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펫 보름달문고 47
조향미 지음, 정문주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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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발랄한 남녀배우의 등장으로 최근 화제를 모은 바 있는

'너는 펫'이라는 영화를 봐도 그렇고, 요즘 대세가 '펫'인가 보다.

 

그런데 애완동물을 일컫는 말인 '펫'은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성행하면서,

애완동물과 같은 수동적인 사람이라는 뜻을 포함하며

학생들 사이에 ‘펫놀이’로까지 퍼져 나가게 됐다고 한다.


'려라 펫'은 이러한 사회풍토를 바탕으로 그린 책이다.

사실 난 이 책을 보기 전엔 이런 놀이가 있는 줄도 몰랐다.
이 책을 관심있게 본 이유도 초등 3학년 딸을 키우는 엄마입장에서

요즘 유행이라는 이 놀이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컸다.



 

펫놀이는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그 누구를 주인으로 모시는 펫이 되

주인이 하라는 대로 절대복종하며 주인말을 따라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펫놀이는 노예놀이나 다름없다고 경고하는 짝꿍 라희나 선생님 말씀을 귓등으로 흘려듣고

돈 좀 벌어보겠다고 그 놀이에 뛰어들었던 주인공 홍현민은

펫놀이때문에 엉겁결에 ‘이프로 부족한 애’로 찍혀 2학기 내내 고통스럽게 지내게 된다.

 

현민이는 자기 새끼를 잡아먹는 햄이를 본 뒤로 햄스터를 무서워하게 됐는데

그때문에 스스로 '이프로 부족한 아이'라고 친구들 앞에서 공언하게 되고

펫놀이를 하다  바닥에 떨어져서 쓰레기통 속에 들어갔다 나온 초코볼을 먹고 내뱉은 뒤로

'이프로 부족'이란 별명을 아예 달고 살게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갈등을 겪고

고민을 하며 내적 성장을 이루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며 아이들 사이에 유행이라는 펫놀이가 어떤 내용인지

그 펫놀이에 참여하는 아이의 심리는 어떤지 조금은 알게 됐다.

그러나 엄밀이 이야기해 이 책은 '펫놀이'보다는 '원치 않는 별명'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 듯 했다.

왜냐하면 펫놀이에 참여한 현민이 외의 다른 친구들의 심리는 잘 드러나지 않았고,

주인공인 현민이의 시선에만 갇혀서 이야기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아영이의 펫으로 자주 등장하는 태욱이의 생각도 궁금하고,

마지막에 가서 이야기의 반전을 만든 나윤이(스스로 나 자신의 펫이라 여기는)의 생각도 궁금하다.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 아이들의 입장이 거의 설명되지 않아 아쉬웠다.

 

태욱이가 아영이를 좋아해서 비굴할 정도로 아영이의 펫 노릇을 하고 있다는 건

그나마 이해가 가는데, 왜 나윤이가 사물함 문짝에 본드를 붙이고,

그 사물함 안에 동물 그림이 인쇄된 종이를 넣고,

그 종이 한 귀퉁이에 그 아이의 이름 첫 글자를 써서

‘펫들아 안녕’이라는 문장을 완성하려 했는지....

그런 일을 몰래 하는 완벽모범생 나윤이의 속마음이 정말 궁금했는데 말이다.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작가의 배려라고 보아야 할까? 

 

또 나윤이가 반전사건이 있은 뒤로 내리 결석을 하다가 학교홈피에서 쪽지로

기계처럼 공부만 하는 자신이 늘 다른 사람의 펫, 나 자신의 펫이었다고

현민이에게 고백하고 휘리릭 떠나는 건 좀 억지스럽지 않나 싶었다.

사물함 장난의 주인공이 라희일 거라고 계속 의심하게 만들다 사실 범인은 나윤이고

자신을 계속 괴롭혔다고 믿었던 라희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진짜 친구였음을

보여주는 대목도 다소 식상했고.

 

책을 읽고 나서,

이프로 부족한 건 책 속 주인공 현민이 뿐만 아니라

이 책 자체도 아닌가 생각했다면 너무 가혹한 평일까? 

 

기말고사 첫째날을 마친 딸이 책을 다 읽었길래 

어떤 느낌이 드냐 했더니...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려는 게,

"아이들이 남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자라기를 바란다.

어른들은 이미 남의 시선에 갇혀있지만, 어린이는 아직 기회가 있기 때문에

어릴 때 충분히 그 기회를 활용하라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책을 읽고 이해하는 수준이 엄마보다 낫다.^^





 

딸의 이야길 듣고 보니...
노예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펫들, 혹은 어린이들에게

 ‘나는 나, 나는 내가 책임진다’라는 주인의식을 잃지 않을 때에

비로소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제 마음대로 남을 평가하고 폄하하려 드는 주인 아닌 주인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긴 했지만

어째 나에겐 여전히 이프로 부족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누군가의 펫은 아닌지,

내가 혹시 누군가를 펫으로 만들고 있는 것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또 내 아이만은 완벽한 아이로 만들고 싶었던 마음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인지,

(현민이 엄마가 시험을 앞두고 요리솜씨를 발휘해 맛난 음식을 차려놓고

시험 잘 보라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일종의 펫 길들이기 아닐까?)

아이가 잘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어떤 것인지

부모들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좋은 작가는 시대의 흐름을 간파해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도록 이정표를 제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이 책을 많은 어린이와 부모들이 읽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어떤 답을 찾았는지 함께 이야기 나눌 자리가 생긴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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