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의 무경계
박정현 지음 / 오블리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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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의 무경계》 박정현


<달팽이>

<익사 연습>

<숨바꼭질>

<머리카락>

<주사위를 굴려>

<완벽한 자두 나무> 📍

<누구와 함께 밤을>

<숙주>

<폭소>

<마지막 식사>

<부검>

<막간>

<이호와 이호> 📍


*13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


심리 묘사가 집요하다고 느껴질 만큼 인물의 내면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읽는 내내 독자는 안전한 거리에서 관찰하는 위치에 머물 수 없다. 불편하고, 낯설고, 때로는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장면을 마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지막 단편 <이호와 이호>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실존의 무경계》라는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가 빛을 발한다. 이야기 속 인물들이 끊임없이 넘나들던 경계의 모호함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선명하다.


작품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로테스크하다. 자극적인 표현도 종종 등장하지만, 그것은 작품의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보여진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 눈이 번쩍 뜨일 만큼 궁금증이 밀려오는데, 바로 그때, 마치 작가는 이맘때쯤의 독자의 머릿속을 알고 있다는 듯 궁금증을 해결할 답을 적어 두었다. 왜 이토록 어둡고 날 선 분위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작가가 남긴 마치는 글에서 분명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그로테스크함은 장식이 아니라, 이 소설이 선택한 언어였다.


분위기와 문체, 그리고 소설을 이끌어가는 사유의 방식이 유니크하다. 이 책은 이야기를 읽는 경험이라기보다, 한 사람의 사고 속을 통과하는 체험에 가깝다. ‘마치는 글’까지 읽고 나서 다시 ‘들어가는 말’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느껴지는 소설의 무게가,《실존의 무경계》가 끝내 독자를 놓아주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


p.113

다시 펜을 쥐었다. 고통이 없이는 이야기가 없다. 그건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진리였다.


*


p.145

"하지만 저는 흐르는 시간을 더 좋아해요. 흐르는 시간은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다주잖아요."


*


p.179

구조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경계를 강요한다. 안과 밖, 나와 너, 선과 악을 나누고, 그 나눔 속에서 우리를 정의한다. 그러나 그 경계가 만들어지는 순간, 실존의 본질은 틀에 갇혀버린다. 나는 이 경계가 만들어내는 폭력, 그것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단조롭고 피폐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경계를 허물고, 그 틀을 넘어서는 실존의 자유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 책은 그런 시도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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