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윤혜정의 예술 3부작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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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그 이름부터 고요한 확신을 담고 있다.

유행에 기대지 않고,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스스로의 무게로 존재하는 예술. 쉽게 감상할 수 없어 더 깊이 스며드는 예술. 시간이 지나 고전의 반열에 오르게 될, 미술사의 계보를 잇는 현대미술.


이 책은 바로 그 ‘시간을 견디는 예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작품은 물론, 그 안에 녹아 있는 이야기들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펼쳐낸다. 작품 안에는 작가가 살아온 시간과 생각, 그들이 지나온 내면의 풍경이 고요히 스며 있었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 완성한 고유한 세계.


예술이란, '한 사람'이 지나온 시간, 겪어낸 마음, 견뎌온 생이 고스란히 스민 흔적이나 다름없었다.

저자는 직접 발로 전시장을 누비며 그곳에서 마주한 작품들과, 그 안에 깃든 삶을 기록해 놓았다.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삶을 뚫고 나온 언어로서의 예술을 대면하며 예술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기억의 조각, 기쁨과 아픔, 희망과 상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예술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화려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예술. 그것은 속절없이 흐르는 인생을 붙잡는 치열한 애씀의 흔적이었다. 진지함과 섬세함이 어우러진 저자의 시선은 작품과 전시를 통해 결국 인간과 삶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충만한 감상의 시간과 진심 어린 몰입의 순간을 지나 결국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예술과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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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시인 폴 발레리가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예술가 한 명의 가치는 천 세기의 시간과 맞먹는다.' 말하자면 위대함의 척도를 측정하는 것은 시간에 대한 초월성인 겁니다." 박선민 작가의 영상 작품 <버섯의 건축>(2019)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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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7

사교계의 장인 비엔날레가 그 권위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생소한 나라의 이름 없는 예술가들 덕분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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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8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예술적인 것'이라는 진리와 함께 흥행과 수상의 독립적인 관계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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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82

빛이 나를 한자리에 영원히 머물고 싶게 한다면, 소리는 나를 일으켜 세워 움직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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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5

작가의 흔적이 사라진 예술 작품이 더욱 위대하게 다가오는 건 그 빈자리를 관람객에게 내어 주고는 기꺼이 삶의 일부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이 인간에게 여백을 내어주었듯 이제는 현대미술이 그 역할을 자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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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85

1935년생 예술가 김윤신은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지만, 예술가의 나이는 그들 스스로가 치열하게 일구어 온 혁신적인 삶의 이정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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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75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 가는 것" 같은 문장은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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