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 나보다 잘난 너를 왜 미워하는가? 우리를 지배하는 7가지 욕망의 심리학 1
조지프 엡스타인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누군가를 항상 미워한다. 물론 그것은 나에게 나쁜 짓을 한 사람에게 향한 미움일 수도 있고 혹은 나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향한 미움일 수도 있다. 원인이 없는 미움은 어째서 나를 괴롭히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에게 내제된 ‘시기’ 때문이다. 나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데도, 준 것 없이 미운 사람. 시기라는 마음은 자신이 만들어낸 미움이며 심지어 자기 자신이 시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 눈치 채지 못한다.

   누구나 시기를 한다. 그것은 당연하다. 신화에서 헤라는 아름다운 아프로디테를 시기하고 아프로디테는 에로스가 사랑하는 프쉬케를 시기한다. 이렇게도 시기는 오래된 마음이다. 오래된 만큼 사람들은 그 시기가 너무나 가까이 있기에 얼마나 나쁜 것인지도 알지 못한다. 위에서 말했듯 눈치 채기도 힘든 시기이기에 더더군다나 시기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다. 그 시기하는 마음을 우리는 알아채도 토로하지 못한다. 스스로가 시기하는 자신의 모습이 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기는 다른 욕망들에 비하여 더욱 은밀하고 더욱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 책에 그러한 시기에 대한 많은 예를 보여준다. 소설 속의 대사 속에서, 캐릭터의 모습에서 우리는 시기를 읽는다. 시기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치명적이다. 자신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는 시기를 깊은 곳에서 키운다. ‘나는 이러한데 남들은 어째서?’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결국에는 너를 파멸하기 위해서라면 나도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하는 것이 바로 시기인 것이다. 시기하는 마음을 가짐으로써 대상자를 따라잡기 위해서 노력하는, 발전적으로 작용하는 시기는 그 수가 매우 적다. 보통의 시기는 그가 너무도 싫고, 나의 비참함은 상대적으로 상승하며 결국에는 그를 끌어내리는 것으로 만족을 삼는데 까지 이른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은 곧 사촌이 산 땅을 잃었으면 하는 것과도 같다. 외제차를 몰고 다니던 사람이 교통사고로 외제차가 박살이 나면 왠지 모르게 꼬시다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심지어 시기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에게 향하는 분노로까지 이어진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에서 한창 홍역을 앓고 있는 악플이 그 예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의 병을 키우는 이러한 시기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쉽게도 책에서는 시기와 우리가 싸워야 하는 이유는 담겨 있지만 그에 대처하는 방법은 담고 있지 않다. 아마도 그것은 시기라는 것은 인간의 본성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치료해야하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시기가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스스로를 면밀하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시기를 끄집어내서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제까지 나는 대략적으로 이 책에서 나오는 시기의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한마디의 충언(?)을 하고자 한다. 그것은 이 책에서 느꼈던 일말의 아쉬움이다. 이 책은 쉽다. 정신분석학적인 지식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저자는 시기라는 마음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으면 그것을 위해서 여러 가지 예를 들고 있다. 나는 여기에서 아쉬움을 느꼈다. 저자의 개인적인 칼럼과도 같은 느낌이기에 내가 기대했던 진지했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 예라는 것도 간혹 이치에 맞지 않는, 그러니까 과도하게 해석된 예도 있다. 유대인과 미국에 관한 시기가 그 예인데 이로써 나는 이 책이 충분히 저자의 팔 안에서만 살아 숨쉬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견으로만 시기라는 것을 판단하기는 아쉬우며 단순히 시기의 감정을 쓴 문학작품의 예만을 충족함으로써 시기가 가지고 있는 본래적인 마음은 추측되거나 한 것으로만 보인다. 물론 이 책이 본격적인 심리학 저서임을 바랐던 나에게만 아쉬운 점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책은 쉽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를 사로잡는 ‘시기’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