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2주

 

 

 

 

 

 

 




'처음'이라는 단어는 어떤 말과 결합할지라도 신선하고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첫 직장, 첫 월급 등의 단어가 안겨주는 시작이라는 설레임도 과히 나쁘지 않다. 첫사랑은 어떤가. 첫사랑을 돌이켜보면 문득 수줍어지기도, 어색해지기도, 그리고 지금의 내가 초라해지기도 한다. 첫사랑과 함께 가졌던 꿈과 희망의 부피는 첫사랑의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차츰 바람 빠진 풍선처럼 제 크기를 찾아가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난 지금도 첫사랑을 주제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면 박완서 씨의 '그 남자네 집' 소설 속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맴돈다. 박완서씨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인데, 잦은 세탁으로 옷 색깔이 바래질 정도로 그녀의 문학에서 자주 등장한 소재이기도 하다. 그녀의 이야기 속 첫사랑이 아주 멋있지도, 그들의 사랑이 아주 로맨틱한 것도 아니었는데, 무지하고 바보 같고 아무 맛도 없을 것 같은 것이 또 오히려 첫사랑을 지극히 잘 표현한 것 같아서이다. 무채색 같은 사랑도 첫사랑이라 명명되는 순간 도리어 총천연색의 옷을 입게 되는 것은 아닌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는 누구에게나 소설 같은 첫사랑의 순간들이 있으니 말이다.



사실 요즘 내 또래의 세대는 첫사랑 찾는 것이 너무나 쉽고 우스워서 오히려 감추고 싶고 비밀로 간직하고 싶은 욕망을 지키기 어려운 때이다. 게다가 메일 계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십년 전 쯤의 아이러브스쿨이나 다모임 등의 인터넷사이트를 통해서 동창 찾기 등의 서비스를 통해 첫사랑과 이미 연락해 봤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날 세대에게 '맘마미아'나 '레터스 투 줄리엣'과 같은 영화의 감동이 예전만큼 크지 못한 것 같다. 첫사랑을 찾는데 드는 노력이나 감동이 현실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그래서 '김종욱 찾기'는 조금 특별하다. 첫사랑 찾기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앞서 소개한 두 영화와 달리 첫사랑과 다시 해피엔딩이 아닌 첫사랑과의 완전한 매듭을, 다른 사랑을 시작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마지막'을 두려워하는 한 여자와 그녀에게 '끝장'을 보게 하는 용기를 주는 남자와의 이야기인데, 인도라는 배경과 공유, 임수정 두 배우가 썩 잘 어울린다.



우리는 종종 '과거' 혹은 '추억'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한다. 특히 그 사람이 이전 사랑의 그늘에 얽매인 내 연인이라면 부아가 치밀어 올 것이다. 하지만 과거를 약점이라 여기고 화내기보다는 그 과거에서부터 현재로 당당히 걸어 나올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준다면 그 두 사람이 가는 길은 영원히 현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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