밖에 없었는지 짐작할 수 있고, 우리 민족이 어떤 고난을 겪고 이겨냈는지 볼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성장을 잠시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너무 숨가쁘게 달려왔고 중간 중간 부패하는 등의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흔들리는 발판 위에 계속해서 건물을 올린다면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다. 무너지기 전에 중간점검을 하여 튼튼하게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수치에 집착하지 말고 잠시 내실을 다지면 좋겠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너무 잘 알다시피 이 말은 너무 뜬구름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이와 같은 일들을 진행하려면 배려하고 그 누구도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전제로 깔려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인간의 욕망이 지닌 힘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욕망이라는 본능에 눈이 멀게 되면 주변의 비판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거센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욕을 하고 욕을 먹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처벌할 수 없다. 그래서 법으로 억울한 사람들이 꽤 있는 거겠지.
이 책은 6·25 전쟁 전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염상진이 주인공(책에서 봤는지 다른 리뷰에서 읽은건지 기억이 잘 안난다)이라고 하지만 난 김범우를 더 좋아했다. 마지막엔 충격적이긴 했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말을 아끼겠다만 김범우란 인물에 너무 빠지지 말고. 너무 빠졌다고 해도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도 모르게 전쟁과 관련된 책을 읽게 됐는데 정말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을 한다면 상처와 폐허밖에 남지 않는다. 물질적인 것이야 사람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면 복구가 되지만 심리적인 것은 50년,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복구 되기 힘들다.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해도 깊게 패어진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함부로 전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을 통해 접하는 이야기도 끔찍한데, 실제로 벌어진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인물들을 통해서 6·25 전쟁 전후의 대한민국에 관한 여러 의견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놀란 것은 여러 인물들이 겹치는 것 없이 생생하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마치 정말 있었던 사람들처럼 각자의 삶에 빠져들게 되는데 정말이지 명성만으로만 알고 있던 조정래 작가님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을 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으로서 정말이지 존경할 만한 열정이다.
<아리랑-태백산맥-한강>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시간 순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써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아리랑 먼저 읽어 볼 걸. 그래서 지금은 아리랑 1권을 옆에다 두고 있다. 아리랑은 또 언제 읽나 한숨이 나오지만, 또 막상 읽게 되면 정신없이 빠져들 것이다.
이번 리뷰는 왠지 내 생각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아 부끄럽다(아직 내 의견을 당당히 말할 용기가 없다. 블로그를 하는 것도 나의 생각을 주변에게 당당하게 말하고자 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것도 있다). 그러나 이 책만큼은 정말 정말 추천한다. 젊은 사람이든 늙은 사람이든 읽어보지 않은 모든 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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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6. 7. 19일에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