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게 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밤마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내게 독서는 자연스럽게 수면을 유도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너무 재미있는 책은 오히려 잠을 방해할 것 같았고, 차분하고 철학적인 작품이라면 졸음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선택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놀랐다. 물론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니 깊이 있고 좋은 작품일거라 예상은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이야기 전개가 흥미로웠다. 쉽게 잠들기 위해 선택한 책이었음에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싯다르타』는 우리가 흔히 아는 석가모니의 일대기가 아니라 싯다르타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브라만 계급의 아들로 태어나 학문과 명상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기존의 가르침만으로는 삶의 본질을 깨닫기 어렵다고 생각해 진리를 찾아 길을 떠난다.
그는 사문이 되어 극한의 수행과 금욕을 실천하지만 육체적 고행만으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에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이후 붓다를 직접 만나 그의 가르침을 듣지만, 결국 타인의 가르침이 아닌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진리를 찾아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또다시 길을 떠난다.
세속으로 내려간 싯다르타는 부와 사랑, 쾌락을 경험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한때는 성공한 상인이 되고 사랑에 빠져 삶의 풍요를 누리지만 내면의 공허함을 극복하지 못한 채 점점 방황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강가로 향하게 되는데 바로 이곳에서 삶의 진리를 깨닫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면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을 지니고 있다. 싯다르타는 강물의 소리를 들으며 깨달음을 얻고 마침내 내적 평온과 조화를 이루게 된다. 책은 ‘진리는 말이나 가르침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고 깨달아야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독자들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데미안』이 떠올랐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데미안』의 싱클레어가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것처럼 『싯다르타』의 주인공 역시 사회적 가치와 도덕을 초월한, 자기만의 깨달음을 얻어간다. 헤세는 이 두 작품을 통해 '진리는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찾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