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너마저 - 2집 졸업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 / 스튜디오 브로콜리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10월의 마지막 날을 향해 치닫고 있는 30일 저녁이었다. 어둑한 밤의 옷을 걸치고 세종문화회관 벽면에 브로콜리 너마저 글귀가 선명해졌다. 곧 겨울이 올 것만 같은 환절기에 공연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공정무역 커피가 로비에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는 마치 옛날 난로가에서 덮혀 마시던 주전자 속의 보리차가 생각나게 했다. 그렇게 훈.훈.한. 공연 시간이 다가 오고 있었다.  

난 우측 앞 편에 자리 잡았다. 홍대를 벗어난, 앉아서 보는 공연이니만큼 무대를 바라보는 각도나 위치도 달라져 있었다. 저질 체력인 나로서는 몸도 덜 피곤하고 그만큼 고개를 더 힘차게 까닥거리고, 박수를 더 힘차게 칠 수 있는(! 전국노래자랑에 왔나;;;) 이번 공연 만족도가 더 높았다. 물론 공연이 끝나가면서 한 번쯤은 우리 모두 서서 질러 보아요~ 같은 멘트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내가 질러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었다. 무대에 브로콜리너마저가 있으니까. 

노래하는 사람이 주목받는 다는 면에서 볼 때 이번 무대는 덕원님의 독무대인 듯 했다. 2집은 거의 대부분 덕원님의 목소리가 앞에 나오고, 계속 나온다. 덕원님이 글을 쓰면서 감정 이입을 많이 했나 보다;; 그래서 내가 비교적 감정이입을 덜 하고 노래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난 여자 목소리에 꽤 민감한 편이다. 시종일관 잔디님, 류지님 혹은 향기님이 노래했다면 눈물이 주룩주룩 볼을 타고 흘려 내렸을지도. 사실 난 향기님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버섯과도 같은 어여쁜 헤어스타일과 무대 조명을 받고 반짝이는 귀걸이, 그리고 처음엔 시종일관 시크하셨다가 시간이 흐를 수록 흥에 겨워지는 그 표정을 읽으면서 나도 덩달아 더 신이났다. 게다가 환절기 공연 때 처럼 향기님이 던진 피크의 행방을 쫓겠다는 일념에 그랬는지도, 결국 피크는 두 번째 줄 어느 커플 손으로 들어갔다. 에잇, 

 2집 라인업과 더불어 간간히 들려주신 그간의 곡들로 나는 더 행복했다. 이렇게 2집과 2집이 아닌 것을 구분해서 들을 만큼 브로콜리너마저의 역사가 생겼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그 역사의 현장 속에 함께 있다는 것으로도 행복했다. ** 일보에 기사가 났더라. 이들의 콘서트는 마치 종교 집단의 그것처럼 뜨거웠다고. 그럴 수도 있다. 무한반복 듣기를 해야만 살 수 있다는 팬도 있고, 멤버들과의 짧은 눈맞춤에 감격에 겨워하는 팬도 있다. 나도 공연 내내 환절기 공연 때 받은 피크를 만지작 거리면서 흥분을 가라앉혀야 했으니까.  

이 가을, 내 정신을 잠시나마 마비시켜 준 브로콜리너마저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덕원님, 향기님, 잔디님, 류지님 사랑해요, 정말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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