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중반부로 가면서 다소 더디게 읽히는 부분도 있었다. 70~90년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글들에서는 사고방식이나 표현에서 지금과는 다른 결이 느껴졌다. 당대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낯설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 책의 가치를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했다. 세대가 다르면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 시대를 기록한 글이라는 의미로 읽히기도 했다.
이 책이 특별했던 점은 위로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괜찮다’, ‘다 잘될 거다’ 같은 말들로 감정을 쉽게 덮어버리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식이어서 더 진솔하게 다가왔다. 다만, 감정적으로 완전히 녹아들기엔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글들도 있었는데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에는 박완서 작가의 소설은 또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다. 이번 책이 작가의 사유와 삶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었다면 소설에서는 또 다른 색채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들었다.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읽고 나서 오래도록 남는 여운이 있는 책이었다.
유튜브 리뷰: https://youtu.be/nx_DDLrdy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