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비어 있던 역사의 한 칸을 실증 데이터로 채우는 《철의 왕국 가야로 가자》
우리 축복이는 아홉 살이 되면서 논픽션 지식책에 대한 갈증이 부쩍 커졌다. 특히 역사를 다룰 때 단순히 전래동화 같은 서사보다는 유물과 유적이라는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풀빛 출판사의 《철의 왕국 가야로 가자》는 대치동에서 고학년 진입을 앞둔 아이들에게 아주 이성적이고 세련된 역사 로드맵을 제시해 준다. ㅎㅎ
이 책은 가야를 단순히 '삼국시대의 조연'으로 두지 않는다. '덩이쇠'라는 핵심 유물을 화자로 설정해 가야가 어떻게 동아시아 철기 생산과 해상 무역의 허브(Hub)가 되었는지를 아주 정교하게 분석한다. 사실 9세 아이들에게 역사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데, 202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가야 고분군 데이터나 지도 같은 실증 자료를 활용해 역사가 추상이 아닌 실재임을 증명해 주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들었다. ㅋㅋ
특히 판갑옷과 비늘갑옷 제작 공정을 통해 당시 가야의 제철 기술이 왜 최고 수준이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부분은 압권이다. 신라, 백제, 고구려의 금관과 가야의 유물을 나란히 배치해 아이 스스로 차이점을 도출하게 만드는 구성도 아주 훌륭하다. 가야인의 생활상과 전쟁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삽화 퀄리티가 높아서 어른인 내가 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고고인류학을 전공한 작가님의 전문성이 텍스트 곳곳에 녹아 있어 정보의 신뢰성 면에서도 합격이다. 축복이처럼 팩트(Fact)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낙동강 유역의 지리적 이점에 대해 토론해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게 아니라 유물이라는 확실한 데이터로 역사의 로드맵을 그려나가는 이 책, 호기심가득 초등 저학년 친구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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