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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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리뷰: https://youtu.be/nx_DDLrdyWs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게 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밤마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내게 독서는 자연스럽게 수면을 유도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너무 재미있는 책은 오히려 잠을 방해할 것 같았고, 차분하고 철학적인 작품이라면 졸음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선택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놀랐다. 물론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니 깊이 있고 좋은 작품일거라 예상은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이야기 전개가 흥미로웠다. 쉽게 잠들기 위해 선택한 책이었음에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싯다르타』는 우리가 흔히 아는 석가모니의 일대기가 아니라 싯다르타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브라만 계급의 아들로 태어나 학문과 명상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기존의 가르침만으로는 삶의 본질을 깨닫기 어렵다고 생각해 진리를 찾아 길을 떠난다.


그는 사문이 되어 극한의 수행과 금욕을 실천하지만 육체적 고행만으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에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이후 붓다를 직접 만나 그의 가르침을 듣지만, 결국 타인의 가르침이 아닌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진리를 찾아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또다시 길을 떠난다.


세속으로 내려간 싯다르타는 부와 사랑, 쾌락을 경험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한때는 성공한 상인이 되고 사랑에 빠져 삶의 풍요를 누리지만 내면의 공허함을 극복하지 못한 채 점점 방황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강가로 향하게 되는데 바로 이곳에서 삶의 진리를 깨닫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면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을 지니고 있다. 싯다르타는 강물의 소리를 들으며 깨달음을 얻고 마침내 내적 평온과 조화를 이루게 된다. 책은 ‘진리는 말이나 가르침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고 깨달아야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독자들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데미안』이 떠올랐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데미안』의 싱클레어가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것처럼 『싯다르타』의 주인공 역시 사회적 가치와 도덕을 초월한, 자기만의 깨달음을 얻어간다. 헤세는 이 두 작품을 통해 '진리는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찾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하고 있다.



헤르만 헤세는 『싯다르타』를 통해 인간이 겪는 방황과 탐구, 그리고 궁극적인 깨달음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의 문장은 시적이면서도 철학적 깊이를 지니고 있어, 한 문장 한 문장이 묵직한 의미를 품고 있다. 읽는 내내 헤세의 문장이 지닌 아름다움과 서정적인 표현에 감탄하게 되었고, 마치 한 편의 명상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이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한 종교적 교훈이 아니라 삶의 여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종종 정답을 찾기 위해 조급해하지만 『싯다르타』는 모든 경험이 결국 깨달음으로 가는 과정임을 일깨워 준다. 시행착오조차 의미가 있으며 삶의 모든 순간이 하나의 배움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다면, 그리고 방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길 권한다. 나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이고, 책장을 덮은 후에도 깊은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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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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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문체 속에 삶의 무게와 따뜻함이 공존하는 책이었다. 박완서 작가의 개인적인 사유와 일상이 담긴 46편의 에세이들은 담백하면서도 깊이가 있었고, 시대를 관통하는 감성이 묻어났다. 강요되지 않은 솔직한 문장들이 조용히 마음을 두드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몰입했던 부분은 작가의 어린 시절과 가족 이야기였다. 고향이 지금은 북한 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순간적인 낯섦,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올라오던 장면들은 한 개인의 삶을 넘어 시대의 흐름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글 자체가 특별한 기교 없이 차분하게 쓰였음에도 오히려 그 담담함이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중반부로 가면서 다소 더디게 읽히는 부분도 있었다. 70~90년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글들에서는 사고방식이나 표현에서 지금과는 다른 결이 느껴졌다. 당대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낯설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 책의 가치를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했다. 세대가 다르면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 시대를 기록한 글이라는 의미로 읽히기도 했다.

이 책이 특별했던 점은 위로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괜찮다’, ‘다 잘될 거다’ 같은 말들로 감정을 쉽게 덮어버리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식이어서 더 진솔하게 다가왔다. 다만, 감정적으로 완전히 녹아들기엔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글들도 있었는데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에는 박완서 작가의 소설은 또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다. 이번 책이 작가의 사유와 삶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었다면 소설에서는 또 다른 색채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들었다.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읽고 나서 오래도록 남는 여운이 있는 책이었다.


유튜브 리뷰: https://youtu.be/nx_DDLrdy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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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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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인과 바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5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작품으로 인간의 도전과 불굴의 의지를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짧은 분량과 단순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도 삶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고전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독자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고독한 어부, 위대한 사냥

주인공 산티아고는 84일 동안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한 늙은 어부다. 노인을 좋아하고 따르는 마놀린이라는 소년이 있는데 처음 40일 동안은 노인과 같이 바다에 나갔었다. 하지만 계속 물고기를 한마리도 잡지 못하자 마놀린은 부모의 강요로 다른 배를 타게 된다. 하지만 노인은 포기하지 않고 홀로 먼 바다로 나아가 마침내 거대한 청새치를 낚게 된다.

그러나 이 사냥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었다. 청새치는 너무 커서 배를 끌고 가며 이 싸움은 며칠 동안 지속된다. 노인은 줄을 단단히 쥐고 버티지만 손은 찢어지고 몸은 지쳐간다. 배고픔과 피로 속에서도 자신을 다잡고, 끝내 작살을 이용해 청새치를 사냥하는 데 성공한다.


현실의 한계, 그리고 끝없는 도전

새치를 배에 실을 수 없었던 노인은 배 옆에 묶어두고 항구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가 나타나 청새치의 시체를 먹기 시작한다. 노인은 작살과 여러 도구를 동원해 상어들을 쫓아내려 하지만 결국 항구에 도착할 때쯤 남은 것은 거대한 물고기의 뼈뿐이었다. 그렇게 노인은 지쳐 항구로 돌아와 텅 빈 손으로 깊은 잠에 빠진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승리와 패배의 문제가 아니다. 산티아고는 물고기를 잃었지만 그의 도전과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았다. 헤밍웨이는 이를 통해 인간이 지닌 끈기와 존엄성 그리고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노인과 바다』가 주는 메시지

이 작품은 단순한 낚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음에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돌아와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며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닐까?

『노인과 바다』는 단순한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가 아니다. 거대한 바다 속에서 홀로 싸우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노인의 모습은 우리가 삶 속에서 맞닥뜨리는 도전과 다르지 않다. 설령 결과가 기대와 다를지라도,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여정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 있어 ‘거대한 물고기’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청새치’가 있는 것 같다. 오랜 시간 노력해 마침내 이루었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걸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들었던 경험들. 『노인과 바다』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각자의 삶 속에서 저마다의 싸움을 이어가는 우리는 노인의 끈기와 좌절 그리고 다시 바다로 나아가는 용기 속에서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된다.


https://youtu.be/6HZlMAxQd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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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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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건축을 '공간을 설계하는 일'로 이해하지만 때때로 어떤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백희성 작가의 『빛이 이끄는 곳으로』 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건축을 매개로 삶과 기억, 그리고 인간의 감정을 탐색하는 특별한 작품입니다.


건축가가 쓴 소설, 공간이 주인공이 되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저자가 실제 건축가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배경으로 건축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 자체가 이야기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활용됩니다. 공간을 묘사하는 방식이 섬세하고 사실적이어서 독자도 함께 그 공간을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또 책 속에 삽입된 건축 도면과 그림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야기의 분위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문장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상상한 장면을 실제 도면과 대조해 보는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인물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아 책장을 넘기는 내내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줄거리

이야기의 주인공인 건축가 뤼미에르는 파리에서 오래된 건물을 찾다가 우연히 독특한 구조의 집을 발견합니다. 낡고 버려진 듯 보이지만, 어딘가 특별한 기운이 감도는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집을 계약하려면 집주인 피터를 직접 만나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뤼미에르는 스위스로 향하고, 그곳에서 피터가 요양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피터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병원의 설계 또한 일반적이지 않았습니다. 병원 원장 크리스 부인을 통해, 이 병원이 피터의 아버지 프랑수아가 설계한 건물이며, 피터가 남긴 서한 속에는 "이 병원의 비밀을 밝혀라"라는 암시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건축가로서의 직감과 호기심이 작용한 뤼미에르는 결국 병원에 남아 숨겨진 공간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점차 밝혀지는 건축의 비밀과 그 속에 얽힌 감정들. 처음에는 단순한 미스터리처럼 보였던 이야기가 점차 깊은 울림을 전하며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공간이 기억하는 것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건축가가 조금 부족한 공간을 만들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나머지를 완성하는 것"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실제로 작가는 이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파리 곳곳의 오래된 집을 조사하고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200통이 넘는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모인 사연들이 쌓여 하나의 소설이 되었고 결국 공간이 곧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독특한 작품으로 탄생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머무는 공간 역시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그곳을 거쳐 간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이 스며든 장소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후반부에 밀려오는 감동

이 소설은 초반부에는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예상치 못한 감정의 파도가 밀려옵니다. 단순한 공간 탐색이 아니라 그 공간이 간직한 사연들이 하나씩 밝혀질 때 느껴지는 감동이 더욱 깊게 다가옵니다.

원래도 소설에 감정 이입을 잘 하는 편이긴 하지만 후반부를 읽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감정이 밀려와 눈물을 참아가며 읽었습니다. 건축이라는 물리적이고 형식적인 구조물을 다루면서도 그 안에 담긴 삶의 흔적을 따뜻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습니다.


깊이 있는 이야기, 오랫동안 남는 여운

이 책은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 아닙니다.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주인공과 함께 하나의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초반에는 건축적 요소와 미스터리가 결합된 탐색 과정이 긴장감을 높이고,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의 깊이가 더해지며 긴 여운을 남깁니다.

건축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없어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며, 인물의 감정선과 서사가 유려하게 맞물려 있어 문학적으로도 인상적인 소설입니다. 스토리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공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기에 여운이 오래 남는 소설을 찾는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유튜브 리뷰: https://youtu.be/nuwoAvtCs9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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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도서관 - 황경신의 이야기노트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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