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수 사들인 것은 선뜻 남에게 주어 버릴 수 있지만, 큰맘먹고 선물해 준 것은 아무에게나 주어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되돌린 것이다. 그리고 그 오디오를 설치할 때 나는 1년만 듣고 보내겠다고 미리 이야기해 두었었다.
이제 내 귀는 대숲을 스쳐 오는 바람 소리 속에서, 맑게 흐르는산골의 시냇물에서, 혹은 숲에서 우짖는 새소리에서, 비발디나 바흐의 가락보다 더 그윽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빈방에 홀로 앉아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분하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가득 찼을 때보다도 더 충만하다.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