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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도 듣는 이 없이
자신의 말소리가 공허하게 흩어져 버리는 걸 느끼며
옥희는 어쩐지 버즘나무의 하얀 씨앗들을 떠올렸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오묘한 방식으로 비추어 내릴 때마다 마치
공중을 떠다니는 별처럼 반짝이던 그 솜털 같은 씨앗들.
바람은 오직 한 방향으로만 부는데도
그 씨앗들은 모두 단호하게 제각기
다른 길을 택해 사방으로 나부끼며 날아갔다.
단 한개도 온전히 떨어지지 않은 채,
그 모든 씨앗은 하늘과 땅 사이의
하염없는 공간을 계속 둥실둥실 떠다닐 뿐이었다.
자신의 말이 바로 그 흰 씨앗들처럼
어디에도 내려앉지 못하고
방안의 허공을 맴돌기만 한다는 걸 느꼈을 때,
옥희는 이모가 세상을 떠났다는 걸 깨달았다.
•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작은 땅의 야수들
다산책방
아무도 듣는 이 없이 자신의 말소리가 공허하게 흩어져 버리는 걸 느끼며 옥희는 어쩐지 버즘나무의 하얀 씨앗들을 떠올렸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오묘한 방식으로 비추어 내릴 때마다 마치 공중을 떠다니는 별처럼 반짝이던 그 솜털 같은 씨앗들. 바람은 오직 한 방향으로만 부는데도 그 씨앗들은 모두 단호하게 제각기 다른 길을 택해 사방으로 나부끼며 날아갔다.
단 한개도 온전히 떨어지지 않은 채, 그 모든 씨앗은 하늘과 땅 사이의 하염없는 공간을 계속 둥실둥실 떠다닐 뿐이었다.
자신의 말이 바로 그 흰 씨앗들처럼 어디에도 내려앉지 못하고 방안의 허공을 맴돌기만 한다는 걸 느꼈을 때, 옥희는 이모가 세상을 떠났다는 걸 깨달았다.
•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작은 땅의 야수들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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