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정호승 시집 창비시선 362
정호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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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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