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말그미 > 진정성과 실천을 말하다 - 울지 마, 톤즈

아침 6시면 으례 하는 일이 있다.

라디오를 틀고, KBS에서 하는 영어방송 굿모닝팝스를 듣는 일이다.

고3때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처음 굿모닝팝스를 접한 뒤부터 해온 일이니

어느덧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물론 그 20년동안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한 일은 아니다.

혹시 그랬을까봐 깜짝 놀라지들 마시라!

만약 그랬다면 영어에 달통한 아줌마가 되서 책이라도 냈을지 모르지만

중간중간 많이 빼묵었다.^^;;

 

썰이 길었다.

내가 이 말을 꺼낸 건 이 굿모닝팝스 덕분에 이태석 신부님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굿모닝팝스는 작년 말부터 일요일마다 영어로 된 위인전을 읽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각 분야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이 시대의 정신적 멘토들의 일대기를 영어로 되짚어보는

[KBS cool FM 굿모닝팝스와 함께하는 Great Koreans] 시리즈 1권이 바로 '이태석 신부님'이었다.

 ‘수단의 슈바이처’, ‘재능 기부 종결자’와 같은 수많은 수식어를 남기고,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신부님의 이야기를 한 주 한 주 들으며

이태석 신부님에 대한 궁금증이 점차 커졌다.

 

2012년 1월 14일은 이 훌륭하신 분이 돌아가신 지 딱 2년이 되는 날이었는데도

그동안 난 이 분을 몰랐다. 당연히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도 몰랐다.

그런데 이 영어방송 덕분에 이태석 신부님의 삶에 궁금증이 일었고,

급기야 12월 어느날 알라딘에서 이태석 신부님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았다.

 

'친구가 되어주실래요? /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 톤즈의 약속'을 읽었고,

마침 '울지 마 톤즈, 그 후... 선물'이 나온 기념으로 이태석 신부님 2주기 추모 영화제가 열린다고 하기에

책을 구매한 뒤 신청을 했는데 운좋게 당첨이 된 것이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짧은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 분의 삶을 다룬 영화라기에 먼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다.

동반3인까지 가능하대서 서울 사는 친구나 친척들과 함께 가서 보려고

전화를 쫘악 돌렸더니 대부분 이 영화를 다 보았다고 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다시 보러 나가기엔 시간이 안 되지만

넘 좋은 영화니까 꼭 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나만 이 영화에 대해 깜깜무식이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상영시간인 오후 2시가 못되어 홍대입구역 근처의 가톨릭청년회관에 도착해보니

상영시간  10분 전임에도 입구는 한산했다.

많이들 본 영화라 오늘 추모영화제에는 사람들이 별로 안 오나부다... 생각하구선

입구에 세워진 이태석 신부님의 사진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영화관에 들어가 비어있는 맨 앞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1시간 반동안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난 참 많이 울었다.

마지막에 브라스밴드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장례미사를 보여준 뒤

그 아이들이 우는 장면에선 정말이지 폭풍눈물을 흘렸다.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주머니에 넣고 간 손수건 두 장이 다 흥건하게 젖고 말았다.

혼자였다면 아마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으리라.

그 분의 삶이, 그분이 떠난 뒤에도 그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남겨진 의미가

내게 너무도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영화가 끝난 뒤 영화를 만든 감독이자, '울지마 톤즈, 그후... 선물'의 저자

구수환PD님이 연단으로 올라오셨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많이 참석해주시어

감사하다는 말로 첫 인사를 하시기에 뒤를 돌아보니 허걱! 내 뒤로 관객석에

사람들이 가득가득 차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미 이 영화를 보신 분들도

꽤 많이 오셔서 다시금 영화가 주는 감동을 되새겼다고 한다.

 

구감독님은 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부터 차근차근 말씀을 해주셨다.

20년동안 추적60분을 만들어오셨던 구감독님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리더들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보여주고 그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했으면 싶어서라고 한다.

단지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기리고, 아프리카 수단의 어려운 사정을 알려서 후원을 늘리고

하는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고 대안이 무엇인지

늘상 고민해오던 자신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삶이 바로 대안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20년간 전쟁을 치뤗던 수단에 가서 8년을 계시며 선교와 봉사를 해오신 이신부님의

삶 속에서 자신이 고민하던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발견한 탓이다.

그런 이 신부님의 삶을 보고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뭔가를 느끼길 바래서

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20년동안 고발하고 강요해도 바뀌지 않았던 그들이

이 영화를 보고 바뀌기 시작했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려주셨다.

그리고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스스로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덧붙였다.(이 영화는 얼마든지 불법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게끔

풀어놨다고 하셨다. 수익을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알리고자 만들었기 때문에 많이 다운 받아서 많이 보시고 감동한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하셨다.

우리 사회의 변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될 것이라 믿기 때문에.)

 

그 외에도 많은 말씀들을 해주셔서 비아북에서 나눠주신 작은 기록장에

열심히 받아 적다 보니 석장 반이나 되었다.

그중에 꼭 짚고 넘어가고픈 것을 적어본다.

 

이 영화를 보고 왜 사람들이 우는 걸까?

궁금해진 감독님이 영화관에 가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답변 내용은 본인 삶에 대해 부끄럽다, 우리 곁에 저런 분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저분의 삶을 닮고 싶다... 등등이었다.

 

그래서 감독님이 내린 결론은 우리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태석 신부님의 리더십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용어로 '써번트리더십'이라고 한다)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도 전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그들에게 군림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자꾸 들어주고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은 해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걸 배웠다고 감사하는 모습.

이것이 바로 이태석리더십이고 이런 진정성과 실천을 정치인과 교사들이 본받아

행동으로 옮긴다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곳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미국, 영국, 교황청 등에서도 상영을 했는데

모두 우리와 같은 반응을 보였으며(하나같이 다들 울었다고 한다)

영화 상영뒤 왜 그들이 울었나 인터뷰해보니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신부님의 모습을 보며 감동하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니 부끄러워서였다.  우리랑 같았다.

그들이 신부님의 삶에서 가장 공감하는 것은 바로 '실천'이었다.

이태석 신부님의 삶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진정성과 실천.

세상 사람들을 진정한 마음으로 대하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는 것.

이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강연말미에 고해성사처럼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KBS 추적 60분을 하며 20년동안 고발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가장 가까운 사람도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이 영화를 통해 자기 자신이 가장 많은 변화를 겪었단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태석 신부님의 삶의 궤적을 따라다니는 동안

희망을 전하는 기쁨, 내것을 나눠주는 기쁨의 진정성을 느끼게 되었고

세상을 보는 눈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웃는 얼굴이 되었다고 한다.

여러분도 웃는 얼굴로 살고 싶으면 봉사를 하라고 권하셨다.

봉사를 통해 기쁨과 여유가 생긴다시며.

 

정말이지 맞는 말씀이다.

이태석 신부님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법은

내 삶 속에서 신부님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이 꼭 아프리카 오지로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속에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것,

그래서 신부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

이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살아가며 옳지 못한 것에 현혹되어 흔들릴 때면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으리라 결심했다.

그리고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나누며 살리라 다짐했다.

 

"착하게 살자!'

한때 영화에서 조폭가문의 가훈으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던 문구지만

결론은 바로 이 한 마디다.

착하게 살아야겠다.

진정 착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다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실천하며 살아야겠다.

 

이런 깊은 성찰과 다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뜻깊은 자리를 마련한 알라딘과 비아북 출판사에 감사인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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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말그미 > 진정성과 실천을 말하다 - 울지 마, 톤즈

아침 6시면 으례 하는 일이 있다.

라디오를 틀고, KBS에서 하는 영어방송 굿모닝팝스를 듣는 일이다.

고3때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처음 굿모닝팝스를 접한 뒤부터 해온 일이니

어느덧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물론 그 20년동안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한 일은 아니다.

혹시 그랬을까봐 깜짝 놀라지들 마시라!

만약 그랬다면 영어에 달통한 아줌마가 되서 책이라도 냈을지 모르지만

중간중간 많이 빼묵었다.^^;;

 

썰이 길었다.

내가 이 말을 꺼낸 건 이 굿모닝팝스 덕분에 이태석 신부님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굿모닝팝스는 작년 말부터 일요일마다 영어로 된 위인전을 읽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각 분야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이 시대의 정신적 멘토들의 일대기를 영어로 되짚어보는

[KBS cool FM 굿모닝팝스와 함께하는 Great Koreans] 시리즈 1권이 바로 '이태석 신부님'이었다.

 ‘수단의 슈바이처’, ‘재능 기부 종결자’와 같은 수많은 수식어를 남기고,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신부님의 이야기가 영한대역으로 담겨 있었다.

방송을 한 주 한 주 들으며 이태석 신부님에 대한 궁금증이 점차 커졌다.

 

2012년 1월 14일은 이 훌륭하신 분이 돌아가신 지 딱 2년이 되는 날이었는데도

그동안 난 이 분을 몰랐다. 당연히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도 몰랐다.

그런데 이 영어방송 덕분에 이태석 신부님의 삶에 궁금증이 일었고,

급기야 12월 어느날 알라딘에서 이태석 신부님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았다.

 

'친구가 되어주실래요? /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 톤즈의 약속'을 읽었고,

마침 '울지 마 톤즈, 그 후... 선물'이 나온 기념으로 이태석 신부님 2주기 추모 영화제가 열린다고 하기에

책을 구매한 뒤 신청을 했는데 운좋게 당첨이 된 것이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짧은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 분의 삶을 다룬 영화라기에 먼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다.

동반3인까지 가능하대서 서울 사는 친구나 친척들과 함께 가서 보려고

전화를 쫘악 돌렸더니 대부분 이 영화를 다 보았다고 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다시 보러 나가기엔 시간이 안 되지만

넘 좋은 영화니까 꼭 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나만 이 영화에 대해 깜깜무식이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상영시간인 오후 2시가 못되어 홍대입구역 근처의 가톨릭청년회관에 도착해보니

상영시간  10분 전임에도 입구는 한산했다.

많이들 본 영화라 오늘 추모영화제에는 사람들이 별로 안 오나부다... 생각하구선

입구에 세워진 이태석 신부님의 사진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영화관에 들어가 비어있는 맨 앞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1시간 반동안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난 참 많이 울었다.

마지막에 브라스밴드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장례미사를 보여준 뒤

그 아이들이 우는 장면에선 정말이지 폭풍눈물을 흘렸다.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주머니에 넣고 간 손수건 두 장이 다 흥건하게 젖고 말았다.

혼자였다면 아마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으리라.

그 분의 삶이, 그분이 떠난 뒤에도 그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남겨진 의미가

내게 너무도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영화가 끝난 뒤 영화를 만든 감독이자, '울지마 톤즈, 그후... 선물'의 저자

구수환PD님이 연단으로 올라오셨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많이 참석해주시어

감사하다는 말로 첫 인사를 하시기에 뒤를 돌아보니 허걱! 내 뒤로 관객석에

사람들이 가득가득 차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미 이 영화를 보신 분들도

꽤 많이 오셔서 다시금 영화가 주는 감동을 되새겼다고 한다.

 

구감독님은 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부터 차근차근 말씀을 해주셨다.

20년동안 추적60분을 만들어오셨던 구감독님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리더들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보여주고 그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했으면 싶어서라고 한다.

단지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기리고, 아프리카 수단의 어려운 사정을 알려서 후원을 늘리고

하는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고 대안이 무엇인지

늘상 고민해오던 자신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삶이 바로 대안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20년간 전쟁을 치뤗던 수단에 가서 8년을 계시며 선교와 봉사를 해오신 이신부님의

삶 속에서 자신이 고민하던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발견한 탓이다.

그런 이 신부님의 삶을 보고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뭔가를 느끼길 바래서

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20년동안 고발하고 강요해도 바뀌지 않았던 그들이

이 영화를 보고 바뀌기 시작했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려주셨다.

그리고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스스로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덧붙였다.(이 영화는 얼마든지 불법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게끔

풀어놨다고 하셨다. 수익을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알리고자 만들었기 때문에 많이 다운 받아서 많이 보시고 감동한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하셨다.

우리 사회의 변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될 것이라 믿기 때문에.)

 

그 외에도 많은 말씀들을 해주셔서 비아북에서 나눠주신 작은 기록장에

열심히 받아 적다 보니 석장 반이나 되었다.

그중에 꼭 짚고 넘어가고픈 것을 적어본다.

 

이 영화를 보고 왜 사람들이 우는 걸까?

궁금해진 감독님이 영화관에 가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답변 내용은 본인 삶에 대해 부끄럽다, 우리 곁에 저런 분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저분의 삶을 닮고 싶다... 등등이었다.

 

그래서 감독님이 내린 결론은 우리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태석 신부님의 리더십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용어로 '써번트리더십'이라고 한다)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도 전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그들에게 군림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자꾸 들어주고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은 해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걸 배웠다고 감사하는 모습.

이것이 바로 이태석리더십이고 이런 진정성과 실천을 정치인과 교사들이 본받아

행동으로 옮긴다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곳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미국, 영국, 교황청 등에서도 상영을 했는데

모두 우리와 같은 반응을 보였으며(하나같이 다들 울었다고 한다)

영화 상영뒤 왜 그들이 울었나 인터뷰해보니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신부님의 모습을 보며 감동하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니 부끄러워서였다.  우리랑 같았다.

그들이 신부님의 삶에서 가장 공감하는 것은 바로 '실천'이었다.

이태석 신부님의 삶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진정성과 실천.

세상 사람들을 진정한 마음으로 대하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는 것.

이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강연말미에 고해성사처럼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KBS 추적 60분을 하며 20년동안 고발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가장 가까운 사람도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이 영화를 통해 자기 자신이 가장 많은 변화를 겪었단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태석 신부님의 삶의 궤적을 따라다니는 동안

희망을 전하는 기쁨, 내것을 나눠주는 기쁨의 진정성을 느끼게 되었고

세상을 보는 눈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웃는 얼굴이 되었다고 한다.

여러분도 웃는 얼굴로 살고 싶으면 봉사를 하라고 권하셨다.

봉사를 통해 기쁨과 여유가 생긴다시며.

 

정말이지 맞는 말씀이다.

이태석 신부님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법은

내 삶 속에서 신부님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이 꼭 아프리카 오지로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속에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것,

그래서 신부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

이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살아가며 옳지 못한 것에 현혹되어 흔들릴 때면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으리라 결심했다.

그리고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나누며 살리라 다짐했다.

 

"착하게 살자!'

한때 영화에서 조폭가문의 가훈으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던 문구지만

결론은 바로 이 한 마디다.

착하게 살아야겠다.

진정 착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다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실천하며 살아야겠다.

 

이런 깊은 성찰과 다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뜻깊은 자리를 마련한 알라딘과 비아북 출판사에 감사인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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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서 비룡소의 그림동화 217
모리스 샌닥 지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내용의 이야기를 쓰느냐에 따라 그림풍도 달라진다는 모리스 샌닥의 그림책답게 

'깊은 밤 부엌에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는 전혀 다른 풍의 그림이 나를 반긴다.

모리스 샌닥이 그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봤다면, 전혀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 여겼을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의 유명한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의 아들이 집에서 유괴되었다가

결국은 주검으로 돌아온 참혹하고 안타까운 사건을 접한 모리스 샌닥이

린드버그의 아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생계를 위해 배를 타고 멀리 떠나는 아빠,

그런 아빠를 기다리며 실의에 빠져 아기에게 무신경해져버린 엄마,

이런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돌봐야 하는 아이다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나팔 불기를 좋아하던 아이다는

무심한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보다 지쳤는지

한눈을 팔게 되고, 그 순간을 기다리던 고블린에 의해 동생은 납치를 당한다.

 

고블린은 잉글랜드의 신화에서 추한 난쟁이의 모습을 한 심술궂은 정령이다.

숲이나 동굴에 산다고 하며, 어린이와 말을 좋아하고, 갈기를 빗거나 나쁜 어린이를 잡아간다고 믿었다.

옛날에 유모들은 "고블린이 잡아먹으러 왔다"라고 하며 어린이를 재웠다고 한다. 

 

엄마처럼이나 무표정한 얼음아기에게 사랑한다를 속삭이던 아이다는

자신이 고블린에게 속을 것을 알고 동생을 찾아 나선다.

이때 챙겨가는 것이 엄마의 커다란 노란 비옷과 나팔이다.

 

창문을 뒤로 나가는 바람에 고블린의 동굴도 못 보고 지나치자

바다 멀리 있던 아빠가 노래를 불러 고블린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

나팔을 연주해 고블린을 잡고, 동생의 결혼식도 막으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고블린의 소굴로 뛰어든 아이다는 나팔을 불어

고블린의 기분을 좋게 해준다.

처음에 칙칙한 보랏빛 망토를 뒤집어 쓰고 있던 시커먼 고블린들은

어느새 동생 또래의 아기들이 되어  아이다의 나팔 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어쩌면 이 아기들 가운데 린드버그의 아들 모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기가 된 고블린은 유괴를 당해 목숨을 잃은 어린 영혼을 상징하는 존재로 보여진다.

 

신나게 춤추는 고만고만한 아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알껍질 위에 가만 앉아있는 아기를 발견하는데,

그 아기가 바로 아이다의 동생이었다.

그런데 요기에  웬 뜬금없는 알껍질?

이 부분에서 난 데미안에 나온 한 구절이 떠오른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고블린이 아기로 변한 순간부터 그림에 알껍질이 나오기 시작한다.

알껍질은 뭔가 한계를 넘어선 존재를 상징하는 그 무엇이다.

유괴의 아픔이라는 알껍질 속에 자신을 꽁꽁 가둬두었던 아기들이

아이다의 나팔소리와 엄마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황금빛 비옷에 감싸여

불안과 걱정에 휩싸인 알껍질을 깨고 나온 것을 말하는 건 아닐까?

 

고블린이 그렇게 춤의 물결 속에 빠져있는 동안

아이다는 알껍질 속에 얌전히 앉아 박수를 치고 있던 동생을 데리고

무사히 탈출한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보니

엄마는 아빠에게서 온 편지를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아빠가 떠난 뒤 처음으로 생기에 넘친 모습이다.

자신의 아이가 유괴되었다가 겨우 구출되어 돌아왔다는 사실도 모른 채

즐거워하는 엄마의 모습이 왠지 얄밉지만

그러나 중요한 건 이제 동생은 안전해졌다는 것이다.

아빠가 돌아오실 때까지 한동안은 언니의 보살핌이 필요하겠지만

아이다는 이제 잘해낼 것이다.

 

책을 읽고보니,

모리스 센닥의 그림책이 지닌 공통점이 보인다.

주인공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다는 점, 부모의 관심을 벗어나 있다는 점.

그림톤은 달라졌어도 작가의 생각하는 범위는 비슷함을 반증해준다.

 

나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딸에게 책 읽은 소감을 물었다.

그런데 나보다 책내용을 잘 짚어내돈 딸은

이 책에 대해서만은 도대체 뭔 소린지 모르겠다고 한다.--;;

글이 몇줄 안 되는 짧은 그림책이지만

그 안에 이중삼중의 의미가 녹아있는 거라 이해가 쉽지 않았으리라.

초등 고학년은 되어야하고, 엄마나 선생님의 지도가 있어야 제대로 이해가능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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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펫 보름달문고 47
조향미 지음, 정문주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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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발랄한 남녀배우의 등장으로 최근 화제를 모은 바 있는

'너는 펫'이라는 영화를 봐도 그렇고, 요즘 대세가 '펫'인가 보다.

 

그런데 애완동물을 일컫는 말인 '펫'은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성행하면서,

애완동물과 같은 수동적인 사람이라는 뜻을 포함하며

학생들 사이에 ‘펫놀이’로까지 퍼져 나가게 됐다고 한다.


'려라 펫'은 이러한 사회풍토를 바탕으로 그린 책이다.

사실 난 이 책을 보기 전엔 이런 놀이가 있는 줄도 몰랐다.
이 책을 관심있게 본 이유도 초등 3학년 딸을 키우는 엄마입장에서

요즘 유행이라는 이 놀이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컸다.



 

펫놀이는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그 누구를 주인으로 모시는 펫이 되

주인이 하라는 대로 절대복종하며 주인말을 따라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펫놀이는 노예놀이나 다름없다고 경고하는 짝꿍 라희나 선생님 말씀을 귓등으로 흘려듣고

돈 좀 벌어보겠다고 그 놀이에 뛰어들었던 주인공 홍현민은

펫놀이때문에 엉겁결에 ‘이프로 부족한 애’로 찍혀 2학기 내내 고통스럽게 지내게 된다.

 

현민이는 자기 새끼를 잡아먹는 햄이를 본 뒤로 햄스터를 무서워하게 됐는데

그때문에 스스로 '이프로 부족한 아이'라고 친구들 앞에서 공언하게 되고

펫놀이를 하다  바닥에 떨어져서 쓰레기통 속에 들어갔다 나온 초코볼을 먹고 내뱉은 뒤로

'이프로 부족'이란 별명을 아예 달고 살게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갈등을 겪고

고민을 하며 내적 성장을 이루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며 아이들 사이에 유행이라는 펫놀이가 어떤 내용인지

그 펫놀이에 참여하는 아이의 심리는 어떤지 조금은 알게 됐다.

그러나 엄밀이 이야기해 이 책은 '펫놀이'보다는 '원치 않는 별명'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 듯 했다.

왜냐하면 펫놀이에 참여한 현민이 외의 다른 친구들의 심리는 잘 드러나지 않았고,

주인공인 현민이의 시선에만 갇혀서 이야기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아영이의 펫으로 자주 등장하는 태욱이의 생각도 궁금하고,

마지막에 가서 이야기의 반전을 만든 나윤이(스스로 나 자신의 펫이라 여기는)의 생각도 궁금하다.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 아이들의 입장이 거의 설명되지 않아 아쉬웠다.

 

태욱이가 아영이를 좋아해서 비굴할 정도로 아영이의 펫 노릇을 하고 있다는 건

그나마 이해가 가는데, 왜 나윤이가 사물함 문짝에 본드를 붙이고,

그 사물함 안에 동물 그림이 인쇄된 종이를 넣고,

그 종이 한 귀퉁이에 그 아이의 이름 첫 글자를 써서

‘펫들아 안녕’이라는 문장을 완성하려 했는지....

그런 일을 몰래 하는 완벽모범생 나윤이의 속마음이 정말 궁금했는데 말이다.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작가의 배려라고 보아야 할까? 

 

또 나윤이가 반전사건이 있은 뒤로 내리 결석을 하다가 학교홈피에서 쪽지로

기계처럼 공부만 하는 자신이 늘 다른 사람의 펫, 나 자신의 펫이었다고

현민이에게 고백하고 휘리릭 떠나는 건 좀 억지스럽지 않나 싶었다.

사물함 장난의 주인공이 라희일 거라고 계속 의심하게 만들다 사실 범인은 나윤이고

자신을 계속 괴롭혔다고 믿었던 라희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진짜 친구였음을

보여주는 대목도 다소 식상했고.

 

책을 읽고 나서,

이프로 부족한 건 책 속 주인공 현민이 뿐만 아니라

이 책 자체도 아닌가 생각했다면 너무 가혹한 평일까? 

 

기말고사 첫째날을 마친 딸이 책을 다 읽었길래 

어떤 느낌이 드냐 했더니...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려는 게,

"아이들이 남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자라기를 바란다.

어른들은 이미 남의 시선에 갇혀있지만, 어린이는 아직 기회가 있기 때문에

어릴 때 충분히 그 기회를 활용하라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책을 읽고 이해하는 수준이 엄마보다 낫다.^^





 

딸의 이야길 듣고 보니...
노예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펫들, 혹은 어린이들에게

 ‘나는 나, 나는 내가 책임진다’라는 주인의식을 잃지 않을 때에

비로소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제 마음대로 남을 평가하고 폄하하려 드는 주인 아닌 주인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긴 했지만

어째 나에겐 여전히 이프로 부족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누군가의 펫은 아닌지,

내가 혹시 누군가를 펫으로 만들고 있는 것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또 내 아이만은 완벽한 아이로 만들고 싶었던 마음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인지,

(현민이 엄마가 시험을 앞두고 요리솜씨를 발휘해 맛난 음식을 차려놓고

시험 잘 보라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일종의 펫 길들이기 아닐까?)

아이가 잘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어떤 것인지

부모들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좋은 작가는 시대의 흐름을 간파해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도록 이정표를 제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이 책을 많은 어린이와 부모들이 읽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어떤 답을 찾았는지 함께 이야기 나눌 자리가 생긴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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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행복한 미술 선생님 엄마와 행복한 미술 시간
바오.마리 지음 / 진선아이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그림그리기를 어려워하던 아들이 이책을 따라하며 자신감이 팍팍 생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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