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은 어리석게 태어났는지는 해가 가며 차츰 신지가 돌아왔다. 하늘이 착한 사람을 따뜻이 덮어주고 땅이 은혜롭게 부리를 대주어 알껍질을 까주었다. 그리하여 후년에는지혜로웠다. 선생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듯 그 지혜로 어떤 수고로운 가르침도 함부로 남기지 않았다. 스스로 땅의 자손을 자처하여 늘 부지런하였다. 그러니 선생은 술로써 망한 것이 아니라 술의 물감으로 인생을 그려나간 것이다. 선생이 마시는 막걸리는 밤이면서 사직의 신에게 바치는 현주였다. 근원이고 낙천의 하였다. 아아, 선생이 좀더 살았더라면 난세의 혹염에 그늘의 덕을 널리 베푸는 큰 나무가 되었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아니하고 하지 않는 삶이었지만 선생은 깊고 그 경지를 이루었다. 보라, 남의 비웃음을 받으며 살면서도 비루하지 아니하고로 할 바를 이루어 초지를 일관하니 이 어찌 하늘이 낸 사람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이 어찌 하늘이 내고 땅이 일으켜세운 사람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