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고 또 한 편의 미국 가족 드라마가 또 우리를 찾아왔다.   

골드 미스에서 정자 기증을 받고 싱글맘으로 거듭나는 미스(미세스?) 뉴요커를 그린 영화인데 전형적인 미국식 훈훈한 가족 드라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않고, 용기 없다는 소리를 듣는 것 보다는 귀찮은 것이 더 두려운 나약한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 영화이기도 하고.  

영화는 기증 받은 정자가 뒤바뀌면서 자신의 아들과 함께 돌아온 옛 친구이자 엑스 걸 프렌드와의 우정과 사랑을 다루고 있다. 뭐 어쨌든 해피엔드니까 잘 됐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결국 이렇게 될 거면 왜 그렇게 먼 길을 돌아왔어야 됐나 싶기도 하고! 솔직히 한 남자 때문에 한 여자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에! 조금 부아도 치밀었다. 좀 더 다양한 가족의 형태 등의 다른 버전의 결말을 기대해 보았어도 좋았을 텐데, 아무래도 연말을 앞 둔 가족 영화라 안전한 길을 선택한 것 같다.  

각설하고 과거의 뒤안길로 영영 사라져 버릴 줄 알았던 한 순간의 실수가 어엿한 인간의 실체를 하고 (그것도 자신과 닮은!) 자신의 인생에 끼여든 영화를 우리는 이미 몇 편 알고 있다. 최근작으로 뽑아보면 이나영의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와 차태현의 '과속스캔들'을 뽑을 수 있을 것이다. 난 오히려 이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에 다시 사랑하게 되고, 다시 만나게 된다는 안일한 설정에서 벗어나 있어서 스위치 보다는 도전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드라마 보다 좋은 이유는 감춰둔 2세의 진실이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한결같은 불륜 때문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2세의 등장으로 재산 다툼이 일어나거나, 같은 핏줄의 남매가 서로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손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드라마 보다 한 편 한 편의 영화가 나에겐 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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