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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이 진다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5
미야모토 테루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덮고 난 후에 찾아온 여운이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다.
이미 과거가 되고 추억이 된 스무 살 무렵이 또다시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특별히 재밌는 이야기도 아니었건만 환하게 웃으며 즐거워했던 것 같고 햇살이 더 따뜻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걱정하고 고민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겨울이 지나고 푸르름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처럼 우리의 젊음도 그렇게 시작되는 것 같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는 것처럼 또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다.
봄비가 쏟아지던 날 만난 빨간 코트를 입은 나쓰코와의 만남
그 강렬함에 매료되었음에도 다가가지 못하는 료헤이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애잔하다.
어쩌면 어른이 먼저 된 유코가 더 안타까운걸까...
테니스를 통해 우정을 쌓아가는 가네코와 안자이, 구다니
하지만 어느샌가 모두가 뭔가를 잃었다는 감성에 젖게 된다.
실은 아무 것도 잃은게 없다는 사실에 더 큰 슬픔을 느끼게 된다.
나 역시 자신만 제자리고 모두가 변했다고 느끼는 료헤이의 마음이 크게 와닿았다.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여전히 제자리인데...
우리는 서로 상대를 보면서, 느끼면서 어른이 된다는 걸 느끼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이 나온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젊은 날의 그 때의 젊음이라는 모습을 잘 담고 있다.
시대가 변해도 그 순간 우리가 겪어온 날들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까
파랑의 젊음이 있어도 불안과 좌절, 고통을 느끼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를 본다.
하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더라도 또 다른 시작이 있음을 느낀다.
일상의 모습을 잔잔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기에 때론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지루함마저 그리워진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의 찬란함 만큼이나 눈부신 젊음이 있는 시절
영원 할 수 없기에 더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나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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