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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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문체 속에 삶의 무게와 따뜻함이 공존하는 책이었다. 박완서 작가의 개인적인 사유와 일상이 담긴 46편의 에세이들은 담백하면서도 깊이가 있었고, 시대를 관통하는 감성이 묻어났다. 강요되지 않은 솔직한 문장들이 조용히 마음을 두드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몰입했던 부분은 작가의 어린 시절과 가족 이야기였다. 고향이 지금은 북한 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순간적인 낯섦,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올라오던 장면들은 한 개인의 삶을 넘어 시대의 흐름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글 자체가 특별한 기교 없이 차분하게 쓰였음에도 오히려 그 담담함이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중반부로 가면서 다소 더디게 읽히는 부분도 있었다. 70~90년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글들에서는 사고방식이나 표현에서 지금과는 다른 결이 느껴졌다. 당대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낯설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 책의 가치를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했다. 세대가 다르면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 시대를 기록한 글이라는 의미로 읽히기도 했다.

이 책이 특별했던 점은 위로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괜찮다’, ‘다 잘될 거다’ 같은 말들로 감정을 쉽게 덮어버리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식이어서 더 진솔하게 다가왔다. 다만, 감정적으로 완전히 녹아들기엔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글들도 있었는데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에는 박완서 작가의 소설은 또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다. 이번 책이 작가의 사유와 삶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었다면 소설에서는 또 다른 색채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들었다.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읽고 나서 오래도록 남는 여운이 있는 책이었다.


유튜브 리뷰: https://youtu.be/nx_DDLrdy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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