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년들의 성공기 - 당당하게 직진하라
서수민.조선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태롭게 버티기


  

  성공, 희망, 버티기 등의 단어가 우리에게 참 잔인하게 변했다. 나는 어느 시대든 청춘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제일 힘든 것 같다면 왜일까. 내가 이 집단에 속해 있다는 주관적인 입장 때문일까 아님 집, 결혼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는 N포 세대라는 객관적인 이유 때문일까. 어떠하던 간에 우리는 이 슬픈 현실 속에서도 성공이라는 단어에 대한 갈망이 있다. 저마다 그 기준이 다르겠지만 이 이름들을 들으면 그 사람들 성공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개그콘서트로 유명한 서수민PD와 사진 작가 조선희. 그들이 서로 함께 살았던 대학 동창이었다는 사실은 내게 좀 다르게 다가왔다. 나도 어떤 한 분야에 성공을 꿈꾸며 서울에서 친구들과 살다가 접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 상황이 답답하기도 하고 이렇게 가다가 내가 점점 마르는 것 같아 참을 수가 없었는데 지나와보니 아무 것도 아니었다.


  과거를 더듬었다.

  서울, 서울이라는 단어는 내게 늘 꿈의 무대였다. 2015년 7월. 그 꿈의 무대에 올랐다. 서울 은평구, 오래된 빌라에서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꿋꿋하게 잘 이겨낼 줄 알았다. 뜨거운 청춘이라서 모든 지 잘 버틸 줄 알았다. 그러나 멀리 있는 남자친구, 함께 사는 데에 따른 친구들과의 마찰, 지독한 외로움……. 생각보다 크게 와 닿았고 견디지 못했다. 우연히도 2015년 12월 31일자로 구했던 일자리에서 계약 종료가 됐고, 그와 동시에 고향으로 훌쩍 내려왔다. 반년도 안 되는 시간에 나는 꺾였다.

  내려왔지만 굳이 공간에 얽매이지 않아도 내 꿈을 계속 키울 수 있을거라 여겼다. 생계를 유지하면서 꿈을 꾸기 위한 마지노선을 정했다. 주5일, 월급 150만원. 되도록이면 정시 출근과 퇴근이 정해지는 곳. 현실은 가혹했다. 사회가 기본이라 생각했던 조건들이 너에게 분이 넘쳐라고 말해줬을 때. 나는 월급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계약직을 구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또다시 깨달았다. 나는 지난 실패의 경험을 망각했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했구나.

  이렇게 시작된 생각에 나는 슬펐다.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고 나는 삶을 살아야하고 여러 문제들을 견뎌야 하고 운이 좋은 시기가 오면 해결해야 했다. 글을 쓰기 위해 유지했던 예민한 감각들은 나를 점점 지치게 만들었다. 모르는 사이, 무뎌졌고 둔해졌다. 또다시 자괴감이 드는 순간,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촌년들의 성공기> 서평단을 구한다는 글을 보았다. 

  '촌년'

  과거의 경험들이 되살아나면서 또다시 신청했다. 새로운 취직을 위해 한국사, 한국어 시험을 접수하여 준비하고 토익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이것저 저것 찾으면서 당분간 책을 끊자고 여겼는데. 실패를 겪었던 촌년은 하나의 희망을 보고 싶었고 홀린 듯이 서평단에 신청했다.

  생각보다 좋은 글이었다. 힘을 얻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내 인생의 판을 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른 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그녀들의 일화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았다. 여러 글귀 중에서 추리고 추렸다. 많이 추렸는데도 많다.





   약하다는 걸 숨기기 위해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가시를 곤두세우며 보낸 그런 시절이 있었기 떄문이란 걸. 나도 이런 내가 너무 싫었지만, 이런 나였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 그러니 우리는 너무 자신을 미워해서는 안 돼.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모습, 서투르고 한심하고 못나 빠진 그 모습이 결국은 나를 분발하게 하는 힘이니까.



  본래의 나와 남들에게 보여주는 나. 누구나 이런 두 개의 자아를 가지고 살아갈 거야. 하나의 자아는 커리어를 추구하고 성공을 위해 자신을 강하게 몰고 간다면, 또 다른 자아는 일상의 소중함을 추구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시간을 요구하지. 두 자아가 모두 다 소중하고 잘 돌봐야 할 대상인데, 현실은 자꾸만 한쪽 자아, 즉 보여 주는 자아에만 치중하도록 우리를 다그쳐.



  세상은 겸손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묵묵히 열심히 하다 보면 위에서 다 알아줄 거라고 말하지. 그런데 나는 처음부터 그 말을 믿지 않았어. 나 자신이 나를 열심히 팔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사려고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거든. 학점이나 토익·토플 성격이 높으면 뭐해. 그건 다들 하는 거잖아. 중요한 건 기회를 잡는 거야. 내가 있다는 걸 알리는 거야. "누가 할래?"라고 물을 때 "제가 할게요, 제가 잘해요!"라고 계속 말해야 해. 



  중요한 건 떠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 일감이 많지 않아서 생계가 힘들더라도, 스튜디오를 차렸다가 망했더라도, 명함도 돌리고 홍보도 하고, 심지어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라도 계속 기회를 찾아야 하지. 그렇게 버티다 보면 정말 기회가 올 거야. 



  현실이 매정할수록 우리에겐 판타지가 필요하니까. 그 판타지가 결국은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인생이 짧다고 말하지만 결코 짧지 않아. 지금 당장도 중요하지만, 끊임없이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설계해야 해.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5년 뒤, 10년 뒤에도 여전히 소중할까? 그때가 되어도 지금 하는 일을 계속 반복하며 살고 싶을까? 이런 질문에 '노'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면, 준비를 해야 해. 버리고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해. 하나를 버리고 새로우 하나를 얻기 위한 준비 기간이 바로 '지금'일지도 몰라. 



  웃기고 싶다는 것. 그건 곧 남의 마음을 얻고 싶다는 거야. 내 말과 행동에 상대방이 웃어주면 그 순간만큼은 그 사람의 마음이 나에게 왔다고 느끼지. 타인의 마음을 가져서 나를 채우는 기쁨. 그걸 느끼면 계속 웃기고 싶어져. PD가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야. 시청자의 마음을 얻는 것. 쉽지 않지만 바로 그 기쁨으로 계속하는 거지.



  세상 모든 직업들이 그렇듯, 꿈이 현실이 되었을 때 오히려 힘들고 고단한 길의 연속이 될 거라는 것을. 세상은 보이는 그림이 다가 아니며 그 이면에 피와 땀이 있다는 것을. 그때도 후회 안 할 자신이 거침없이 너의 길을 가라고 말해야겠지. 



  오히려 가난 속에서 사회가 돌아가는 개념도 익히고 생활력도 기르게 되지. 나는 내 청춘을 가난하게 보낸 덕분에 적은 돈을 쪼개서 쓰는 경제관념도 배웠고 저축도 할 줄 알게 되었어. 며칠 동안 라면만 먹어가며 돈을 아껴 정말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장만했을 때의 희열, 낡은 코트 한 벌로 겨울을 보내고 무지 보고 싶은 연극 공연 표를 사는 인내, 그런 걸 체득했어. 그래서 나는 지금도 나를 위해 뭔가 근사한 것을 하고 싶을 때면 뭔가 하나를 포기하는 습성이 있어. 좋은 것은 쉽게 가져서는 안 되는 거니까. 꿈꾸고 노력하여 가까스로 손에 넣어야 그 소중함을 사무치게 기억할테니까. 



  단, 뭔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말만은 꼭 해주고 싶어. 세상에 빠르게 가질 수 있는 것은 없어. 무엇이든 제대로 할 수 있게 되려면 적어도 3년, 길게는 5년에서 10년이란 시간이 필요해. 설사 시간 낭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해도 잘 견뎌야 해. 거기서 박차고 나오면 그거야말로 시간 낭비가 되고 말 테니까. 세상의 모든 전문가들은 바로 그 시간을 잘 견디고 올라선 사람들이야. 올라가면 알게 될 거야. 그 시간이 결코 허송세월이 아니었다는 것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몸에 스며들 듯이 필요한 모든 지식과 기술을 흡수했다는 것을.


지금, 바로 여기, 나는 깨달았고, 그래서 행복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나는 점점 나를 사랑할 수 있겠지.


  서울이라는 곳을 떠나오고 난 뒤, 1년 남짓. 생각보다 서울에서 살았다는 것에 대해서 벗어나기가 참 어렵다.

  그 공간에서 벗어나면서 나는 버티는 것에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핑계를 댔다. 외부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사실은 내부적인 요인 때문이 더 컸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는 서울에서 살았던 그 짧은 시간보다 배로 걸렸다. 그러자 마음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나는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는데. 다시 부정하려는 순간, 저 위의 글귀들이 마음에 참 와 닿았다. 어디에 있든 나는 떠나지 않았고 어디로 가려는가에 대해 명확했다.

 이 글들이 내게 다가온 것은 단순히 TV예능에서, 사진에서 유명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촌년들의 성공기>라는 책을 통해 가감없고 솔직하게 또한 진실되게 이야기를 해준 서수민, 조선희가 썼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촌년이라는 단어에서 이끌려 서평단을 신청에서 시작된 이 글. 오랜만에 슬픈 은평구가 아닌 희망에 부풀었던 나의 은평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뜨겁게 불타오를 줄만 알았던 청춘의 삶이 차가운 바람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된 지금 이 시기. 나와 함께 살았던 우리들도 잘 버텨 각자가 품고 있는 꿈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더 다가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