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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갈장군이어도 좋아! -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하는 우리 반
이선배 지음, 고은찬 그림 / 여우고개 / 2020년 6월
평점 :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20년 넘게 꾸려온 마을도서관 '모퉁이어린이도서관'의 설립자이신 이선배선생님께서 각고의 노력끝에 최근 내셨다고 하여 관심을 갖게된 책이다.
개학 첫날 첫시간에 자신은 '대갈장군'이란 별명을 가졌다고 돌직구 고백을 하는 선생님과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이 교실에서 어우러지며 도서관이용방법, 자치토론, 기본소득에 대해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으로 술술 재밌게 읽힌다. 형식은 동화이지만 내용은 어른들에게도 꽤나 유용할 듯 하다.
도서관설립바람이 불면서 동네마다 각종 도서관이 생겨나 주변을 둘러보면 도서관이 참 많지만 제대로 이용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는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닐 것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할 때 쓰는 한국도서관십진분류표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나도 몰랐던 내용을 알게 됐으니 말이다.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공부를 가르치기보다 학생들 스스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도서관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도서관을 설립하신 분이기에 이 이야기를 넣으신 것 같다.
민주시민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내놓고, 상대의 의견을 들어보면서 서로 의견조율을 거쳐 합의에 따른 의사결정을 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자치토론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아이들이 직접 학급특색사업을 정한다거나, 현장학습장소를 정하는 토론을 하면서 익혀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관심가는 내용인 기본소득개념을 어떻게 전달할지 궁금했는데, 기본소득을 어린이에게도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아이들이 찬반으로 나누어 토론하면서 자연스럽게 전달한 게 참 좋았다. 초등학생도 읽고 기본소득의 개념과 정당성, 충분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쉽게 잘 풀어주셨다.
난 우리 세대가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다음 세대, 즉 우리 자식들을 위해 참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해야만 돈을 버는 노동중심의 시대는 이제 구시대가 되었다. 20%가 세상의 부 80%를 독식하며 사는 시대도 더이상은 안 된다.
AI 시대의 도래는 일은 기계와 로봇이 하고, 사람은 돈에 구애받지 않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즐겁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꿀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기본소득이 모두에게 지급되어야 한다. 단지 돈을 위한 노동을 하지 않고,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줄 일을 하면서 더 인간답고 가치있게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는 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에게 편중된 부를 사회에 환원시켜 모두가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부익부 빈익빈으로 점점 기울어져가는 자본주의의 분배정의를 실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가볍게 읽으며 기본소득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어서 이제 고3, 중3이 된 내 아이들에게도 읽어볼 것을 권했다. 이 책을 발판으로 각 주제들에 더 깊이 있는 후속독서를 바라는 작가의 바람대로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본소득을 접하고 관심을 갖게 하고 싶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아이들이 기본소득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인권을 부르짖은 파키스탄의 말랄라 유사프자이도, 환경운동에 앞장선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도 모두 10대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아이들의 목소리가 큰 힘을 발휘하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