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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을 사랑하라 - 20세기 유럽, 야만의 기록
피터 마쓰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읽고 싶지 않은 부분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들.
이 책 표지에다 이런 말을 적어놓고 싶다. '임산부와 노약자들은 책 읽는 것을 피해주십시요.' 왜냐고? 정신 건강에 해로우니깐..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모두 진실이겠지만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세상의 모습들이다. 영화를 보다가 잔인한 장면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을 감게 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장면들이 너무 많다. 읽고 싶지 않은 정말 엽기적인 장면들. 이것이 진실이라고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장면들. 정말 세르비아인들에 대해 분노하게 되는 장면들.. 그런데 작가는 그들이 나랑 동시대에 살고 있는 인간이란다. 짐승이 아니라.. 난 처음에 이해 불가능이었다. 처음에는.
-이해된다. 인간에 야수성이라는 부분에 대해 조금은...
한 영화정보 프로그램에서 엑스페리먼트(experiment의 독어식 발음이라고 한 것 같음)라는 독일 영화 한 편을 소개해 줬다.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기 위해 심리 연구자들은 일반인 20명을 모집한다. 그 중 8명은 간수 역할을 하고 나머지 12명은 죄수 역할을 맡아 14일 동안 셋팅된 지하감옥에서 지내게 된다. 이들의 행동은 감시 카메라에 잡히게 되고 연구자들은 개입하지 않고 단지 관찰만 한다. 처음에는 게임처럼 실험을 즐기던 사람들은 점차 난폭해지기 시작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영화가 인간의 잠재되어 있는 야수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야수성이라.. 피터마쓰가 책 속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가 아닌가. 그러고 보면 이 영화와 책은 많이 닮았다. 정신병자가 아닌 지극히 일반적인 사람들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야만적인 행동을 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관찰하는 사람들. 어쩐지 보스니아의 세르비아인들과 방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강대국을 보는 것 같지 않나..
그들은 처음부터 야만적인 것이 아니었다. 상황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소수의 선동자들에 의해,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 세뇌시키는 매체에 의해, 상황을 유지시키는 강대국들에 의해.. 그래도 야수성이라는 것.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지루한 역사이야기가 아니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무척 실망스러웠다. 너무 지겨울 것 같아서.. 전쟁이야기라니.
근데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다 지나간 전쟁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그래서 지루하기보다는-물론 지루한 부분도 있다. 흥미롭다. 우선은 또 다른 세계를 본 것 같아서, 우리 안에. 그리고 내가 무식한 사람이었는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는지, 보스니아 내전에 대해 알게 된 것도 흥미로웠다. 피터마쓰가 말하고 있듯이 나도 보스니아 밖에서 그들-정치적 조작가들 이 말하는 것들만으로 진실을 왜곡해서 알고 있을 수 있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