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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 손명희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 살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요즘 유난히 범죄 관련 영화나 드라마가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연쇄살인에 관한 영상물은 그 전례가 없을 정도로 거의 쏟아져 나온다는 표현에 가깝게 나오고 있다. 사람을 죽이는 이유도 가지가지이며, 그 명분 또한 각양각색이라 혹여 살인이 너무나 쉽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살인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너무나 멋진 주인공들 아니던가. 전에 주로 스크린에서 이루어지는 살인의 경우 거의가 공포라는 장르, 그것도 특히 슬래셔 무비에서 자주 등장했었다. 여기서 등장하는 살인마는 100% 현실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가상의 인물에 가까웠고 대중에게 던지는 공포의 코드도 잔인함과 명분 없는 무차별적인 살인에 의한 공포였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등장하는 살인의 종류는 대게 그 명분이 뚜렷하고 연쇄적이라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연쇄 살인의 경우 이 책에서 나온 것과 같이 지능형과 우발적인 형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 주로 영상물에서 등장하는 살인의 경우 지능형이다. 스릴러를 가미해서 형사와의 격돌이 흥미롭게 그려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살인자의 명분이 대의명분과 함께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흥미 위주로 살인을 보는 것과 이의 결말이 오로지 권선징악에 있지 않는 것에 대해서 성토하자는 것이 아니다.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대중에 대한 무차별적인 증오에 의한 살인부터 동기화가 단순한 우발적인 살인에 이르기까지 그 면면이 끔직한 사건들이 사회에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는 가운데 어째서 우리는 텔레비전과 스크린에서 쏟아지는 살인에는 둔감한가.
첫 번째 이유로는 물론 그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에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도, 영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이나 살인의 추억에서 나왔던 것은 실화임을 감안하면 그리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두 번째 이유로는 사람들의 감각이 이제는 살인이 아니면 동하지 않을 정도로 무뎌진 탓이다. 매스미디어에 둔감해진 사회라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더욱 더 흥미와 자극 위주의 소재가 아니면 쏟아지는 영상물 가운데 이목을 끌 수 없는 바, 드디어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이라는 소재가 그 대열의 앞을 꿰찼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마저 이제는 소재라는 것에 집중하여 오히려 살인 그 자체의 등장은 식상해진 탓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둔감이 지속되면 자칫 살인 자체에도 둔감 혹은 명분 제시를 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인의 면면을 정당화하고 미화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흥미 위주로 혹은 살인의 방법이나 유명한 살인마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을 덮으면 살인은 실제이며 영상과는 다르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살인마들과의 대담으로 말미암아 그들의 면면을 분석하고 프로파일링의 기초를 세웠다. 하지만 아니, 어쩌면 너무나도 회의적인 반응일지 모르겠으나 이러한 분석의 적중률이 높다고는 하나 이것 역시 완벽한 수사 방법은 아니다. 게다가 우발적인 살인에 있어서 모두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은 아니며 지능형 범죄라도 일상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사람이 저지를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에서도 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이러한 기술에서의 문제점이라면 분석의 표준편차에 따라서 사람을 분류하고 표준화한다는 데에 있다. 이는 자칫 개인의 삶을 재단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실제로도 저자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치더라도 대부분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했으며, 살인을 할지 안 할지에 관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 선별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내가 집중하고 싶은 것은 위에서 장황하게 늘어놓았던 대부분의 내용이 실제적으로 벌어지는 살인의 모습을 봄으로써 공포감을 가지자는 것이 아니며 특정 부류의 사람을 살인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사람으로 낙인을 찍자는 것도 아니다. 책에서의 집중된 이야기가 프로파일링일지라도 바탕은, 살인에 대한 경외감도 공포심도 아닌 실제적으로 일어난 일이고 막아야 할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에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희대의 살인마에 대한 소개는 사실 살인마가 저질렀던 살인을 소개하는 것과 같다. 영상에서 나오는 그저 끔찍한 사건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살인은 그 이면에 감추어진,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극단적인 한 삶이 등장한다. 그것은 찬양 혹은 명분 제시 등과 같은 여타의 주석을 달 수 없는 행위이다. 가해자의 극악무도함 혹은 피해자에 대한 연민으로 살인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살인 그 자체가 가지는 내러티브만으로도 이유가 될 수 있음이다.
지나치게 원론적인 이야기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리지 않으면 그 기차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살인의 실제를 들여다봄으로써 살인 자체에 대한 인식이 흥미 위주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