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문학동네 동시집 23
김륭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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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동시를 쓰는 줄 몰랐다.

시인이 쓴 동시는 어떨까 의문이 들었다.

제목을 보면서 ...눈물이 달려온다는 느낌을 알 것 같았다.

누가 도와주면 좋을텐데 삐뽀삐뽀 경보음이 내 귓가에 들여왔다.

어린시절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빠는 눈물을 싫어했다.

아빠는 강한 사람이길 바라셨다.

우는게 나약함이라고 생각하셨다.

그럼에도 난 울음이 잦았고 눈물이 나올즈음엔 아빠한테 들킬까봐 참으려 안간힘을 썼다.

내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

제목을 보는 순간 그날들이 떠올라버렸다.

시인이 말하는 그 눈물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좋아하는 아이에게 들켜버린 마음

마음은 프라이팬처럼 달아오르고 얼굴도 달아올라 눈물이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온단다.

 

책을 받아든 순간 참으로 예쁜 색삼에 반했고 아기자기한 삽화가 웃음을 주었다.

삽화가가 알고보니 볼료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2012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되었다.

 

책을 펴면 시인이 말한다.

이 시집을 딸에게 동생 대신 바친다고.

나는 내 아이에게 후에 무얼 남길까 생각해 보았다.

시인은 참 좋겠다.

이런 아름다운 글을 남길 수 있어서.

그 딸도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머리에서 시인은 또 말한다. 우리는 엄마 배 속에서부터 꽃을 피울 줄 안다고 말이다.

그래, 그렇구나. 우리는 모두 꽃을 피울 수 있는 존재구나. 소중한 존재구나...

 

1부 제목이 팔랑팔랑 나는, 나비

우리 말이 참 재미있음을 시를 보면서 다시금 느낀다.

나는 나비이고 팔랑팔랑 나는게 나비이다.

시인은 이런 말의 재미남을 알고 적었겠지?

 

얼마전에 할머니의 힘에서는 시골스러움을 느끼며 아득해졌는데

이번 동시집에선 도시가 느껴진다.

현대아파트, 그 아파트가 30층이고 1층이 2층을 엎고 있단다.

그럼 1층은 지하에 있는 개미와 지렁이들이 엎고 있는게 아닐까 한다.

생각케 하는 구절이다.

 

실직한 아빠가 나오고 아빠대신 일을 하는 엄마.

그런 엄마가 꽃게 같이 여기진다는 아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엄마를 웃게 하는 것.

그저 아름다운 말로 꾸미기보다 담담히 현실을 말하되 구차하지 않은 이야기들.

 

제목을 보기 전에 시를 먼저 읽어 보았다.

그리고 제목을 보면 무릎을 탁 하고 친다.

 

엄마에 대한 불만, 잔소리를 떠나고 싶어하는 아이의 심정이 너무나 솔직하다.

기발하기도 하고 괘심하기도 하지만 웃음이 나는 그런 이야기들.

 

9살 아이와 함께 읽었는데 아이는 잔소리를 반납하러 도서관 가는 모습이 나오는 시가 재미있단다.

나도 엄마니 어쩔 수 없이 잔소리를 하게 되는데 시를 대하며 닥달하기보다 좀 천천히 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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