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혼은 한때 암흑 속을 헤매고 있었다.
실천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다. 이 명제에 대한 토론이 나를 암흑으로부터 광명으로 향하게 해 주었다. 나는 알았다. 인간이건 귀신이건 또는 신이건, 역사의 거대한 손길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며 실천의 검증를 받지 않고 끝낼 수는 없다는 것을 누구나 다 자기의 장부를 제출하고 자기의 영혼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두 손을 햇빛 아래 펴 놓고 손에 묻은것이 혈흔인지 먼지인지를 검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 같은 것은 먼지처럼미미한 존재에 불과하지만 역사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한 것이다. 장부는 스스로 결산하지 않으면 안 되며, 영혼은 스스로 심판하지 않으면 안 되며, 두 손은 스스로 깨끗이 씻지 않으면 안 된다. 신의 것은 신에게 돌려주고악마의 것은 악마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것은 용감하게어깨에 짊어지되 경우에 따라서는 얼굴에 새겨 놓아야 한다!
이리하여 나는 사색을 시작했다. 피가 흐르는 상처에 붕대를 감고 자신의영혼을 해부하기 시작했으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자신이 쓴 역사를 다시 읽었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자신이 걸어온 발자취를 점검해 갔다.
그리고 드디어, 나는 지금까지 희극으로 비극의 역할을 연출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상의 자유를 탈취당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는 가장 자유롭다.
고 생각하고 있는 인간, 정신의 족쇄를 아름다운 목걸이로 착각하고 자랑스레 내보이는 인간, 그리고 인생의 절반을 살아오면서도 자기를 모르고 자기를 탐구하려고 하지 않는 그러한 인간의 역을 맡아 왔던 것이다. ... ... 커다란 문자가 갑자기 눈앞에 떠올랐다. ‘인간!’ 오랫동안 버려지고 잊혀져 왔던 노래가 내 목을 뚫고 나왔다. 인간성, 인간의 감정, 휴머니즘!
- 작가 후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