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아날로그

어렸을 때 명절이 되면 텔레비전에서는 늘 화려한 마술쇼를 보여주었던 것이 생각난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찾았던 놀이공원에서도, 어린이 뮤지컬에서도 마법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였다. 그런 마법, 매직은 마치 신데렐라의 동화 속에서 12시를 넘긴 호박마차처럼 21세기에는 그 효력을 상실한 듯하다. 이제 더 이상 우리는 마술쇼를 관람하러 가지도, 마술사 앞에서 환호하지도 않는다. 그러기에 10년 전 나의 여고시절을 풍미했던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시 보러 가면서도 너무 시시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도 해리포터는 아날로그적 동화의 요소를 아직 버리지 않고 있었다. 마법의 주문, 순간 이동, 지팡이의 사용 등 너무나 뻔하고 유치한 장치들이지만 오랜만에 긴장을 놓고 편히 관람할 수 있었다. 아니, 사실은 초등학교 입학하고 처음으로 신밧드의 모험을 탈 때처럼 여린 긴장감을 놓을 수는 없었다. 뻔한 장면에서 놀라고 탄성이 나오는 것은 인위적이지 않은 천진함 같은 것이랄까. 덕분에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는 회전목마와 바이킹 사이에서 적당한 유희를 즐기고 나온 어린애의 마음을 잠시 가질 수 있었다.

마법사들의 이야기이지만, 그들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말 마법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힘들고 어려워도 그 과정을 직접 하려고 한다. 검을 구하려는 해리가 그랬고, 요정을 묻어주려는 해리가 그랬다. 행운을 바랄 수도, 기적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결국에 그 마법을 완성시키는 것은 결국 개인의 노력임을, 이런 착한 교훈을 주는 동화 같은 영화로 올 한해를 마무리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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