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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군화발 소리가 들린다. 신문기사를 통해서 일본은 요새 들어 점점 제국주의로 돌아가려고 하는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들을 수 있는 일본 관련 소식들이야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것들이지만ㅡ이것 역시 우리나라 언론 플레이에 녹아 있는 반일감정의 자극일 테지만ㅡ여하튼 그렇다.
우리나라는 근래에 무궁화 5호를 발사했다. 기존의 무궁화 위성과 달리 이번 5호는 군사용 위성통신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사실상 일본은 통신용 위성을 쏘아 올릴 수는 있지만 군사용 위성은 미국의 눈치를 봐서라도 쏘아 올릴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비록 휴전 중이라고는 하나 전시 중인 국가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일본의 경우 전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책의 내용에서도 나오는 헌법 9조 때문에 그렇다.
헌데 지금의 일본은 어떠한가. 단지 군사용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없다고 해서 그들이 아예 군사적 무방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게다가 자위대를 더 늘려야 한다니, 이지스함을 더욱 늘려야 한다니, 몇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더불어 우익단체의 과거에의 영광 회복이니 어쩌니 하는 것으로 시끌 시끌 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총리까지 바뀐 상황이다.
어찌 소설로만 치부할 수 있으랴. 마왕에서 흘러나오는 일본의 분위기는 지금 일본과 너무나 맞아 떨어져서 두렵기 까지 하다. 소설 속의 일본은 무료하면서도 무엇인가 변화와 궤를 달리하는 노선을 열망하는 한편 심리학에서 이르는 동조행동 혹은 확산효과를 타고서 집단의 광란 상태로 치닫고 있다.
이런 혼란스러운 가운데 형제가 있다. 형 안도와 동생 준야. 이 둘은 이렇게 극단적으로 흘러가는 일본의 시국을 두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 중에 하나이다.
내용은 대략 그렇다. 형 안도는 복화술을 동생 준야는 확률에의 초능력을 가지게 된다. 어디서 어떻게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어느 날 그냥 그렇게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현실에서의 개인은 하나의 잡초와도 같다. 민중은 힘을 가질 수 있지만, 개인은 그저 무력한 개인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무력한 개인이 힘을 갖게 되었을 때 사회는 어떻게 변하는 가.
위에서 말했듯 일본은 선거와 함께 자못 세기말의 색체를 띄고 있다. 우리나라가 한창 미선이 효순이 사건으로 반미주의가 확산되던 그 시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개인이 아닌 집단 최면효과로 인해서 미국인이라면 누구든지 미워하고, 지나가던 푸른눈의 백인에게 눈을 흘기고. 일본의 계속된 경제침체와 함께 변혁을 꿈꾸는 정치의 새람이 불어 닥치고 그 한 가운데 정치가 이누카이가 있다.
이야기는 셋의 아니, 개인과 체제 혹은 집단이라는 대결 구도 속에서 이루어진다. 얼핏보면 외롭고도 식상한 히어로의 개념을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주된 흐름은 우스꽝스럽고 어찌보면 기괴하기 까지 하다. 왜냐하면 슈퍼 히어로가 가진 능력은 고작 복화술과 1/10의 확률에의 승리이니까 말이다.
앞서 말했듯 집단에 있어서의 종속은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개개인은 착하고 좋은 사람일지라도 여러명이 뭉치고 하나의 목표가 생기게 되면 사람은 얼마든지 잔인해 질 수 있다. 인간의 역사를 되돌아 보더라도 그런 예시는 10가지도 넘게 금방 들 수 있다.
당신은 고개를 도리질 할지도 모른다. 그런 것은 전시 중의 특별한 상황에서나 나올 수 있는 일 아니냐고. 아니다. 아우슈비츠의 참혹함을 들지 않고서도 보여 줄 수 있는 예는 많다. 생활에서의 예를 들자면, 우리는 홈쇼핑 광고에서도 그런 집단 소속감의 안도감을 접할 수 있다. 몇 천개가 팔렸다. 혹은 집집 마다 이 물건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 중산층이라면 혹은 한국 사람이면 이 정도는 있어야 한다. 등등등. 이것들도 모두 집단에의 소속을 강요하는 홍보다. 알겠는가.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여기에 저기에 적을 두고, 그 안에서의 만족감을 위해서 금방 넘어가는 우매한 집단은 똑똑한 개인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집단의 최면에 걸리지 않도록 자신에게 '생각해, 생각해.'라는 주문을 거는 형 안도. 그는 복화술로서 파시즘의 부활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으로 이누카이를 나락으로 떨구려고 하지만 그것은 저지된다. 집단에서의 개인은 아무 힘이 없는, 초능력이 생겼을지라도 거대한 힘에 의해서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허나 그의 동생 준야는 다르다. 자신의 힘으로서 오로지 자신의 능력 하나로만 체제를 전복하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형으로 부터 한 발 나아가 자신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다른 거대한 체제를 만드려고 한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과연 누가 이길지, 개인이 함락되는 사회에서 개인이 창조한 또다른 체제로의 시작은 거창하지만 무섭기까지 하다.
작가는 현시대의 불안정한 모습을 세기말로서 그려내고 또 다른 개인의 미천함을 초능력이라는 발상으로 전환 시켰지만 결말은 보여주지 않는다. 술술 넘어가는 재미있는 알레고리적인 이야기에서 무엇을 발견하냐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형과 동생이 꾸미는 신명나는 세계의 재미난 모헙을 생각하는 사람은 읽고 나서 좀 후회를 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나서도 풀리지 않는 갈증을 풀어 놓는다. 왜 형과 동생은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하필이면 복화술과 내기 능력인지, 지배인은 대체 어떤 사람인지. 풀리지 않는 실마리들은 나로 하여금 내용에 끼워 맞추기 위해서 억지로 차용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심각한 주제를 이런 식으로 표현 할 수도 있구나 감탄은 했으나 다 읽고 나서의 거북함은 큰 사건도 큰 갈등도 없고 곧 하나의 모순ㅡ체제의 전복을 체제로 시작한다는ㅡ에의 봉착으로 귀결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