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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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순간의 차이



  나는 내 과거를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정확한 추억이라는 것은 존재할까. 예전부터 조금씩 키워온 의문이 요즘은 폭풍이 됐다. 매일 수십 번을 물어봐도 대답은 하나로 결정이 난다.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확한 추억은 없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발생됨과 동시에 온전히 내 것이 되기 때문이다. 내 것은 객관적이지 못하다. 마음 속 깊이 품으며 그동안 키워왔던 나만의 가치관과 주관적인 시선이 더해져 벌어진 일에 대해 기억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의 일에도 수많은 의견이 쏟아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은 늘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이고 누군가 내린 사건의 결과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한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라는 소설은 죽음을 통해서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친구(자기가 살해한)의 죽음, 아들의 죽음. 제 3자가 개입하기엔 두 사람의 줄다리기는 팽팽하다. 겉으로는 일방적으로 아주머니가 남자를 몰아세우는 것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그 반대였다. 이 소설을 다 읽고도 아직 남자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나 의심이 된다. 이처럼 작거나 크거나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 사람들의 관점으로 풀어내고 있다. 큰 보람의 이야기, 출판사, 아버지 등. 같은 경험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사회적 우위 혹은 도덕적 우위 등을 이용해서 상대적약자들을 깔아뭉갠다. 약자들은 마음 속의 응어리가 남게 되어 '사건'을 잊지 못하고, 원인제공자들은 '순간'을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우주의 알은 억울함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도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갈등이라고 생각하는 남자와 아주머니는 '사건'과 '사건'이 부딪혀 생긴 큰 소용돌이다. 부딪힌 것들끼리 서로가 '순간'이라고 생각하기엔 스스로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남자는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아주머니는 끊임없이 남자를 다시 사건으로 소환했고 한 사람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난 그런 적 없는데. 전혀 기억이 안나. 여자는 술잔을 든 채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있었다고 쳐. 그렇다 쳐도 그게 무슨 따야? (p157)

  누구나 과거의 상처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엄청난 용기로 그 상처를 떠올린다 해도, 내가 진실로 여기고 있는 기억 속, 사건에서는 항상 피해자로서 힘들어하는 나의 모습만 보인다. 그래서 그때를 떠올리면 불행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자들에 대한 미움이 커졌다.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누군가에게는 한 순간을 모면할려던 의미 없는 행동에 운 없이 걸린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설이 진행 될 수록 바뀌거나 드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인생 또한 그러지 않았을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누구도 미워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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