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뇌과학자 - 절망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대니얼 깁스 외 지음, 정지인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신경과 의사다. 그리고 알츠하이머병 초기다."



p.290

이 책을 쓰는 내내 염두에 둔 것은 단 하나의 목적이었다. 내가 배운 것을 나누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변화는 인지 손상이 나타나기 무려 20년 전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이 시기에 생활 방식을 바꾸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병의 진행을 크게 늦출 수 있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 언젠가 치료법이 반드시 발견될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기억이 사라지기 전, 바로 ‘초기 단계’에 집중해 너무 늦기 전에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이 사실을 널리 알릴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하겠다.


▪︎


이 책의 저자는 치매 환자를 진료해온 신경과 의사였다. 그러던 그가 스스로의 알츠하이머 발병을 눈치채고, 자신의 투병 과정을 기록한 일지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기록은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한 치열한 실험이자 싸움이다. 생활습관 개선, 다양한 치료 시도,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자신에게 나타나는 증상들을 담담히 기록해나간다.


첫 증상은 후각의 이상이었다. 꽃향기 같은 실제 냄새를 맡지 못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냄새를 느끼는 환후각증(phantosmia), 즉 후각적 환각이 나타났다. 그 후에는 기억력 저하, 안면 인식의 어려움, 언어 능력의 저하 등 다양한 증상이 겹쳐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호전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병이 점차 악화되는 현실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지금은 의학적으로 한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치료법은 반드시 발견될 것" 그리고 "그때까지 우리는 알츠하이머를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로 받아들이고, 속도를 늦추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이 책에는 그가 직접 실천하고 검증한 사례와 방법들이 담겨 있다.‼️ 


어떤 식단이 도움이 되는지, 어떤 습관이 병의 진행을 늦추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노력은 인지 증상이 나타나기 전, "가장 초기 단계"에서 시작할 때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이미 손상이 진행된 뒤라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작가가 자신의 병을 치유하려는 목적보다 기록을 통해 다른 이들의 치료를 돕고자 하는 사명감이 돋보였다는 점이다.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그는 오히려 기억을 집요하게 더듬고 세세하게 기록을 남기며 타인의 치유에 보탬이 되고자 치열하게 분투했다. 그 모습은 내게 삶의 의미와 현재의 소중함을 되새겨야 한다는 자각을 일깨워준다.


안일했다. 지금의 건강한 몸에 감사할 줄 몰랐던 것이 아차 싶었다. 내 몸을 돌보는 좋은 습관을 만들지 않음으로써 스스로를 소홀히 해왔음을 깨달았고 진정한 자기 돌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계기가 되었다.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실천법을 생활 속에 더해간다면, 현재를 더 충만하게, 균형을 이루며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