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찰을 전하는 아이 푸른숲 역사 동화 1
한윤섭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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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을 보부상의 아들인 열세 살 소년의 눈으로 좇아가는 형식을 취한 책이다.
아버지를 잃은 소년이 혼자서 서찰을 전하기 위해 우여곡절을 거치며 동학 농민군이 갔던 길을 따라 가고,
마침내 서찰의 주인인 전봉준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있는데
역사 기록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동학농민운동 당시를 살았던 민초들의 마음을 느껴 볼 수 있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윤섭의 첫 역사 동화이다.
초등 3학년인 딸과 함께 읽었는데, 역사를 다룬 책임에도 쉽게 쓰여져있어

술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아이가 길을 가다가 중간중간 소리를 하는데 `약이 되는 소리`라 하며 그 소리를 듣고
병석에서 훌훌 털고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재밌고,
서찰에 적힌 한자의 뜻을 알기 위해 댓가를 치루는 과정에서
뭔가 중요한 것을 얻기 위해선 그만큼의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이를 남은 여행에서 써먹는 아이의 성장해가는 모습도 재밌었다.
녹두장군 전봉준 피사리에서 김경천에 의해 잡혀서 초죽음이 되도록 몰매를 맞은 뒤
거의 몸도 가누지 못한 채 관아로 압송되어가던 중에 소년을 만나
아이가 하는 소리를 듣더니 몸을 추스려 꼿꼿한 자세로 압송되는 모습이 묘사된 장면은
그 유명한 전봉준의 마지막 사진을 떠올리게 했다.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교묘히 결합하여 우리의 소중한 역사를 되돌이켜보게 하는
훌륭한 책이다. 겨울 방학이 다 가기 전에 다른 분들도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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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말그미 > 진정성과 실천을 말하다 - 울지 마, 톤즈

아침 6시면 으례 하는 일이 있다.

라디오를 틀고, KBS에서 하는 영어방송 굿모닝팝스를 듣는 일이다.

고3때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처음 굿모닝팝스를 접한 뒤부터 해온 일이니

어느덧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물론 그 20년동안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한 일은 아니다.

혹시 그랬을까봐 깜짝 놀라지들 마시라!

만약 그랬다면 영어에 달통한 아줌마가 되서 책이라도 냈을지 모르지만

중간중간 많이 빼묵었다.^^;;

 

썰이 길었다.

내가 이 말을 꺼낸 건 이 굿모닝팝스 덕분에 이태석 신부님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굿모닝팝스는 작년 말부터 일요일마다 영어로 된 위인전을 읽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각 분야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이 시대의 정신적 멘토들의 일대기를 영어로 되짚어보는

[KBS cool FM 굿모닝팝스와 함께하는 Great Koreans] 시리즈 1권이 바로 '이태석 신부님'이었다.

 ‘수단의 슈바이처’, ‘재능 기부 종결자’와 같은 수많은 수식어를 남기고,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신부님의 이야기를 한 주 한 주 들으며

이태석 신부님에 대한 궁금증이 점차 커졌다.

 

2012년 1월 14일은 이 훌륭하신 분이 돌아가신 지 딱 2년이 되는 날이었는데도

그동안 난 이 분을 몰랐다. 당연히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도 몰랐다.

그런데 이 영어방송 덕분에 이태석 신부님의 삶에 궁금증이 일었고,

급기야 12월 어느날 알라딘에서 이태석 신부님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았다.

 

'친구가 되어주실래요? /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 톤즈의 약속'을 읽었고,

마침 '울지 마 톤즈, 그 후... 선물'이 나온 기념으로 이태석 신부님 2주기 추모 영화제가 열린다고 하기에

책을 구매한 뒤 신청을 했는데 운좋게 당첨이 된 것이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짧은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 분의 삶을 다룬 영화라기에 먼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다.

동반3인까지 가능하대서 서울 사는 친구나 친척들과 함께 가서 보려고

전화를 쫘악 돌렸더니 대부분 이 영화를 다 보았다고 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다시 보러 나가기엔 시간이 안 되지만

넘 좋은 영화니까 꼭 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나만 이 영화에 대해 깜깜무식이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상영시간인 오후 2시가 못되어 홍대입구역 근처의 가톨릭청년회관에 도착해보니

상영시간  10분 전임에도 입구는 한산했다.

많이들 본 영화라 오늘 추모영화제에는 사람들이 별로 안 오나부다... 생각하구선

입구에 세워진 이태석 신부님의 사진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영화관에 들어가 비어있는 맨 앞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1시간 반동안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난 참 많이 울었다.

마지막에 브라스밴드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장례미사를 보여준 뒤

그 아이들이 우는 장면에선 정말이지 폭풍눈물을 흘렸다.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주머니에 넣고 간 손수건 두 장이 다 흥건하게 젖고 말았다.

혼자였다면 아마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으리라.

그 분의 삶이, 그분이 떠난 뒤에도 그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남겨진 의미가

내게 너무도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영화가 끝난 뒤 영화를 만든 감독이자, '울지마 톤즈, 그후... 선물'의 저자

구수환PD님이 연단으로 올라오셨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많이 참석해주시어

감사하다는 말로 첫 인사를 하시기에 뒤를 돌아보니 허걱! 내 뒤로 관객석에

사람들이 가득가득 차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미 이 영화를 보신 분들도

꽤 많이 오셔서 다시금 영화가 주는 감동을 되새겼다고 한다.

 

구감독님은 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부터 차근차근 말씀을 해주셨다.

20년동안 추적60분을 만들어오셨던 구감독님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리더들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보여주고 그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했으면 싶어서라고 한다.

단지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기리고, 아프리카 수단의 어려운 사정을 알려서 후원을 늘리고

하는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고 대안이 무엇인지

늘상 고민해오던 자신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삶이 바로 대안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20년간 전쟁을 치뤗던 수단에 가서 8년을 계시며 선교와 봉사를 해오신 이신부님의

삶 속에서 자신이 고민하던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발견한 탓이다.

그런 이 신부님의 삶을 보고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뭔가를 느끼길 바래서

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20년동안 고발하고 강요해도 바뀌지 않았던 그들이

이 영화를 보고 바뀌기 시작했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려주셨다.

그리고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스스로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덧붙였다.(이 영화는 얼마든지 불법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게끔

풀어놨다고 하셨다. 수익을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알리고자 만들었기 때문에 많이 다운 받아서 많이 보시고 감동한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하셨다.

우리 사회의 변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될 것이라 믿기 때문에.)

 

그 외에도 많은 말씀들을 해주셔서 비아북에서 나눠주신 작은 기록장에

열심히 받아 적다 보니 석장 반이나 되었다.

그중에 꼭 짚고 넘어가고픈 것을 적어본다.

 

이 영화를 보고 왜 사람들이 우는 걸까?

궁금해진 감독님이 영화관에 가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답변 내용은 본인 삶에 대해 부끄럽다, 우리 곁에 저런 분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저분의 삶을 닮고 싶다... 등등이었다.

 

그래서 감독님이 내린 결론은 우리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태석 신부님의 리더십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용어로 '써번트리더십'이라고 한다)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도 전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그들에게 군림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자꾸 들어주고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은 해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걸 배웠다고 감사하는 모습.

이것이 바로 이태석리더십이고 이런 진정성과 실천을 정치인과 교사들이 본받아

행동으로 옮긴다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곳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미국, 영국, 교황청 등에서도 상영을 했는데

모두 우리와 같은 반응을 보였으며(하나같이 다들 울었다고 한다)

영화 상영뒤 왜 그들이 울었나 인터뷰해보니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신부님의 모습을 보며 감동하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니 부끄러워서였다.  우리랑 같았다.

그들이 신부님의 삶에서 가장 공감하는 것은 바로 '실천'이었다.

이태석 신부님의 삶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진정성과 실천.

세상 사람들을 진정한 마음으로 대하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는 것.

이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강연말미에 고해성사처럼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KBS 추적 60분을 하며 20년동안 고발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가장 가까운 사람도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이 영화를 통해 자기 자신이 가장 많은 변화를 겪었단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태석 신부님의 삶의 궤적을 따라다니는 동안

희망을 전하는 기쁨, 내것을 나눠주는 기쁨의 진정성을 느끼게 되었고

세상을 보는 눈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웃는 얼굴이 되었다고 한다.

여러분도 웃는 얼굴로 살고 싶으면 봉사를 하라고 권하셨다.

봉사를 통해 기쁨과 여유가 생긴다시며.

 

정말이지 맞는 말씀이다.

이태석 신부님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법은

내 삶 속에서 신부님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이 꼭 아프리카 오지로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속에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것,

그래서 신부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

이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살아가며 옳지 못한 것에 현혹되어 흔들릴 때면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으리라 결심했다.

그리고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나누며 살리라 다짐했다.

 

"착하게 살자!'

한때 영화에서 조폭가문의 가훈으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던 문구지만

결론은 바로 이 한 마디다.

착하게 살아야겠다.

진정 착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다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실천하며 살아야겠다.

 

이런 깊은 성찰과 다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알라딘과 비아북 출판사에 감사인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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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말그미 > 진정성과 실천을 말하다 - 울지 마, 톤즈

아침 6시면 으례 하는 일이 있다.

라디오를 틀고, KBS에서 하는 영어방송 굿모닝팝스를 듣는 일이다.

고3때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처음 굿모닝팝스를 접한 뒤부터 해온 일이니

어느덧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물론 그 20년동안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한 일은 아니다.

혹시 그랬을까봐 깜짝 놀라지들 마시라!

만약 그랬다면 영어에 달통한 아줌마가 되서 책이라도 냈을지 모르지만

중간중간 많이 빼묵었다.^^;;

 

썰이 길었다.

내가 이 말을 꺼낸 건 이 굿모닝팝스 덕분에 이태석 신부님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굿모닝팝스는 작년 말부터 일요일마다 영어로 된 위인전을 읽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각 분야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이 시대의 정신적 멘토들의 일대기를 영어로 되짚어보는

[KBS cool FM 굿모닝팝스와 함께하는 Great Koreans] 시리즈 1권이 바로 '이태석 신부님'이었다.

 ‘수단의 슈바이처’, ‘재능 기부 종결자’와 같은 수많은 수식어를 남기고,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신부님의 이야기를 한 주 한 주 들으며

이태석 신부님에 대한 궁금증이 점차 커졌다.

 

2012년 1월 14일은 이 훌륭하신 분이 돌아가신 지 딱 2년이 되는 날이었는데도

그동안 난 이 분을 몰랐다. 당연히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도 몰랐다.

그런데 이 영어방송 덕분에 이태석 신부님의 삶에 궁금증이 일었고,

급기야 12월 어느날 알라딘에서 이태석 신부님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았다.

 

'친구가 되어주실래요? /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 톤즈의 약속'을 읽었고,

마침 '울지 마 톤즈, 그 후... 선물'이 나온 기념으로 이태석 신부님 2주기 추모 영화제가 열린다고 하기에

책을 구매한 뒤 신청을 했는데 운좋게 당첨이 된 것이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짧은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 분의 삶을 다룬 영화라기에 먼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다.

동반3인까지 가능하대서 서울 사는 친구나 친척들과 함께 가서 보려고

전화를 쫘악 돌렸더니 대부분 이 영화를 다 보았다고 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다시 보러 나가기엔 시간이 안 되지만

넘 좋은 영화니까 꼭 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나만 이 영화에 대해 깜깜무식이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상영시간인 오후 2시가 못되어 홍대입구역 근처의 가톨릭청년회관에 도착해보니

상영시간  10분 전임에도 입구는 한산했다.

많이들 본 영화라 오늘 추모영화제에는 사람들이 별로 안 오나부다... 생각하구선

입구에 세워진 이태석 신부님의 사진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영화관에 들어가 비어있는 맨 앞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1시간 반동안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난 참 많이 울었다.

마지막에 브라스밴드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장례미사를 보여준 뒤

그 아이들이 우는 장면에선 정말이지 폭풍눈물을 흘렸다.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주머니에 넣고 간 손수건 두 장이 다 흥건하게 젖고 말았다.

혼자였다면 아마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으리라.

그 분의 삶이, 그분이 떠난 뒤에도 그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남겨진 의미가

내게 너무도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영화가 끝난 뒤 영화를 만든 감독이자, '울지마 톤즈, 그후... 선물'의 저자

구수환PD님이 연단으로 올라오셨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많이 참석해주시어

감사하다는 말로 첫 인사를 하시기에 뒤를 돌아보니 허걱! 내 뒤로 관객석에

사람들이 가득가득 차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미 이 영화를 보신 분들도

꽤 많이 오셔서 다시금 영화가 주는 감동을 되새겼다고 한다.

 

구감독님은 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부터 차근차근 말씀을 해주셨다.

20년동안 추적60분을 만들어오셨던 구감독님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리더들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보여주고 그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했으면 싶어서라고 한다.

단지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기리고, 아프리카 수단의 어려운 사정을 알려서 후원을 늘리고

하는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고 대안이 무엇인지

늘상 고민해오던 자신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삶이 바로 대안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20년간 전쟁을 치뤗던 수단에 가서 8년을 계시며 선교와 봉사를 해오신 이신부님의

삶 속에서 자신이 고민하던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발견한 탓이다.

그런 이 신부님의 삶을 보고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뭔가를 느끼길 바래서

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20년동안 고발하고 강요해도 바뀌지 않았던 그들이

이 영화를 보고 바뀌기 시작했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려주셨다.

그리고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스스로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덧붙였다.(이 영화는 얼마든지 불법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게끔

풀어놨다고 하셨다. 수익을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알리고자 만들었기 때문에 많이 다운 받아서 많이 보시고 감동한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하셨다.

우리 사회의 변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될 것이라 믿기 때문에.)

 

그 외에도 많은 말씀들을 해주셔서 비아북에서 나눠주신 작은 기록장에

열심히 받아 적다 보니 석장 반이나 되었다.

그중에 꼭 짚고 넘어가고픈 것을 적어본다.

 

이 영화를 보고 왜 사람들이 우는 걸까?

궁금해진 감독님이 영화관에 가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답변 내용은 본인 삶에 대해 부끄럽다, 우리 곁에 저런 분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저분의 삶을 닮고 싶다... 등등이었다.

 

그래서 감독님이 내린 결론은 우리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태석 신부님의 리더십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용어로 '써번트리더십'이라고 한다)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도 전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그들에게 군림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자꾸 들어주고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은 해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걸 배웠다고 감사하는 모습.

이것이 바로 이태석리더십이고 이런 진정성과 실천을 정치인과 교사들이 본받아

행동으로 옮긴다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곳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미국, 영국, 교황청 등에서도 상영을 했는데

모두 우리와 같은 반응을 보였으며(하나같이 다들 울었다고 한다)

영화 상영뒤 왜 그들이 울었나 인터뷰해보니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신부님의 모습을 보며 감동하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니 부끄러워서였다.  우리랑 같았다.

그들이 신부님의 삶에서 가장 공감하는 것은 바로 '실천'이었다.

이태석 신부님의 삶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진정성과 실천.

세상 사람들을 진정한 마음으로 대하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는 것.

이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강연말미에 고해성사처럼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KBS 추적 60분을 하며 20년동안 고발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가장 가까운 사람도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이 영화를 통해 자기 자신이 가장 많은 변화를 겪었단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태석 신부님의 삶의 궤적을 따라다니는 동안

희망을 전하는 기쁨, 내것을 나눠주는 기쁨의 진정성을 느끼게 되었고

세상을 보는 눈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웃는 얼굴이 되었다고 한다.

여러분도 웃는 얼굴로 살고 싶으면 봉사를 하라고 권하셨다.

봉사를 통해 기쁨과 여유가 생긴다시며.

 

정말이지 맞는 말씀이다.

이태석 신부님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법은

내 삶 속에서 신부님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이 꼭 아프리카 오지로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속에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것,

그래서 신부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

이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살아가며 옳지 못한 것에 현혹되어 흔들릴 때면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으리라 결심했다.

그리고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나누며 살리라 다짐했다.

 

"착하게 살자!'

한때 영화에서 조폭가문의 가훈으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던 문구지만

결론은 바로 이 한 마디다.

착하게 살아야겠다.

진정 착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다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실천하며 살아야겠다.

 

이런 깊은 성찰과 다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뜻깊은 자리를 마련한 알라딘과 비아북 출판사에 감사인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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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말그미 > 진정성과 실천을 말하다 - 울지 마, 톤즈

아침 6시면 으례 하는 일이 있다.

라디오를 틀고, KBS에서 하는 영어방송 굿모닝팝스를 듣는 일이다.

고3때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처음 굿모닝팝스를 접한 뒤부터 해온 일이니

어느덧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물론 그 20년동안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한 일은 아니다.

혹시 그랬을까봐 깜짝 놀라지들 마시라!

만약 그랬다면 영어에 달통한 아줌마가 되서 책이라도 냈을지 모르지만

중간중간 많이 빼묵었다.^^;;

 

썰이 길었다.

내가 이 말을 꺼낸 건 이 굿모닝팝스 덕분에 이태석 신부님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굿모닝팝스는 작년 말부터 일요일마다 영어로 된 위인전을 읽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각 분야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이 시대의 정신적 멘토들의 일대기를 영어로 되짚어보는

[KBS cool FM 굿모닝팝스와 함께하는 Great Koreans] 시리즈 1권이 바로 '이태석 신부님'이었다.

 ‘수단의 슈바이처’, ‘재능 기부 종결자’와 같은 수많은 수식어를 남기고,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신부님의 이야기가 영한대역으로 담겨 있었다.

방송을 한 주 한 주 들으며 이태석 신부님에 대한 궁금증이 점차 커졌다.

 

2012년 1월 14일은 이 훌륭하신 분이 돌아가신 지 딱 2년이 되는 날이었는데도

그동안 난 이 분을 몰랐다. 당연히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도 몰랐다.

그런데 이 영어방송 덕분에 이태석 신부님의 삶에 궁금증이 일었고,

급기야 12월 어느날 알라딘에서 이태석 신부님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았다.

 

'친구가 되어주실래요? /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 톤즈의 약속'을 읽었고,

마침 '울지 마 톤즈, 그 후... 선물'이 나온 기념으로 이태석 신부님 2주기 추모 영화제가 열린다고 하기에

책을 구매한 뒤 신청을 했는데 운좋게 당첨이 된 것이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짧은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 분의 삶을 다룬 영화라기에 먼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다.

동반3인까지 가능하대서 서울 사는 친구나 친척들과 함께 가서 보려고

전화를 쫘악 돌렸더니 대부분 이 영화를 다 보았다고 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다시 보러 나가기엔 시간이 안 되지만

넘 좋은 영화니까 꼭 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나만 이 영화에 대해 깜깜무식이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상영시간인 오후 2시가 못되어 홍대입구역 근처의 가톨릭청년회관에 도착해보니

상영시간  10분 전임에도 입구는 한산했다.

많이들 본 영화라 오늘 추모영화제에는 사람들이 별로 안 오나부다... 생각하구선

입구에 세워진 이태석 신부님의 사진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영화관에 들어가 비어있는 맨 앞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1시간 반동안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난 참 많이 울었다.

마지막에 브라스밴드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장례미사를 보여준 뒤

그 아이들이 우는 장면에선 정말이지 폭풍눈물을 흘렸다.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주머니에 넣고 간 손수건 두 장이 다 흥건하게 젖고 말았다.

혼자였다면 아마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으리라.

그 분의 삶이, 그분이 떠난 뒤에도 그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남겨진 의미가

내게 너무도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영화가 끝난 뒤 영화를 만든 감독이자, '울지마 톤즈, 그후... 선물'의 저자

구수환PD님이 연단으로 올라오셨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많이 참석해주시어

감사하다는 말로 첫 인사를 하시기에 뒤를 돌아보니 허걱! 내 뒤로 관객석에

사람들이 가득가득 차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미 이 영화를 보신 분들도

꽤 많이 오셔서 다시금 영화가 주는 감동을 되새겼다고 한다.

 

구감독님은 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부터 차근차근 말씀을 해주셨다.

20년동안 추적60분을 만들어오셨던 구감독님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리더들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보여주고 그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했으면 싶어서라고 한다.

단지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기리고, 아프리카 수단의 어려운 사정을 알려서 후원을 늘리고

하는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고 대안이 무엇인지

늘상 고민해오던 자신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삶이 바로 대안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20년간 전쟁을 치뤗던 수단에 가서 8년을 계시며 선교와 봉사를 해오신 이신부님의

삶 속에서 자신이 고민하던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발견한 탓이다.

그런 이 신부님의 삶을 보고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뭔가를 느끼길 바래서

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20년동안 고발하고 강요해도 바뀌지 않았던 그들이

이 영화를 보고 바뀌기 시작했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려주셨다.

그리고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스스로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덧붙였다.(이 영화는 얼마든지 불법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게끔

풀어놨다고 하셨다. 수익을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알리고자 만들었기 때문에 많이 다운 받아서 많이 보시고 감동한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하셨다.

우리 사회의 변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될 것이라 믿기 때문에.)

 

그 외에도 많은 말씀들을 해주셔서 비아북에서 나눠주신 작은 기록장에

열심히 받아 적다 보니 석장 반이나 되었다.

그중에 꼭 짚고 넘어가고픈 것을 적어본다.

 

이 영화를 보고 왜 사람들이 우는 걸까?

궁금해진 감독님이 영화관에 가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답변 내용은 본인 삶에 대해 부끄럽다, 우리 곁에 저런 분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저분의 삶을 닮고 싶다... 등등이었다.

 

그래서 감독님이 내린 결론은 우리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태석 신부님의 리더십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용어로 '써번트리더십'이라고 한다)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도 전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그들에게 군림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자꾸 들어주고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은 해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걸 배웠다고 감사하는 모습.

이것이 바로 이태석리더십이고 이런 진정성과 실천을 정치인과 교사들이 본받아

행동으로 옮긴다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곳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미국, 영국, 교황청 등에서도 상영을 했는데

모두 우리와 같은 반응을 보였으며(하나같이 다들 울었다고 한다)

영화 상영뒤 왜 그들이 울었나 인터뷰해보니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신부님의 모습을 보며 감동하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니 부끄러워서였다.  우리랑 같았다.

그들이 신부님의 삶에서 가장 공감하는 것은 바로 '실천'이었다.

이태석 신부님의 삶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진정성과 실천.

세상 사람들을 진정한 마음으로 대하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는 것.

이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강연말미에 고해성사처럼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KBS 추적 60분을 하며 20년동안 고발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가장 가까운 사람도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이 영화를 통해 자기 자신이 가장 많은 변화를 겪었단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태석 신부님의 삶의 궤적을 따라다니는 동안

희망을 전하는 기쁨, 내것을 나눠주는 기쁨의 진정성을 느끼게 되었고

세상을 보는 눈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웃는 얼굴이 되었다고 한다.

여러분도 웃는 얼굴로 살고 싶으면 봉사를 하라고 권하셨다.

봉사를 통해 기쁨과 여유가 생긴다시며.

 

정말이지 맞는 말씀이다.

이태석 신부님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법은

내 삶 속에서 신부님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이 꼭 아프리카 오지로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속에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것,

그래서 신부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

이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살아가며 옳지 못한 것에 현혹되어 흔들릴 때면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으리라 결심했다.

그리고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나누며 살리라 다짐했다.

 

"착하게 살자!'

한때 영화에서 조폭가문의 가훈으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던 문구지만

결론은 바로 이 한 마디다.

착하게 살아야겠다.

진정 착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다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실천하며 살아야겠다.

 

이런 깊은 성찰과 다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뜻깊은 자리를 마련한 알라딘과 비아북 출판사에 감사인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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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서 비룡소의 그림동화 217
모리스 샌닥 지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내용의 이야기를 쓰느냐에 따라 그림풍도 달라진다는 모리스 샌닥의 그림책답게 

'깊은 밤 부엌에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는 전혀 다른 풍의 그림이 나를 반긴다.

모리스 샌닥이 그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봤다면, 전혀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 여겼을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의 유명한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의 아들이 집에서 유괴되었다가

결국은 주검으로 돌아온 참혹하고 안타까운 사건을 접한 모리스 샌닥이

린드버그의 아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생계를 위해 배를 타고 멀리 떠나는 아빠,

그런 아빠를 기다리며 실의에 빠져 아기에게 무신경해져버린 엄마,

이런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돌봐야 하는 아이다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나팔 불기를 좋아하던 아이다는

무심한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보다 지쳤는지

한눈을 팔게 되고, 그 순간을 기다리던 고블린에 의해 동생은 납치를 당한다.

 

고블린은 잉글랜드의 신화에서 추한 난쟁이의 모습을 한 심술궂은 정령이다.

숲이나 동굴에 산다고 하며, 어린이와 말을 좋아하고, 갈기를 빗거나 나쁜 어린이를 잡아간다고 믿었다.

옛날에 유모들은 "고블린이 잡아먹으러 왔다"라고 하며 어린이를 재웠다고 한다. 

 

엄마처럼이나 무표정한 얼음아기에게 사랑한다를 속삭이던 아이다는

자신이 고블린에게 속을 것을 알고 동생을 찾아 나선다.

이때 챙겨가는 것이 엄마의 커다란 노란 비옷과 나팔이다.

 

창문을 뒤로 나가는 바람에 고블린의 동굴도 못 보고 지나치자

바다 멀리 있던 아빠가 노래를 불러 고블린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

나팔을 연주해 고블린을 잡고, 동생의 결혼식도 막으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고블린의 소굴로 뛰어든 아이다는 나팔을 불어

고블린의 기분을 좋게 해준다.

처음에 칙칙한 보랏빛 망토를 뒤집어 쓰고 있던 시커먼 고블린들은

어느새 동생 또래의 아기들이 되어  아이다의 나팔 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어쩌면 이 아기들 가운데 린드버그의 아들 모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기가 된 고블린은 유괴를 당해 목숨을 잃은 어린 영혼을 상징하는 존재로 보여진다.

 

신나게 춤추는 고만고만한 아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알껍질 위에 가만 앉아있는 아기를 발견하는데,

그 아기가 바로 아이다의 동생이었다.

그런데 요기에  웬 뜬금없는 알껍질?

이 부분에서 난 데미안에 나온 한 구절이 떠오른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고블린이 아기로 변한 순간부터 그림에 알껍질이 나오기 시작한다.

알껍질은 뭔가 한계를 넘어선 존재를 상징하는 그 무엇이다.

유괴의 아픔이라는 알껍질 속에 자신을 꽁꽁 가둬두었던 아기들이

아이다의 나팔소리와 엄마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황금빛 비옷에 감싸여

불안과 걱정에 휩싸인 알껍질을 깨고 나온 것을 말하는 건 아닐까?

 

고블린이 그렇게 춤의 물결 속에 빠져있는 동안

아이다는 알껍질 속에 얌전히 앉아 박수를 치고 있던 동생을 데리고

무사히 탈출한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보니

엄마는 아빠에게서 온 편지를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아빠가 떠난 뒤 처음으로 생기에 넘친 모습이다.

자신의 아이가 유괴되었다가 겨우 구출되어 돌아왔다는 사실도 모른 채

즐거워하는 엄마의 모습이 왠지 얄밉지만

그러나 중요한 건 이제 동생은 안전해졌다는 것이다.

아빠가 돌아오실 때까지 한동안은 언니의 보살핌이 필요하겠지만

아이다는 이제 잘해낼 것이다.

 

책을 읽고보니,

모리스 센닥의 그림책이 지닌 공통점이 보인다.

주인공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다는 점, 부모의 관심을 벗어나 있다는 점.

그림톤은 달라졌어도 작가의 생각하는 범위는 비슷함을 반증해준다.

 

나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딸에게 책 읽은 소감을 물었다.

그런데 나보다 책내용을 잘 짚어내돈 딸은

이 책에 대해서만은 도대체 뭔 소린지 모르겠다고 한다.--;;

글이 몇줄 안 되는 짧은 그림책이지만

그 안에 이중삼중의 의미가 녹아있는 거라 이해가 쉽지 않았으리라.

초등 고학년은 되어야하고, 엄마나 선생님의 지도가 있어야 제대로 이해가능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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