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청춘에게 속삭이다



  바다를 건너는 수고를 한 번이라도 했다면 그건 아버지가 이미 바다를 건너왔기 때문이다. -p31

  지금, 내가 이겨내고 있는 시기, 청춘. 청춘은 궁금하다. 이 시기를 견디고 나면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어떤 것들이 내 앞에 놓여질지. 조급함을 느끼지 말라고하지만 미래가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 이유없이 문득 불안해질 때, 막연함에 어쩔 줄 모를 때 펼쳐보면 좋은 책이다. 그 시기 그는 어떤 것을 느끼고 보았을까. 페이스북(문학동네 편집부 국내문학1팀 season2)을 통해 읽게 된 일화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김연수의 일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청춘이었던 저자와 동지의식(?)이 생겼다.


-

우리가 잘 아는 작가 김연수의 일화. 1993년 시로 등단했고, 다음 해 소설로 등단했다. 한때는 '아무도 원고를 의뢰하지 않는' 등단 작가의 '청춘의 시간들'을 두고 불안해했고, 눈에 띄는 소설들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점점 더 많은 독자의 선택을 받았고, 지금은 달리기를 하듯 매일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있다. 1991년의 김연수가 "<꾿빠이, 이상>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나는 소설가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라고 회고하는, 김연수 소설의 결정적 한 장면이었던 그 소설이 다시 독자를 찾았다. 2016년 4월 17일, 이상의 기일이기도 한 날의 일이다.

"오빠의 데드마스크는 동경대학 부속병원 유학생들이 떠놓은 것을 어떤 친구가 국내로 가져와 어머니께까지 보인 일이 있다는데 지금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이 없어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라는 이상의 여동생 김옥희의 회상. 소설은 이 진술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이상의 데드마스크가 진실로 존재하는가? (<데드마스크>), 죽음까지 이상을 모방한 나의 삶은 진실한 삶인가? (<잃어버린 꽃>), 이상의 시 '오감도 시 제16호'의 진위 여부를 추적하는 학자인 나의 존재는 진실로 어디에 있는가? (<새)) 집요할 정도로 풍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소설가는 '진실'들 사이의 틈을 파고든다. 빼곡한 이야기의 밀도가 작가 이상에 대한 작가 김연수의 경외를 증명하는 듯하다. 

김연수의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가 기다린 김연수의 소설이 함께 출간되었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밤은 노래한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 소설 MD 김효선

-


  이제는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는 사람이 됐다. 내 생활을 뿌리째 흔드는 큰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그 무시무시한 공허 속으로 들어가고픈 욕구를 느끼지도 않을 것이다. -p125

  왠지 공감되는 문장이었다. 아직 어리지만, 그래도 학생 때처럼 작은 일 하나하나에 놀라지 않게 됐다. 예를 들면 좋아했던 연예인이 추문에 휩쓸리게 되더라도. 이제는 그래, 그 사람도 사람이니까. 욕망을 조절 못한 대가겠지. 하며 넘어가게 된다. 신문 기사에 쏟아지는 정치적인 사건에도 예전에는 불끈! 하며 정의 의식에 불탔는데, 요즘은 에휴, 또 저러네. 언제 나아지지 하며 다른 기삿거리를 찾게 된다. 이처럼 지금 나를 괴롭히는 것들이 나중에는 아무것도 안 되는 순간이 올 것 같다. 지금은 청춘이라서 괴롭고 불안한 것 같다. 물론 나중에 청춘이 아니라서 벌어지는 일이 있겠지만. 여튼, 이미 지나 온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그 순간만큼은 버틸 수 있었다. 책을 덮고 나면 다시 돌아왔지만. 그래도 안에 무언가 쌓인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어제 같이 취업 준비하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우리는 중소기업에서 셀 수 없이 광탈 중이며, 어쩌다 면접을 보게 되더라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주변에서 눈치를 안준다고 해도 스스로 밥벌이도 못하는 가치없는 사람이라는 회의가 든다. 그런 상황에서 친구는 제사 때문에 친척 집에 가서 취업에 관해 시달려야 했고 나는 휴가 가는 일(5월 말부터 잡은 약속이었다. 7월 말 쯤이면 회사에 취직해서 돈을 벌 것 같아서 친구들이 일찍 가자는 거, 내가 7월 말로 늦춰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난 여전히 그대로다. 발전없는 내 모습에 순간적으로 숨이 막혔다. 돈을 빌려서까지 가야 하는 것일까)로 우울해졌다. 지금은 이 상황 자체가 걱정이지만 나중엔 이 걱정들이 별 게 아니었다고 더 큰 문제들이 산재할 때가 올 수도 있겠지.

  책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직접적인 힘을 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버티기 위해서다(도서관에서 빌려보면 돈도 안 들고, 도서관까지 걷는 운동도 할 수 있다). 내 안에서 책을 통해 얻은 지식, 이야기, 즐거움 등이 언젠가는 발현되리라 믿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는 상당히 빛나는 책이다. 아무것도 풀리지 않고 답답하고 일탈을 하고 싶지만 마음이 걸리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출처

http://m.aladin.co.kr/weeklyeditorialmeeting/detail.aspx?wemid=721&isbn=895464015X#divNavigationArea



이 글은 2016. 7. 15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