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몸값

올림픽의 몸값 1 ㅣ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쾌함을 주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
그러면서도 사회 문제와 모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발랄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의 몸값은 유쾌함보다는 진중함이 더 묻어나는 소설이었다.  
이 책의 배경은 도쿄 올림픽을 한참 준비 하고 있는 1964년이다.
1960년대 도쿄는 올림픽을 발판으로 국가적 도약을 이루고자 힘차게 가속도를 내고 있는 는 청년의 도시 같은 모습이다. 오늘날을 대표하는 도쿄의 상징물들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기 시작하고 서구의 유행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올림픽을 맞아 찾아오는 외국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에티켓을 지키자는 구호를 외치고 야쿠자들마저 잠시 휴전상태를 선언하기도 한다.
중국 베이징 올림픽 당시 거리를 돌아다닐 때는 속옷 차림으로 돌아다니지 말자라던가 노숙자들을 도시 외곽으로 쫓아냈다는 얘기들과도 닮이 있다.  
올림픽이 성공하길 바라는 전 국민들의 염원 속에 그렇게 올림픽 준비가 한창일 때 한편에선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명석한 머리로 엘리트 코스인 도쿄대학원생인 구니오가 형의 죽음으로 사회적 계층의 차이를 경험하게 된다.
도쿄 중심부에서만 조금 떨어져도 개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난하고 무지한 사람들이 가족들을 위해 도쿄로 상경해 올림픽 건설 하청회사에 들어가 그들의 노동을 받치면서 살아가는 모습 신분제는 사라졌어도 어느새 돈과 학력의 차이로 생겨나게 된 또 다른 계층의 모습은 그를 변화시킨다.
 그러던 중 느닷없이 의문의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중대한 국가적 행사인 올림픽을 앞두고 일어나기 시작한 폭발 사고에 경찰당국은 수사에 착수 하게 된다.
구니오의 선택은 과연 성공할까...
짜임새 있는 구성과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여전히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한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파랑이 진다

파랑이 진다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5
미야모토 테루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월

 책을 덮고 난 후에 찾아온 여운이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다.
이미 과거가 되고 추억이 된 스무 살 무렵이 또다시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특별히 재밌는 이야기도 아니었건만  환하게 웃으며 즐거워했던 것 같고 햇살이 더 따뜻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걱정하고 고민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겨울이 지나고 푸르름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처럼 우리의 젊음도 그렇게 시작되는 것 같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는 것처럼 또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다.
봄비가 쏟아지던 날 만난 빨간 코트를 입은 나쓰코와의 만남
그 강렬함에 매료되었음에도 다가가지 못하는 료헤이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애잔하다.
어쩌면 어른이 먼저 된 유코가 더 안타까운걸까...
테니스를 통해 우정을 쌓아가는 가네코와 안자이, 구다니 
 하지만 어느샌가 모두가 뭔가를 잃었다는 감성에 젖게 된다.
실은 아무 것도 잃은게 없다는 사실에 더 큰 슬픔을 느끼게 된다.
나 역시 자신만 제자리고 모두가 변했다고 느끼는 료헤이의 마음이 크게 와닿았다.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여전히 제자리인데...
우리는 서로 상대를 보면서, 느끼면서 어른이 된다는 걸 느끼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이 나온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젊은 날의 그 때의 젊음이라는 모습을 잘 담고 있다.
시대가 변해도 그 순간 우리가 겪어온 날들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까
파랑의 젊음이 있어도 불안과 좌절, 고통을 느끼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를 본다.
하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더라도 또 다른 시작이 있음을 느낀다.
일상의 모습을 잔잔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기에 때론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지루함마저 그리워진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의 찬란함 만큼이나 눈부신 젊음이 있는 시절
영원 할 수 없기에 더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나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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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 Voca

덩어리 Voca : 인간과 의식주 편 ㅣ 덩어리 Voca 1
다락원 VOCA클럽 지음 / 다락원 / 2010년 1월

영어 공부를 해 보겠다고 산 어휘책이 여러 권 된다.
물론 그 책들도 내용면에서는 훌륭한 책들이었지만 딱딱하게 알파벳순으로 나열된 방대한 단어들을 보고 있자니
답답함과 함께 지루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 이번에 나온 <덩어리 보카>를 보니 그런 답답함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일단 알파벳순이 아닌 주제별, 한글색인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시리즈 형태로 이번 편은 인간과 의식주에 관해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다.)

굳이 순서대로 보지 않아도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부터 공부를 할 수 있고
우리말 표현을 영어로 옮길 때 궁금한 점을 사전처럼 찾아 볼 수 있다.
어휘책과 한영사전이 결합된 형태라고 보면 될 듯 하다.
또 그림이나 사진이 같이 나와있어 단어를 더 오래 기억하면서도 쉽고 재밌게 익힐 수 있고
군데군데 나와있는 재밌는 설명들이 지루함을 덜어 준다.
단, 발음이 함께 나와있지 않고 뒤에 한꺼번에 실려 있어서 조금 불편하다는 느낌이다.

머리 모양처럼 말로 설명이 어려운 경우 이렇게 그림이 나와있어 단어 뜻을 잘 이해할 수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도록 도와준다.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어휘책이 아닌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재밌는 책이었다.
다음 시리즈도 기다려진다.

오늘은 서비스데이

오늘은 서비스데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월

총 다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오늘은 서비스 데이

기발한 상상력이 묻어난 이야기들로 읽는 내내 재미와 유쾌함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오늘은 서비스데이>
가정과 직장 어느 한 곳에서도 내 맘대로 되는 일은 하나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뜬금없이 악마가 나타나며 말한다.
오늘은 당신의 서비스 데이~
평생에 단 한 번 하루 동안만 내가 원하는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이라고 한다.
섹시한 미녀 악마는 세상에 해가 될 만한 소원을 빌도록 유혹하고 회색 양복을 입은 남자 천사는 그런 악마를 쫓고자 내 옆에 붙어있다.
결국 알지 말았어야 할 사실을 알게 된 나는 하루 동안 평소엔 시도해 볼 수 없는 소원을 빌어본다.
하지만 무심결에 뱉은 소원 하나가 큰 화를 자초하게 되는데...

이런 서비스 데이가 있다면 거기다 날짜까지 알고 있다면 분명 신나는 일이다.
천사고 악마고를 떠나 내가 원하는 소원을 원없이 말해 볼 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나면 내가 말한 소원의 여파는 카드 청구서처럼 그대로 내게 다시 돌아 올 것이다.
결국 모르는게 약이요, 악한 마음은 버리자가 진리다.
대신 천사가 섹시 미남으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쿄 행복 클럽>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미스터리라 생각했건만 오히려 사건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범죄나 살인 사건에 관련 된 수집품을 놓고 품평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자신이 가져온 수집품을 보여주고 가치를 인정 받는 것을 바라보며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그들이 가져 온 수집품에는 으스스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빠져들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인간의 악함은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푸르른 강가에서>
스무 살에 자살한 사오리는 저승으로 가는 강을 건너게 된다.
별 볼일 없는 헛된 인생이라 생각했던 그녀는 그 곳에서 만난 낯선 남자로 부터 자신의 미래에 대해 듣게 된다.
찬란한 빛을 내며 아름다운 구슬이 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쓰레기가 되고만 그녀의 미래의 구슬

다섯 편의 이야기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미래는 자신이 변화 시킬 수 있기에, 누구나 찬란한 구슬을 가지고 있기에 삶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지 않는가...

그 밖에도 유령과의 동거를 그린 <창공 괴담>, 가재 낚시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기합 입문>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단편들이었다.

DSLR 무작정 따라하기

DSLR 카메라 촬영 무작정 따라하기 - 사진 잘 찍는 법, 1분이면 끝난다! ㅣ 무작정 따라하기 건강/취미 6
유재천, 네모기획 지음 / 길벗 / 2009년 12월

난 사진을 좋아한다.
예전엔 좋아했다는 의미가 감상 위주였다면 지금은 찍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게 된 이유에는 미니홈피와 블로그의 유행에 따라가고픈 마음도 있었지만
고급 취미라 생각했던 사진을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나름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기도 했다.
나도 창조적인 취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 말이다.
물론 좋아한다는 것과 잘 찍는다는 건 비례하지 않는다.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더라도 카메라의 기능을 제대로 익히지 않거나 사진 이론은 어렵다며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아무리 좋은 카메라가 있더라도 기초를 제대로 익히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많이 찍어 볼 수록 는다고는 하지만 더 나은 작품, 좋은 작품을 찍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다고 초보자가 처음부터 두껍고 어려운 이론서를 접하기란 또 쉽지 않은데
고맙게도 이번에 나에게 온 "DSLR 무작정 따라하기"는 초보자들이 쉽게 따라하면서 배울 수 있게 잘 설명된 책이었다.
가끔 잘 찍은 사질들을 보면 '어떻게 찍었을까'하고 궁금할 때가 많았는데 그런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도 충분했다.

일단 상황별로 구성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애완동물, 음식사진, 일상 사진, 스포츠 사진, 인물 사진, 풍경 사진등 원하는 사진을 찍고 싶을 때 참고할 만한 정보들이 잘 소개되어 있다.
특히 사진 한 장마다 구도 가이드와 촬영 팁, 촬영 상황을 보여주는 메타 정보 창등이 같이 나와 있어 초보자들이 쉽게 따라 해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알아두면 좋은 DSLR 지식과 정보들이 소개 되어 있고 길벗 홈페이지에 질문도 할 수 있다.

"DSLR 무작정 따라하기"로 사진에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욕심부리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배워 나가면서 언젠간 나만의 느낌과 방법으로 멋진 작품을 찍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