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변신 ㅣ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7월
평점 :
어느 날 일어났을 때 당신이 흉물스럽고 거대한 벌레로 변해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다리는 멋대로 움직이고 고개도 가눌 수 없고 역겨운 냄새가 풍기는 한 마리의 벌레로 그렇게 변신한 남자가 여기에 있다. 그는 아무런 영문도 모른다. 단지 빨리 일어나서 일을 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한 남자의 변신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충격적인 시작으로 운을 뗀 후, 이 소설은 주인공인 잠자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집의 가장이 벌레로 변신하고 가족들은 그를 대신해 생계수단을 꾸린다. 처음에 물었듯이 당신이 벌레로 변한다면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당신은 현실이 아닐 것이라 여기고 부정을 시작할 것이다. 허나 이 가족들은 다르다. 놀람은 잠시이고 즉각적으로 현실에 복귀한다. 한 남자의 변신을 허무할 정도로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다. 가족들은 일을 시작한다. 사업에 실패한 후 쓸쓸한 허울 좋은 가장으로 있던 아버지는 은행의 사환으로 취직을 하고 어머니는 바느질을 하며 여동생은 점원으로 취직을 한다. 그가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아버지는 서서히 가장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그는 점점 더 자신의 방으로만 몰두한다. 언뜻 그를 빼면 완벽하게 조화로운 가정으로 변모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작가는 한 인간의 변신을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고 있다. 여기서의 변신이란 현 사회에서의 '인간'에 대한 존재를 보여준다. 단순한 육체의 변태가 아닌 사회에서의 인간의 몰락을 말한다. 주인공은 벌레로 변신함으로써 부양능력을 읽고 주변인과의 소통이 단절되었다. 이는 가치에 따라 몰락하기도 하고 흥하기도 하는 인간의 군상이다. 곧 쓸모없이 다른 이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이미 인간이 아닌 한 마리의 벌레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존재 가치가 무엇으로 판단되고 있는지 드러낸다. 그것도 벌레로 변신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잠자가 벌레로 변신했다고 해서 인간이 아닐까? 아니다. 그는 아직도 여동생의 바이올린 연주에 감동을 받는, 지극히 감성적인 인간이다. 단지 그는 돈을 벌 수 없는, 일을 할 수 없는 비생산적인 인간일 뿐이다. 결국 그는 가족들의 외면으로 쓸쓸하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그는 꼼짝하지 않고 누워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가족은 언제 그런 존재가 있었냐는 듯이 화창한 날씨에 밖으로 소풍을 떠난다.
한 남자는 결국 죽고야 만다. 가족의 철저한 무관심을 통해서 그는 점점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잃고 퇴락한다. 그의 변신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가족을 위해서 그만두고 싶은 직장도 이를 악물며 다녔으나 부양능력 즉, 더 이상 가치 창출을 못하는 그는 가족에게서 추방되는 이 아이러니. 진정한 벌레는 가족이고 벌레의 형상을 한 주인공은 인간이다.
우리는 가끔 역 같은 곳에서 노숙자들을 볼 때가 있다.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은 가치 창출을 더 이상 못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주인공 잠자인 것이다. 어떤 이는 지나가며 대체 왜 우리의 세금으로 저런 사람들을 부양해야 하냐고 하고, 어떤 이는 저들이 미관을 상하게 한다고 하여 한 곳에 수용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그들을 한 마리의 벌레처럼 보고 있다. 그런데, 과연 단순한 가치의 유무로서 사람을 봐도 괜찮은 것일까? 우리도 실은 그 가족처럼 가치에만 급급해하는 진정한 벌레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