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평온한 나날을 보내다
심장마비로 급사한 남편을 보낸 뒤
갑자기 모든 게 변해버린 세상 속에 나서게 된
59세의 중년여인 도시코를 통해
난 나의 시어머니를 생각하게 됐다.

도시코완 다른 면이 많지만
(아버님은 결혼 2년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님은 20년 넘게 일을 갖고 사회생활을 해오신 분이었으니
사회생활이라곤 모른 채 남편이 벌어다준 돈으로
가정생활만 충실히 꾸려온 도시코하곤 달라도 많이 다르다)
그래도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머님을 생각하게 된 건
도시코의 아들 아키유키가 미국에서 돌아와
부모 집에서 함께 살기를 종용하며 벌어지는 일들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3년 전 현재 사는 아파트에 입주를 하며 어머님과 합가를 했다.
그전에 결혼 6년동안 따로 살다 합가를 염두에 두고
5년 전 어머님과 함께 아파트를 골라 분양을 받고
분양 금액의 반은 우리 힘으로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키유키가 엄마인 도시코와 함께 살겠다고,
그건 아버지의 유언이자 이제라도 효도하고 싶다며
갖가지 이유를 대는 아들을 앞에 두고
도시코가 겪는 갈등들을 혹여 우리 어머님도 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뒤늦은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75세나 되면 그때쯤 같이 살까? 생각하셨다던 어머님.
그런데 나의 부탁으로 환갑이 되는 해에 합가를 하기로
결정하기까지... 그리고 그 뒤로도 오랫동안
어머님 나름으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들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난 어머님께 합가하자고 하면 어머님께서 흔쾌히
그러자 하실 줄 알았는데, 당시 의외로 결정을 늦추시는 걸
보며 왜 그럴까? 궁금해 했었다.
그 궁금증이 이 책을 보면서 풀렸던 것이다.

중년이라고 하기엔 할머니줄에 가까운 여성이 겪는
마음 속 갈등과 세상에 대한 시각이 아주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도시코를 통해 난 우리 어머님의 마음 속을
들어갔다 나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어머님께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게
이 책에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봤는데
그녀의 다른 책도 곧 찾아서 읽고 싶어졌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게
기리노 나쓰오 작가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참 재밌고 의미심장하게 읽은 책이었다.

<아임 소리 마마>, <아웃>의 작가이자 란포상, 나오키 상 등
굵직한 대중 문학상을 휩쓴 작가라고 하니
앞으로 읽게 될 책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추리, 스릴러, 하드보일드 등 대중 장르 전반을 섭렵하던 작가가
최초로 순문학적 작풍을 시도해 화제가 된 작품이고,
NHK에서 드라마화 된 데 이어 후부키 준과 도요카와 에츠시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니 한 번 찾아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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