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 - 의학의 새로운 도약을 불러온 질병 관점의 대전환과 인류의 미래 묻고 답하다 7
전주홍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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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종종 끊임없는 ‘최신 발견의 연속’으로 여겨지지만, 이 책은 그 시선을 한 걸음 물러나 재정립한다. 저자는 “질병을 어떻게 이해해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단순히 치료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는 대신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에 주목한다.


책은 질병의 개념을 고대의 주술적·신화적 설명에서부터 시작해, 철학적·자연학적 관점, 르네상스의 해부학적 관점, 20세기 분자생물학적 관점, 그리고 인류 유전체 프로젝트 이후의 정보학적 관점까지 다섯 가지 큰 흐름으로 정리한다. 이 다섯 갈래의 서술은 단절이 아니라 연속이며, 각각의 관점이 이전을 대체하기보다는 '심화하고 확장해온 과정'임을 강조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질병의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이를 설명하는 방식은 끊임없이 달라져 왔다’는 통찰이다. 이는 의학 발전을 단순한 사실의 축적이 아닌, 세계를 보는 시각의 변화를 통해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


저자는 관점을 다양화하기 위한 길로 폭넓은 지식 습득, 경험의 확장,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를 강조한다. 이는 의학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지적 여정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조언으로 읽힌다. 최신 연구 성과에 쏠린 관심에서 벗어나, 질병과 의학을 바라보는 인간의 사유와 관점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지식이 어떻게 사회와 역사 속에서 형성되고 변화해왔는지 더 깊이 깨닫게 된다.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는 인문학적 성찰과 함께 의학의 흐름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훌륭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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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21

그렇다면 이토록 중요한 관점을 다양화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우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폭넓게 습득해야 합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나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이를 잘 설명해줍니다. 나아가 경험의 폭을 넓히고, 경험으로 얻은 지식이 생생하게 뿌리내리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꾸준한 책 읽기와 글쓰기로 인문학적 소양과 통찰력을 키워나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지식•경험•소양이 유기적으로 잘 어우러질 때, 우리는 비로소 사물과 현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통찰할 수 있습니다. 결국 관점의 확장은 단순한 사고의 변화가 아니라. '성장의 이야기'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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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8

원고를 처음 쓸 때 이 책의 마무리를 생각해두었습니다.《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에서도 인용한 저명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의 편집장 리처드 호턴(Richard Horton)의 비판적 견해입니다. 호턴의 말을 다시 한번 더 인용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강조한다. 우리는 가장 최근의 발견을 열심히 알릴 뿐 축적된 지식의 바탕이 된 개념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 시대는 순간적이고 즉각적인 사실의 시대이며 그야말로 전통은 해체되고 과거와 대화할 필요성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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