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풍경을 상상해 보았다. 사람들이 가득한 광장에 홀로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은 항상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당연하게 보고 또 지나치는 것. 바로 그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풍경이었다. 그래서 사실은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그토록 무덤덤하게 사람을 관조할 수 있을까, 마치 풍경 보듯이 하나의 연민도 동경도 없이 볼 수 있을까. 나는 궁금했다.

 하지만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에 나는 내가 상상했던 그 사람풍경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여행기에 있어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그냥 관조하는 자세에서 본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내가 흠뻑 빠지고 취하고 또한 함께 되어 이루어진 풍경이었다. 마치 한여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눈을 감고 스르륵 자연 속으로 빠져 버리는 그런 풍경.

 이 책은 간단하게 말하면 정신분석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감정들에 대해서 간단한 예를 들어서 설명해주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정신분석학이라 함은 지그문트 프로이트로 부터 시작해서 칼 융, 자크 라캉, 줄리아 크리스테바 등등 많은 유명 학자들의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그렇게 우리의 실생활에서 멀리 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내향, 외향 혹은 컴플렉스 등의 용어들은 사실 정신분석학의 기본 중에 기본이 되는 용어들 중에 하나니까 말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책을 시작할 때 거부감 보다는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수 많은 인파들이 지니고 있고 어제도 내가 고민 했던 수만 갈래 심연의 늪은 많이 파해치고 또 파해친다고 해서 쉽게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다. 한편 우리가 정신분석학의 기본 요체를 배우게 됨으로 해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단순한 지식으로 밖에 치부할 수 있나. 바로 이 점에 포인트를 맞추면 얼추 이 책에 대한 감이 번듯해진다.

 직접 발로 움직이고 또한 깊이 느낀 것들은 단순 지식에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접목 시키고 쉽게 해설 해준다는 점에 있어 <사람풍경>은 우리에게 지식과 경험에 미루어 비추어 볼 수 있는 혜안을 얻게 해준다. 실로 막강한 힘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에 의해서 무의식의 발현을 분류하고 가두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참으로 많은 사람을 만났고 이야기 상 불필요한 부분도 있었기에 그들의 면면에 대해서 깊이 성찰했던 부분을 쓰지 못했지도 모르겠다. 허나, 나는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보건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접목하는 것은 분명히 사고적인 측면에 있어서 어느 정도는 규정화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심리학적 수학을 한 사람은 그 쪽 시각으로 풀어 가려고 하고 인문학적 수학을 한 사람은 그 쪽 시각으로 풀어 가려고 하는 이른바 각각의 지식의 범위 내에서 사고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좋은 이야기와 쉬운 해설 속에서 사람을 볼 수 있는 방법이 꼭 심리학적인 측면 만을 강조한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요컨데 심리학은 인간의 무의식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굉장히 성과가 있는 학문일지는 모르나 개개인의 사람을 설명하기에는 턱 없이 모자르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 있어 <사람풍경>은 단순히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면면을 그저 설명하기 위해서 끌어들이는 나열식의 채택이 아니었나 싶다. 소주제에 대한 설명을 위한 예시들은 인위적인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꼭 한 번 생각해봐야할 것이 있다. 과연 우리는 심리학에 대해서 배워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이다. 만약에 이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없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이는 또한 무슨 감정을 느낄 때에 이것은 구강기의 혹은 항문기의 단절이니 거세공포증이니 이런 식의 설명 밖에 하지 못하고 단순 지식의 접목에 그쳐버릴 수도 있어 두렵다. 인간의 무의식의 발현에 의한 병리적 성격을 구분하는데에 있어서는 분명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허나 나는 상기했듯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타인을 보는 시각에서 심리학에 의존하고 또한 분류하는 것은 피해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궁극적으로 사람을 위한 것은 사람을 위해서 쓰여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나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전시적인 느낌이 드는 풍경이 아닌 약동하는 풍경이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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