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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캘린더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고 그녀의 다른 작품이 궁금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보여준 것과 전혀 다른 내용에 당황스럽고도 어색해 한다.
책 겉표지에 "투명한 악몽처럼 오싹한 세 편의 소설이다"라고 말하는데
딱히 그렇게까지 와닿는 문구는 아니었다.
설마하며 펼쳐든 <임신 캘린더>-이 책은 3편의 단편집을 묶은 책이다-
임신한 언니를 옆에서 바라보며 느끼고 그녀와 형부의 변화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언니의 임신을 딱히 기뻐하거나 언니부부가 특별히 행복해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생명의 잉태와 탄생을 말하는 동생은 감정없는 뻑뻑한 눈으로 바라보는 듯 하다.
나의 임신과정이 떠오르며 ... 이런 느낌일 수도 있겠구나 싶긴했다.
어째서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한 생명이 태어나는가 싶기도 했었고
정말 입덧이라는 것이 그토록 고통스러운 과정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임신 당시 가장 기억나는 말은
"먹기 싫어 죽겠는데 먹어야하는 이 현실이 괴롭다"
라고 주변사람들에게 하소연했던 것....
원래도 간식을 즐겨하지 않는데 속이 텅비면 뒤집히기 때문에 뭐든 조금씩
먹어서 속을 채워고 달래줘야하는 과정이 정말 귀찮고 괴로웠었다.^^
그런 과정을 전혀 경험없는 동생이 본다면 아마도 이런 생경한 눈으로 글을 쓸수도 있겠구나
생각해 본다.
물론 농약덩어리 포도잼은 정말 악의(?)적이라는 생각도 들고
언니가 원하니까 먹고 싶은걸 먹게해주자는 뭐, 별일이야 있겠어. 또 뭐 그럼 어때
하는 식의 표현도 가능할 수 있겠다 싶다.
<기숙사>
스웨덴으로 먼저간 남편을 기다리며(?) 십여년만에 처음 연락이 된 사촌동생에게 기숙사를
소개해주고 기숙사의 경영자이자 관리인인 그를 돌보게 되는 한 여자에 이야기.
결론은 의도하지 않은 이야기들. 소문이 얼마나 사람을 궁지로 모는지...
또 흘려버린 이야기들...간과했던 어떤한 일들이 내게 닥쳐오면 얼마나 뒤틀리게 보이고
오해와 공포를 주는지...결과를 알게되었을때 허탈함과 자괴감을 느낄수 있다는...
밑에 어떤님의 리뷰처럼 나 역시 그 꿀의 정체가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는 사실...
이 글을 보면서 운전할 때 도로에 나와 죽어있는 동물들의 시체가 떠올랐다.
애써 보지 않으려하지만 결국 그 물체가 무엇인지 확인코자 하는 인간의 호기심.
또한 우스운건 동물인줄 알았는데 ... 타이어 조각이었다는 것... 그런 사소한 것들.
특히 눈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어리석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해질녘의 급식실과 비 내리는 수영장>
제목도 요상하지....
그녀가 만난 그 부자는 대체 무얼하는 사람들일까 새삼 궁금하게 된다.
중요한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지만...
문명화 기계화 왕따는 아니어도 살면서 이질감을 느끼는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
쉽게 생각하고 넘어갔던 모든 것들이 예민하게 느껴진다.
그녀가 받은 "잘 자"라는 남편의 단순한 문구가 많은 의미를 내포한 것 처럼...
사족)
오가와 요코의 작품에 신체가 불편한 인물이 꽤 등장한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엔 그 박사가...
그리고 이번 단편집에선 기숙사의 관리인이...
결코 동정을 보이지 않고 사실만 직시하고 있다.
그점이 특히 맘에 든다.
아, 그리고 그 관리인이 말하는 사라진 수학도...
어째서 그 수학도는 자꾸 박사와 연결이 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