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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나의 여행
임영신 지음 / 소나무 / 2006년 9월
평점 :
책을 읽으면서 울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도 전쟁은 무섭고도 아픈 것이었다.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에 전쟁의 공포에 나는 그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왜 사람들은 서로 죽고 죽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한 쪽에서는 평화를 외치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살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그 가운데에 부모 잃은 아이들은 울고 있다.
가끔 명동에 가면 거리에 세워진 게시판에 북한 어린이들의 참상이 담긴 글들을 볼 수 있다. 당신은 그 글을 그냥 무심히 보고 넘기는가?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해서 아무렇지도 않은가? 아니면 그들을 보고 눈시울을 적시는가? 그리고 몇분 가지 못해 잊고 마는가? 전자든 후자든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외면한 것과도 같다. 하지만 글에서는 아픈 사람들을 보고 우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시작이라고 했다.
평화의 시작은 작은 마음이고, 그것을 잊지 않고 행동하는 것은 평화로 향하는 발걸음이다.
나는 평화주의자다. 이 책을 읽은 다음에는 이 말하기가 얼마나 쑥쓰러운지 모르겠다. 사실 나는 평화주의자인 채하는 측은한 마음을 가진 한 사람일 뿐이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그저 고개 돌리고 마는 사람인 것이다.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차이는 천양지차. 그래서 나는 평화주의자일 수 없다.
저자 임영신은 주부이자 어머니인데도 불구하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평화의 증인이 되었다. 헌데 나는 일신이 자유로운 학생인 뿐인데도 그런 행동을 마음 먹은 적이 없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가.
책에서 등장하는 탄피들의 무더기 속에 제 몸뚱아리만한 탄약을 들고 있는 아이, 전쟁이 내일인데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해맑게 웃고 있는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다. 단지 어디에서 태어나고, 어디에서 살기 때문에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시시각각 조여오는 전쟁의 장막 아래에 놓여 있는 것이다. 좌시하고 그대로 넘기기엔 너무나도 슬프다. 그래서 저자가 발벗고 그것을 책으로 내고 우리에게 알리려고 한 것일 게다.
나는 단지 우리가 편하게 살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눈을 돌리고 하자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어렵든 우리가 편하든 같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고통 당하고 있는 것 자체를 조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평화로 가는 길에 나에게 있어서 모자른 것을 알았다. 거창한 여행도 말도 필요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으로 용기를 내는 것 자체가 평화임을 알았다. 그래서 이런 책을 내준 저자에게 감사하고 또한 이 책을 내가 읽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평화가 길입니다.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올해가 가진 전에 나도 그 평화의 길에 서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측은하게 동정과 연민의 시선 만으로는 아무 것도 이루어 지지 않음을, 작은 빵과 동전 만으로 이루어 질 일이 아님을, 나는 알았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