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다 - 신화 속에 감추어진 기이한 사랑의 이야기들
최복현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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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같은 저자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역시나 신화 그 중에서도 사랑이야기에 관한 책이었다. 이 책은 전의 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등장한 사랑이야기만을 묶었는데도 벌써 2권이 넘는다. 얼마나 시랑이야기가 많은가(제우스의 사랑이야기만 엮어도 책 2권은 가뿐하게 나오리라). 그만큼 신들의 세계에서도 사랑은 커다란 화두였던 것이다. 전지전능한 신들도 사랑에 안달복달하고 목메는 것이 한편으론 우습다. 하지만 신들의 이야기는 사실 사람의 이야기다. 정말로 올림포스의 12신이 있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신화를 엮고 만들고 다듬었을, 그리고 그것을 후대에 걸쳐 계속 전했던 것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것은 결국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금도 사랑 때문에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하지 않는가 말이다.

신화에서만이 아니라 주변에서도 언제나 사랑 때문에 고민하고 아파하고 병든 사람이 있다. 그러니 만물의 온 감정 중에서도 어찌 사랑이 가장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러한 사랑이야기가 한낱 우습게 여겨진다면 당장 이 책 덮어도 좋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가 또 사랑을 비웃고 깎아내릴 수 있겠는가. 그러니 인간 역사의 근원에 있는 신화 그 중에서도 가장 근원의 이야기인 사랑이야기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럼 내용으로 좀 더 들어가서, 이 책에는 전의 책에서는 다 하지 못했던 사랑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총 열아홉 개의 이야기다. 이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오리온과 아르테미스’를 꼽을 것이다. 여기에서 읽기 전부터 좋아했던 이야기였다. 아름답고 강한 인간 오리온과 역시 아름답고 강했던 여신 아르테미스의 사랑이야기이다. 익히 아는 것과 같이 아폴론의 간계로 제 손으로 연인을 죽이고 마는 아르테미스. 어찌나 절절한 사랑이던지 나는 오리온이 나중에 별이 되었다고 해도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자고로 옆에서 함께 하며 오래도록 있어야 더 행복하지 않은가. 처녀들의 신이기도 한 아르테미스에게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명부에까지 가서 아내를 구하려고 했던 오르페우스와 결국 돌이 된 에우리디케, 20년이라는 긴 여행을 마치고 마침내 돌아온 오디세우스와 그를 계속해서 기다린 페넬로페 등 연인들의 절절한 사랑들도 있다. 물론 에오스와 티토노스처럼 결국에는 파국으로 끝난 어이없는 사랑도 있고 말이다.

시대를 건너 아직까지도 익숙한 방식의 사랑이야기들. 물론 지금과 과정과 표현은 약간씩 다를 지라도 여전히 질투와 욕망들이 살아 숨 쉬는 신화를 읽으니 앞으로 또 다시 몇 천 년이 지나도 여전하겠구나 싶었다. 미래에도 연인과 사랑은 있을 테니 말이다.

결국 사람의 이야기가 사랑의 이야기이니 근원적으로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떠오른다. 신도 사람도 결국 혼자서는, 동굴에서만은 살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사랑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경험이 있을까. 갖가지 감정을 동시에 다 맛볼 수 있는 것이 사랑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좀 더 현명해지고 좀 더 인간답게, 신답게 되려고 사랑을 그토록 하는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익숙하던 익숙하지 않던 사랑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모두가 얻어가는 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전의 책인 《신화, 사랑을 이야기하다》와 같이 읽으면 더더욱 좋겠고 지금 우리가 쓰는 단어들의 어원이 되는 신들과 사랑이야기가 많으니 그걸 곱씹으며 읽어도 좋겠다. 단, 이 책들은 설명 위주로 간단하게 서술되어 있으니 좀 더 신들의 관계나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다른 책들을 찾아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 사랑이야기들만 모두 읽고 신들의 관계만 세워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거의 다 읽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아, 신들의 사랑이 그렇게도 많은 것은 사람이 사랑을 그렇게나 받고 싶어하는 존재라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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