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시사회를 갔다가 끝나고 오는 길에 고양이를 봤다.
사실 난 원래 고양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과거 어르신들이 하시던...
고양이는 요물이라는 말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었기에 -_-...
그런데 그날 본 고양이는 너무 귀여웠다.
그 밤거리. 사람들이 오가는 인도 한 복판에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을 구경하던 고양이.
길고양이는 아닌 것 같고..근처 가게에서 키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내가 꽤 오래 그 고양이랑 있었는데..
그 오랜 시간동안 아무도 찾질 않는 걸로 보아 그냥 떠돌이고양이 같기도 하고..
암튼 난 그 고양이를 본 순간 들고 있던 카메라를 꺼냈다.
젠장.
플래시를 안 챙겨왔다.
어쩔 수 없이 어두운상태로 부랴부랴 셧터를 끊었다.
아무튼간에 그 고양이는 겁나 하얗고 겁나 깨끗하고 겁나 예뻤다.
게다가 겁나 애교도 많았다.
사진 찍을라 그러니까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고..
사진 찍고 초점 맞추는 사이에 엥겨붙다가..
다시 찍으려고 하면 포즈 취하고..
카메라에 달린 줄 잡으려고 깡총깡총 뛰고..
그 모습이 귀여워서 살짝 일어나니까..
더 높아진 줄을 잡으려고 아둥바둥 뛰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머리부터 해서 등 쓰다듬으니까..
막 눈 살짝 찡그리면서 아늑한 표정 짓고...
아쉬운 마음 뒤로한 채 가려고 하니까 막 가랑이 사이를 파고들더니
한쪽 다리를 빙글빙글 맴돌면서 걷기 힘들게 하고..
또 한 걸으 떼면 따라오려고 하고..
정말 뻑갔다!!
그러다 술 취한 아저씨들이 오라고 손짓하니까 후다닥 도망가면서 나무 위로 올라 탔는데..
그것도 굉장히 날렵하고 귀여웠다.
겁에 질린 그 모습도 어찌나 예뻐보이던지..
달래면서 이리 오라고 손짓했더니.
막 두리번두리번 눈치 보다가 살금살금 다가오더니..
아까 했던 것처럼 막 부비부비대면서 애교부리고...
플래시가 없었기에 새하얗고 뽀송뽀송한 자태를 찍지 못한 것이 안타깝지만...
뭐 플래시 터트렸다가 놀라서 도망갔을지도 모를 일이니..
이렇게 좀 부족한 사진으로나마 그 고양이를 기억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내게 20여년 가까이 잡혀 있던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싹 날려버린 고양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하나의 인연이 이루어지려면 수많은 과거의 인연이 있었어야 한다는데..
저 녀석과 나와의 인연은 어떠한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