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책이다 -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이동진과 함께 읽는 책들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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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밤은 책이다



  책을 읽으려고 결심했다. 그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골라야한다. 그렇지만 세상엔 책이 너무 많고, 어떤 책들이 나한테 맞는지 잘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다음에...'라고 이어진다. 이러할 때, 여러분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바로 이동진 작가가 쓴 <밤은 책이다>이다. 이 책의 장점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짧지만 밀도 있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 대한 정보나 읽게 된 배경 등을 앞서 설명하고 책 구절을 중간에 배치하고 마지막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구성은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특히 같은 분야의 다른 책들과 차별화 되는 점은 상대적으로 책 구절을 '길게' 중간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이 책과 나의 호흡은 맞는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제목만 보고 흥미로워서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어려워서 접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다시 책과 멀어지게 되는데, 이 책을 통해 다른 책들을 접하게 된다면 이러한 상황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또한 이 책은 쌍방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물론, 직접적으로 대화를 하지는 않지만, 작가가 쓰는 구어체의 문장들은 마치 내게 말을 걸기도 하고 혹은 내가 가진 의문에 대해 같이 토론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가 던지는 주제 하나하나가 꽤나 흥미로워서 발목을 잡았다.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몇 개 옮겨본다.


  영화의 초창기에는 연기자들이 카메라 렌즈를 쳐다보는 게 금기시 되었지요. 어두운 극장 안에서 응시하는 관객들이 스크린 속 배우들과 눈이 마주치게 되면 당황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오늘날로 올수록 이전에는 확실하게 렌즈를 벗어난 곳을 바라보던 연기자들이 점점 더 카메라로 카메라를 쳐다보는 경우도 꽤 나오게 되었구요. 이건 현대인들에게 또바로 시선을 받아내는 것이 이제 더 이상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증거의 하나인 것일까요.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 영화속 배우들, 심지어 건물 곳곳의 CC-TV까지, 이제 우리의 일상은 시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를 부드럽게 응시할 때, 시선만큼 따뜻하게 느껴지는 게 또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럴 필요 없는 곳에서조차 만인이 만인에게 번득이는 시선을 내쏘고 있는 현대 사회에는 폭력적이고 무례한 시선들 또한 너무 많은 게 아닐까요. -p199


  신념이란 정치적 이상이나 숭고한 인류애처럼 웅대한 목표에 대해서만 발휘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실생활에서의 작은 습관이나 스타일을 지켜내는 데에도 신념이 필요할 떄가 있지요. 만인이 대중의 이름으로 그리고 상식이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취향에 개입하고 감시하는 일이 잦은 요즘 사회에서는 더 그럴지도 모릅니다. 신념이 없다면 여가시간에 어떤 취미를 즐길 것인가에서부터 직장에서 옷을 입는 방식까지, 그야말로 정체불명의 '보편적 양식'에 맞춰 살아가게 되기가 십상이니까요. -p204


  너무 많은 것들이 옭아매고 있는 현대사회에 대해 그만의 시선이 느껴져서 좋았던 문장들이다. 특히 신념이라는 단어는 그를 통해 매우 힘있게 다가왔다. 지금 이 순간, 이 사회에 가장 필요한 단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페이스북 등의 SNS를 보면 '어머~ 이건 꼭 사야 돼', '대학생이 되면 해야할 것들 5', '00지역에 가면 꼭 맛봐야할 집' 등 사소한 것들을 정해주는 콘텐츠들이 많다. 정보라고 하기엔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강요가 묻어나는 글들. 강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각자의 신념을 갖고 묵묵히 살아내는 것, 어떠한 신념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 그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행동이 아닐까. 여튼 이처럼 그와의 소통을 통해 공감하고 나만의 생각으로 확대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이것이 바로 책을 읽는 맛이 아닐까 싶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밤에 읽는 책을 가장 좋아한다.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는 시간,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 TV유혹도, 스마트폰 유혹도 쉽게 이겨낼 수 있는 시간. 이 시간을 아는 사람을 만나 즐거웠고, 이 시간에 읽을 수 있는 다른 책들을 만나게 해준 그에게 고마웠다.

  오늘, 무작정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면 이 책을 펼쳐보는 게 어떨까. 이 책을 통해 형성된 독서 마인드맵은 꽤 오랜시간 여러분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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