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힘 문학동네 동시집 21
김용택 지음, 이경석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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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읽으려다 한 장 읽고 혼자 읽었다.

그리고 한참을 책장을 덮지 못했다......

 

눈이 뜨겁다. 

애써 모른척 은근슬쩍 넘어가자니 콧물이 난다

 

외가가 보이고 구부정한 허리의 우리할매가 있다.

그래서 울다 웃다 한다.

시인의 말처럼 글은 진짜였다.

내 속을 파고 들더니 기어이 눈물 빼고야 만다.

 

나는 어느때고

엄마...하고 부르면 그냥 눈물이 나는데

할머니하고 부르니 왜 또 이리 마음이 무너지는지 모르겠다.

 

옛날 이야기이기도 하고 요즘 이야기이기도 한 이 글들.

담이 낮아 누구나 들여다 볼 수 있는 그 집과

밥 먹었냐, 더 먹어라...라는 말이 인사인 곳.

 

복숭아나무처럼 서 있다던 할머니.

복사꽃은 본디 핑크빛인데 꽃이 무성하면 굽실굽실하게 이쁘다.

할머니 머리는 하얗지만 할머니는 복숭아나무처럼 예쁘게 거기 서 계신다.

이제 시골에 가도 그 나무는 없다.

그 언덕도 그 집도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내 할머니도 오래지 않아 잠드시겠지.

그러면 내 할머니도 없겠지.

그래서 이렇게 내 맘이 무너지는 것.

 

우리 아이에게 할머니는 어떤 존재가 될까.

시골이 아닌 아파트에 살고 근처에 살아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그런 할머니겠지.

그러나 아이가 크면 내 맘처럼 이렇게 무너지는 일이 생길 거 같다.

할머니는 그런 존재니까.

엄마의 엄마는 모두 그런 존재니까.

 

아침에 아이에게 읽어주니 독서록이라고 몇 줄 썼길래 살짝 담아 봤다.

 

억지 눈물도 아니고 그냥 담담히 써내려간 시.

이제는 바뀐 농촌의 현실을 꼬집고 또 쓸쓸해 하는 시.

바뀐 세상을 말 하는 시.

바뀌지 않는건 우리 할머니의 그 마음뿐인가 보다.

 

이번주에는 할머니를 뵈러 가야겠다.

시골에서 올라오셔서 이제는 내 집 근처 동네에 사시는데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가서 나이든 손녀지만 재롱을 부려야지.

할머니...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해요. 오래 오래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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