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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린 이야기
이덕희 지음 / 예하 / 1990년 11월
평점 :
품절
고등학교 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십 여년 전에 난 교보문고 한 문학코너 모퉁이에서 그녀의 사진을 본적이 있다. 요절, 천재라는 공식은 늘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겐 끌림에 대상이다. 그리고 그 치열한 생애 역시 짧은 순간만큼이나 쉽게 잊어버리기 일수다. 어렴풋이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그녀의 궁금증이 다시 일어난 것은 공교롭게도 그녀가 자살한(가정 하에) 나이가 된 지금 현재 헌책방에서 이 책을 찾고부터다. 역으로 뭔가를 추정해가듯 나는 그녀의 일부를 혹은 전체를 이 책을 통해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그녀에 대해 감히 표현한다면 그녀는 너무도 여린 감성을 가진 사람이다. 어떠한 순간이든 감정에 쉽게 동요되는 그래서 표정에 변화가 잘 투영되는 잘 닦인 깨끗한r거울 같다고 할까. 그 누구도 생각만큼은 살지 못한다. 현실은 항상 관념보다 강한 법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혜린은 현실을 직시하며 때론 무시하고 거침없이 살았다. 지독한 소유욕과 인식욕이 과한 탓일까. 천천히 가도 무방한 길을 그녀는 성큼 성큼 앞장서서 갔다. 무엇이 그토록 그녀를 현실에서 밀어낸 걸까. 사후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지나치게 염세주의적인 그녀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녀는 결코 잡을 수 없는 꿈인가. 또다시 헌책방에서 찾은 그녀의 수필집을 들고 잠시 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