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위대함이 있는 곳
  이 책을 좋아하는 선배가 한 명 있다. 그 선배는 이 책을 극찬했다. 선배가 쓰는 소설 뿐만 아니라 선배의 인생도 위대한 개츠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선배의 소설은 이야기를 꾸려가는 힘의 맥락에서 꽤 닮고 싶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난 이 책을 읽으려고 벼르었다. 이 책을 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위대한 개츠비> 영화가 개봉을 하였고 개츠비 붐이 일어났다. 책을 읽든 읽지 않든 책과 관련된 사람과 관련된 곳에서 개츠비를 향해 열렬한 환호를 보냈었다. 나에게는 그 환호가 가식 같았다. 동요되고 싶지 않다는 이상한 핑계거리가 만들어지고 이 책을 외면하고 있었다. 마지막 여름방학이 시작 되고 집에서 하릴없이 뒹굴거리며 도서관에서 잔뜩 빌린 책들 속에서 예전에 샀던 개츠비가 떠올랐다. 일찍이 본 영화의 여운 때문인지, 개츠비를 좋아하는 선배가 떠올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책을 펼쳤다. 몇 번 읽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1장 초반을 지나자 책은 순식간에 읽혀졌다. 인물의 동선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도 몰랐다. 세계 1차대전을 지나고 대공황을 앞두고 있는 화려한 뉴욕, 물질만능주의가 최고로 꽃을 피웠던 시기, 그 한가운데에 놓여진 사람들. 그들의 관계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개츠비는 위대했다.
  위대, 순수한 의미로 위대했다고 할 수도 있고 반어적인 의미로 위대했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개츠비는 물질이 넘쳐흐르는 곳에서 자신만의 순정을 끝까지 지켜내었다. 그 모습이 바보같고 답답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 외골수적인 면모가 그를 위대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개츠비의 아이러니가 발견된다. 사실 정확한 개츠비는 알 수 없다. 그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없다. 책 속에 파도처럼 몰려나왔던 인물들은 개츠비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내고 품어내고 있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개츠비의 면모가 드러나지만 왠지 이것도 확실치 않을 것 같다는, 의문이 떨쳐지지 않는다.
   빵빵대는 클랙슨 소리는 크레셴도로 커져만 가고, 나는 몸을 돌려 잔디밭을 가로질러 집으로 향했다. 나는 뒤를 힐끗 돌아다보았다. 웨이퍼 과자 같은 달이 개츠비 저택을 비추고 있었다. 달빛은 아직 훤한 개츠비네 정원의 소음과 웃음소리보다 더 오래 살아남아 밤을 밝히고 있었다. 갑자기 창문과 커다란 문으로부터 공허함이 넘쳐나, 포치에 선 채 정중히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집주인의 실루엣에 완벽한 고독을 더했다. (p74)
  닉은 개츠비의 관찰자이다. 개츠비의 근처에서 화려한 삶과 고독한 삶을 보고 그를 기록으로 남겼다. 미국의 경제 대호황은 작품을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어주었다. 이면을 잘 드러내 줄 수 있는 배경, 그 배경 속에서 살았던 작가는 위대한 개츠비를 만들어내면서 어떤 생각을 했던 것일까. F.스콧 피츠제럴드도 만만찮은 삶을 살았다. 쉽지 않은 사랑과 사랑을 위해 살았던 작가와 개츠비는 많이 닮아있다. 어쩌면 작가는 과시하면서도 위로를 받고 싶은게 아니었을까. 쓸쓸함이 많이 묻어났던 소설이었다. 위대하지만, 위대함보다도 못한. 그러나 위대한. 단어 자체만으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어서 제법 멀어보이지만, 알고보면 위대함은 꿋꿋이 한 길을 걸은 사람 누구에게나 존재할 것이다. 사랑의 길을 걸었던 개츠비의 마지막이 행복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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