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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간의 동행 - 당신의 삶을 빛나는 명작으로 만드는
토머스 킨케이드 지음, 황진아 옮김 / 비전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유명인사의 이야기는 들을 가치가 있다. 반대로 유명하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가 들을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이야기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열려 있다면 자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선별해서 들을 수 있을 것이며 작은 조언이라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을 것이다. 하여간에 유명인사의 이야기라면 사실 좀 입맛이 다셔지는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저 사람은 사회적으로 명성을 쌓고 부를 축적했을까 하는 궁금함이 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노력했을 테고, 남들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욱 철저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게 실제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자서전을 읽거나 이야기를 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 책에 흥미를 가지고 보았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쉬워도 그것을 제대로 전달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토머스 킨케이드의 이 책은 어쩌면 약간 실패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서론에서 한 이야기에 대해서 계속 중요한 것은 반복하는 것은 알겠지만 거기에는 정작 경험에 담긴 진솔한 이야기는 부족하고 실교조의 무한 반복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알겠지만 좋은 말도 두 번 이상 들으면 질리는 게 사람 마음인데 말이다. 진솔한 이야기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 것은 어쩌면 특유의 문체 문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성스러운, 충만한 등등 ‘창조적인’이라는 테마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러한 모호한 형용사로만 시종일관 치장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때에 느껴지는 감정이 충만하고 성스러웠다고 말하면 어떻게 공감을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구체적인 이야기와 상황이 많아도 그런 추우우웅마아만한 느낌을 나눌 수 있을까 말까한데. 어떤 무형(창조성)이 충만한 삶을 살라고 충고하면서 어떻게 할 수 있냐고 물으니 거기에 무형(아주, 충만한 느낌과 성스러운 느낌)을 느끼면서 살라는 대답이다.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
이 책 다른 자기계발서와 비교해서 더 나은 점은 토머스 킨케이드의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것밖에는 없는 것 같다.(책은 아주 예쁘게 잘 만들어졌다) 창조적인 삶을 살자는 슬로건은 이미 진부하다. 거기에 덧붙인 설명은 애매모호하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비종교인이나 기독교 이외의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 안 먹힐 요지마저 농후하다. 겉은 약간의 차별성, 이를테면 삽화나 토마스 킨케이드가 화가라는 점을 내세우고 속은 자기계발서의 공식을 답습했으며 마지막으로 그마저도 명쾌한 맛이 없다.
하지만 다른 강점은 읽으면서 하나 예상치 못하게 찾아냈다. 그건 예술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 쑥스럽지만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토머스 킨케이드의 글에서 예술가가 가져야 할 고집스러움을 보았다. 게다가 누구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고 공간이 필요하다. 거기는 스스로와의 싸움을 해야 하는 치열한 곳이다. 누구나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면 모두가 화가일 것이고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면 모두가 작가일 것이다. 거기에는 창조성이 말 그대로 반짝여도 자기와의 싸움에서 지면 스스로의 세계에 매몰되고 마는 곳이다. 그러한 곳에서도 뚝심 있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은근함과 고집스러움이 토머스 킨케이드에게는 있었던 것이다. 분명 이 책을 놓지 않고 끝까지 읽었던 이유는 이러한 진솔한 삶에서 우러나는 것들이 그래도 나에게 꽤나 시간 들일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스스로의 N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듯 하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모두가 다른 삶을 살아간다. 세상에 꼭 같은 삶이란 없다. 그러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이 책에서 어떤 것을 가져갔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몰두할 수 있는 대상, 밀고나가는 뚝심. 바로 그것이 이 책이 나에게 새삼스럽게 깨우쳐준 것이었다. 자신 만의 N을 찾고 거기에 몰두하고 밀고나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