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담은 어쩌면 가장 은밀한 수다일지도 모른다. 여행에서 보고 느끼고 맛 보고한 것들을 그대로 옮겨 적을 때 그 사람의 생각과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 나오니까. 같은 절벽을 보더라도 ‘이곳에서 사람들이 참 많이 자살했겠네’ 하는 사람과 ‘이 절벽에서 누구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겠지’ 하는 사람과의 차이는 그 절벽이 가팔라서가 아니다. 순전히 그 절벽에 서 있는 사람의 의식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감상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천천히 그 사람 자체를 건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 책 『오! 수다』는 저자인 오쿠다 히데오 개인을 알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두른 여행이든 오랫동안 준비했던 여행이든 여행지에서 누리는 기쁨은 꼭 같다. 새로운 것들과 기대가 뒤섞여 평소의 모습은 잊고 갑판에서 춤을 추는 그런 여행이 주는 자유. 그걸 누리기 위해서 오늘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 작가는 시종일관 우리에게 수다를 떤다. 이 수다스러운 사람이 작가가 된 것은 필연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대체 무엇이 되었을까. 나는 상상할 수도 없다. 여행지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일단 먹고 남들처럼 활기차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느슨해진 상태로, 작가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건 위에서 말했듯 순전히 개인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나 감상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 그 여행지에 가서 느낀 점과 있었던 일을 제멋대로 풀어놓은 이야기다. 두서도 없고 주제도 없고 감동도 없다. 그저 한 사람의 끝이 없는 수다를 읽어가다 보면 “아! 이 사람,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어떨 때는 자신의 소설 『공중그네』에서 나왔던 이라부 같은 모습으로 말을 늘어놓고 어쩔 줄 몰라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분명히 개인의 모습에서 그런 재미있는 캐릭터가 나왔구나 싶다. 겁도 많고 엄살도 많고 엉뚱한 순간에 몽상을 하는가 하면 질투도 하고 진심으로 감동 받기도 잘 하는. 이 감정이 변화무쌍한 사람이 바로 오쿠다 히데오.


   어쩌면 이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책일지도 모른다. 그저 한 사람이 늘어놓는 공감대를 얻기는 템포가 너무 빠른 이 수다가 단순한 수다로 여겨지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라는 말이다. 하지만 작가 개인의 팬이라면, 중년 남성의 허물을 벗는 모습들을 좋아한다면 이 책은 재미있는 책이다. 흥미 있는 점이라면 토박이 일본인이 느끼는 우리나라 부산의 감상을 엿볼 수 있다는 것. 이제 휴가철이고 한 번 밖으로는 나가야 싶겠다 싶은 분들은 이 책 읽어보시고 여행에서 망가지는 방법도 습득하시길. 일본의 식문화도 한몫하고 있으니 미각을 일깨우는 것도 한몫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번역은 순전히 직역이었는데 거슬리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았다. 약간의 의역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음식 이름은 모두 고유명사 표시한 것은 좋았지만 지나친 역주도 약간 거슬린다. 자세한 정보를 습득하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환영했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적하고 싶은 점이 하나 있다면, 오쿠다 히데오가 말했던 영화나 노래의 제목은 모두 원제가 붙었는데 그 중에 하나인 <바다 위의 피아니스트>라고 말했던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피아니스트의 전설>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고 원제는 <The Legend Of 190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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