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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및그때 내가 받은 첫 번째 느낌은 K로부터 돌연 사랑 고백을 들었을때와 거의 같았네. 내 눈은 그의 방 안을 한번 둘러보자마자 마치 유리로 만든 의안처럼 움직이는 능력을 상실했지. 그 자리에 못 박히고말았네. 그런 상태가 질풍처럼 나를 통과한 뒤 나는 다시 아, 큰일 났다, 하고 생각했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검은빛이 내 미래를 관통하고 한순간에 내 앞에 놓인 전 생애를 무섭게 비추었네. 그리고 나는덜덜 떨기 시작했지.
그래도 나는 끝내 나를 잃을 수 없었네. 나는 곧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편지를 보았지. 예상대로 나에게 쓴 편지였어. 정신없이 봉투를 뜯었네. 하지만 안에는 내가 예상한 내용은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더군.
거기에는 나에게 얼마나 쓰라린 문구가 쓰여 있을까 하고 예상했거든. 그리고 만약 그것이 아주머님이나 아가씨의 눈에 띈다면 경멸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도 있었네. 나는 잠깐 훑어만 보고 우선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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