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공포소설이 가지고 있는 최대 강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폐부를 찌르는 것에 있다. 암묵적으로 우리가 가진 은폐된 것들을 철저하게 까발리는 상황. 그리고 그 안에서 극도로 표출되는 사건과 선택의 갈림길 혹은 선택의 무의미들. 저변에 깔린 금기시하는 것들과 떠올리기 싫어하는 것들이 내 앞에 놓여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없다.

   나는 처음 이 소설이 장편 소설인줄 알았다. 원래 일본소설은 많이 읽지 않는 편이라 그저 천재작가라는 타이틀에 못 이겨 고른 것이다. 하지만 읽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그 동안에 내가 느낀 일본의 감수성이란 약간은 극성스럽고 너무 붕 뜬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이 소설 읽고 조금 생각을 바꿨다. 만만치 않은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책을 읽으면서 한밤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는 말도 보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어딘가에 갇히거나 좇기고 있다거나 두려워하는 것이 실체화 되었다거나 이러저러한 방법의 공포의 기술은 많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가진 코드를 집어내자면 그것은 그 모두가 우리가 무서워하던 어떤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 굳이 프로이트까지 들먹이면서 말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금기시된 인간이 가진 욕망과 그 끝이 언제고 공포에 살아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오래된 터부로써 만지기만 해도 옮을 것 같은 질병과도 같은 공포이다. 그리고 이 소설 안에서 그것들은 은밀하고 때로는 대담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알 수 없는 곳으로의 유배, 실체화된 어둠, 불가피한 선택.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면서 좁게는 항상 겪는 선택과 따돌림과 은폐와 불안 등을 극대화한 것과 같다. 그러니 감정이입을 하고 주인공의 선택과 상황을 따라가 보자.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다. 여름철에 목에 달라붙는 머리카락과도 같이 떼어내 버리고 싶지만 정작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스멀스멀거리는 기분 나쁜 느낌. 바로 그것이다. 설혹 그 머리카락을 어떻게 해서든 떼어냈다 하더라도 붙어있었을 때의 느낌은 고스란히 남아서 몸서리치게 만드는 그 무엇. 우리가 감추고 들추기 싫어하는 어떤 것들. 대면하기 두려워하는 진실들. 공포는 바로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다.

   한밤이든 한낮이든 부담 없이 책장을 펼칠 수는 있겠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보건 간에 그것은 주인공 혼자만이 가진 공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 그건 인간이 가진 모습이기도 하고 어쩌면 우리도 당장 겪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교묘하게 포장된 길을 걸으면서 이세상이 과연 진짜일까? 하는 작은 의문만으로도 전복될 수 있는 것이 당신의 세계라면, 이 안에서 펼쳐지는 세계는 아무리 온힘을 다해서 거짓이라고 부정해도 눈앞에 다가온 세계다. 그러니까, 환상과도 같은 세계에서 벌어지는 있을 법한 일들이기에 더더욱 공포는 공포로 다가온다.

   잠시 현실을 잊거나, 잠시 현실을 깨우치고 싶은 사람은 공포를 보라. 그 안에서 불가해한 욕망과 허상을 경험할수록 지금 당신이 누워있는 침대가 불편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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