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배우는 창조적 디자인 경영
이병욱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역시 옛말에 그른 말 하나 없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이 말은 이 책에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제는 세상이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고 심지어 보기에 좋지 않은 떡은 팔리지도 만들지도 않는 세상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저자는 어째서 이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은가를 설명해주고 있다. 보기에 좋은 떡은 단순히 미적인 측면만을 고려해서가 아니라, 먹는 사람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장 큰 예로 일본의 홋카이도에 있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들었다. 동물원을 생각해서 설계된 시스템이 아닌, 동물과 관람객의 입장을 생각해서 만들어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로 이 디자인, 보기 좋은 것은 사실 보는 사람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보는 사람의 입장을 보기 위해서는 눈높이를 맞춰야 할 테고 생각하는 것을 꿰뚫어봐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한 번에 쉽게 될 리 없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며 원활한 피드백과 그에 따른 수정을 거쳐 지금의 디자인, 보기 좋은 것과 보는 사람도 좋은 것이 탄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바로 디자인 경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디자인의 실체와 효용은 우리의 삶에 얼마나 다가와 있을까? 누구든 아름답고 좀 더 간편하면서도 기능은 전보다 나은 것을 원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전보다 좋은 것을 원하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이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인력이 필요하다. 신제품에는 언제나 제품의 새롭고도 좋은 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째서 어떤 제품은 약진을 하고 어떤 제품은 사장(死藏)을 면치 못하는가. 이 책의 위에서 제시된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한 답을 모두 제시하려 한다.

     아쉽게도 그래서인지 하나의 관통하는 맥이 없이 중구난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이야기를 쭉 들여다보면 이제까지 나왔던 ‘혁신적인’, ‘창조적인’, ‘새로운’ 등등의 수식어를 붙인 방법과 다를 바가 없다. 왜냐하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보는 사람이 있고 보기에 좋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단지 그것의 역점을 디자인이냐 방식이냐 하는 풀어쓰기 방법을 어디에 두느냐가 다를 뿐. 기존과 차별화된 디자인에의 역점에도 문제는 있다. 여러 가지 예와 풍부한 인용은 좋으나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나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를테면 이야기는 다 맞는데 이야기의 구성은 오히려 독자를 혼란스럽고 불편케 하는 것이다. 나는 분명히 지금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대해서 집중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스타벅스 신화가 튀어나오고 삼성이 튀어나오고 하는 식이다. 자연스럽게 맥이 있고 그 옆을 감싸며 예들이 있으면 좋으련만. 이 책은 어쩌면 디자인이라는 거대한 화두를 두고 디자인에 관련된 일화들과 중요한 점을 모두 모아다가 구슬 꿰기를 해서 내놓은 목걸이 같다. 비즈들은 서로 모양도 다르고 빛깔도 다르다. 하지만 모두 비즈다. 그러므로 한 실에 모두 묶어서 내놓은 것이다. 차라리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이야기를 다 풀어 놓고 그 뒤에 차근차근 정리해서 단계와 관계를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일례들을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에 관해서는 나 역시 문외한이고 아는 바가 없어 어떤 것이 기업 경영에의 디자인이며 역점을 두는 포인트라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하지만 내가 경제 경영에도 게다가 디자인에도 문외한이라서 단지 디자인 경영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다른 경영과는 어떠한 차별을 가지는지,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영인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디자인 경영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가도,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기라는 말인 것 같은 정리되지 않은 정보의 홍수 속에 난파된 기분이다. 이 책의 제목을 차라리 『창조적 디자인과 경영』이었더라면 좀 더 나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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