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거리에 있자니 서울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북방인들은 세계를 아래로 내려다본다. 동아시아가 왼편에 있고, 유럽이 오른쪽에 있다. 유라시아가 한눈에 조감되고 한 손에 잡힐듯하다. 절로 신라와 페르시아가 이웃사촌처럼 보인다. 나라별로 토막났던 국사國史들이 하나의 지구사로 합류한다. 그러자 한반도의 남/북과 우크라이나의 동/서도 겹쳐 보인다. 하나의 세계 속에 한반도의 위치가 또렷하게 포착되는 것이다. 하여 동북아에서 미-일 vs 중-러의 신냉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허황한 구도에도 말려들지 않을 수 있다. 오식과 오인이 오판을 낳는다. 동북아의 국지局地에 함몰되어 유라시아의 대국大局을 놓쳐서는 곤란하겠다. 신냉전이 아니다. 신냉전과 탈냉전의 갈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