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위한 레시피 - 펜 대신 팬을 들다
조영학 지음 / 틈새의시간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리 이야기에서 시작해 텃밭 이야기로 넘어가며 삶과 자연을 요리하는 남자 조영학님의 에세이 '아내를 위한 레시피'는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책이다. 삶이 그대로 글이 되고, 그 글에서는 아름다운 향이 난다.

삶의 목표가 "아내를 불행하지 않게 해주기"라서 20년 전 살림을 떠맡을 때 '남은 삶은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는 데 바치겠다'고 결심한 일을 지금껏 지켜오신 작가에게 존경의 마음이 생긴다.

스스로를 상차리는 남자, 상남자에서 부엌데기의 줄임말 '붥덱'이란 별명으로 부르는 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밥상 차리는 일을 세상 그 어느 것보다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이라며 자랑스러워 하는 분.

세상 남자들이 이 분이 마음 먹은 것 반의 반만 따라 해도 이혼률이 뚝 떨어질 것만 같다.

아내와 서로 존댓말로 대화를 나누는 부분도 내가 결혼 전 꿈꾸던 부부의 모습이어서 글 중간중간 나오는 대화 부분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는데, 결혼 30주년을 맞은 중년부부가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가 참 다정하고 살갑다. 중년일기는 내가 아니라 이런 분이 써야하지 않을까 싶다.

'아내를 위한 레시피'라는 책 제목 그대로 시그니처 요리인 감자탕을 압력솥에 간편하게 만드는 레시피와 냉모밀에 넣는 쯔유 레시피가 나오기도 하고, 텃밭에서 얻은 나물과 채소를 어떻게 갈무리해 요리하는지도 나오는데 책의 반은 텃밭이야기다. 나도 도시텃밭을 7년간 해왔기에, 작가의 텃밭 이야기가 더욱 와닿았다.


"형은 이제 행복할 자격이 있어요."하며 아내가 선뜻 사준 가평 산속의 맹지를 한땀한땀 텃밭으로 가꿔가면서 도시인의 삶을 돌아보고, 남녀차별의 잔재를 비판하고,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텃밭 작물을 마구 파헤친 멧돼지에게서마저도 화를 내기보다는 인간의 이기심을 나무라는 글을 보며, 이 분은 참 다르시구나~ 하는 생각이들면서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만 머무를 게 아니라, 작지만 확실한 행동으로 기울어진 세상 잘못된 세상을 바꿔나갈 행동이 필요한 시대라고 따끔하게 말씀하시는 부분에서는 외유내강의 단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진 자는 점점 더 많이 가지려는 세상에서, 없는 자는 욕심을 버리고 자꾸 가난하게 살 것을 알게 모르게 세뇌받는 세상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

아내를 위한 레시피에서 시작해 모두를 위한 레시피로 나아가며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주는 이 책의 끝머리에,

"여든 네 살까지는 열심히 밥해줄 테니, 걱정하지 마요"하는 작가의 말에 아흔네 살까지는 책임지라는 부인의 반박처럼 두 분이 오래오래 그리 사시길 바래 본다.

남편도 이 분을 좀 따라했으면 싶어서 남편이랑 있을 때 일부러 이 책을 펴서 보고, 남편 눈에 띌만한 곳에 자꾸 놔두고, 책 속 내용을 읽어주기도 했는데... 과연 효과가 있으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